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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속 아우토반, 시속 250km로 달리다

오늘은 폭우가 내렸는데요. 속도 무제한이라는 독일 아우토반에서도 대부분 차들이 시속 120km로 엉금엉금(?) 기어가더라구요.

저희야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많지 않으니 신경을 곤두세우며 차량 내부 제한속도인 시속 250km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이날 탔던 320d 투어링과 523i 세단이 워낙 안정적으로 잘 달리기도 했지만, 전날 받았던 드라이빙 스쿨의 효과도 있었을겁니다.


제가 운전한 것은 투어링(웨건)이었는데, 폭우속에서 시속 150km 이상으로 계속 달리니 물보라가 수증기처럼 유리 바깥에 붙어 후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단과 공기 흐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우천 고속주행할때는 후면 와이퍼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한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아우토반에 들어오면 신기한 것이 몇가지 눈에 띕니다.

폭우가 이렇게 내리는데 도로는 이슬비가 내리는 것처럼 약간 촉촉할 뿐이라는 거십니다. 그립력도 마른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우토반의 도로는 물이 전혀 고이지 않고, 배수가 빠른속도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면이 검정색이 아니라 시멘트와 아스팔트의 중간정도 되는 색입니다. 약간 거칠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 노면소음은 다소 커지겠지만, 독일차의 단단한 안정감이 이 도로에서야 완성되는 느낌이 듭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내가 1차선을 빠른속도로 달리면 매우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1차선을 시속 200km/h로 달리면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앞차들이 우수수 비켜주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 없이 계속 가속할 수 있습니다. 2차선에서 후방을 주시하지 않고 1차선으로 끼어드는 이른바 '무개념' 차들은 단 한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기자가 어떻게 제대로 확인도 않고 단 한대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뮌헨에는 대부분의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자전거 도로가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은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기 전에 반드시 자전거가 오는지 확인하고 양보해야 하는데요. 자전거 운전자는 차가 반드시 자신을 보고 설 것이라는 것을 믿고 사거리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그대로 가속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 운전자들은 단 한대도 법을 어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죠.

내가 법을 어기지 않고 남도 법을 준수한다는 믿음이 있으니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도 존재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아우토반의 기술적인 우수함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훨씬 대단한 것은 운전자들의 안전개념과 운전 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도로가 갑작스레 대단히 좋아질리 없겠지만, 우리 운전자들이 그들의 운전방식을 본받으면 아우토반이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