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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만원 이하

중소형 SUV의 ‘즐거운 전쟁’ 시작됐다


뜨거운 여름, 중소형 SUV시장에 격돌이 시작됐습니다.

메이커들이야 사생의 각오로 마케팅 전쟁에 임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너무나 즐겁습니다.

국산차로는 최근 기아 쏘렌토R이 견인차가 되어 새로 출시된 현대 '싼타페 더 스타일'이 가세했고, 기존 소형 SUV인 르노삼성 QM5, GM대우 윈스톰 등의 판매량도 많이 늘었습니다.

덩달아 수입차 메이커들도 SUV에서 톡톡한 재미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닛산 로그나, 혼다 CR-V 등 일본산 중저가 SUV들과 BMW X3,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3사들의 SUV들의 두배넘는 판매량 증가도 눈에 띕니다.


“에이 설마…쏘렌토R 때문이라고?

쏘렌토R이 뭐 그리 대단한 차라고 SUV 시장 전체를 견인한다는거냐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판매 결과를 놓고 보면 쏘렌토R은 정말 어마어마한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승용차 판매는 어느정도 안정적이지만, SUV판매는 최근 큰 부침을 겪었습니다. 

우선 7-9인승차가 승합차로 분류돼 저렴한 세금을 내다가 2001년부터 승용차로 분류가 바뀌면서 점진적으로 세금이 올라 지난 2008년에는 승용차와 같은 세금을 내게 됐기 때문입니다. 년간 6만5천원을 내던것이 65만원가량(2.2리터급)을 내게 됐으니 세금이 무려 10배로 뛴 셈입니다.

급격히 오른 경유 가격도 문제였습니다. 웬일로 인상기류를 타더니 작년에는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SUV는 기름먹는 하마'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크게 늘어 전체 SUV들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2008년 기아 쏘렌토의 판매량을 보면 상반기 동안 총 3330대로 한달 평균 555대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올해초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반면 신형 쏘렌토R이 등장하자 시장판도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게 뒤바뀌었습니다.

쏘렌토R은 지난 5월 중순 출고가 시작돼 첫달 4천대 넘게 판매되더니, 6월 한달 동안 7025대나 팔았습니다. 작년에 비하면 무려 1260%를 판 셈입니다. 같은 모델의 이런 판매량 증가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기세에 눌려 베스트셀링 모델인 현대 싼타페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나 싶더니, 광고를 다시 개시하고 '싼타페 더 스타일'이라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판매에 앞서 다양한 판촉조건을 내세우면서 지난달 싼타페 판매량은 4879대로 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쏘렌토R이 '싼타페 더 스타일'보다 44% 가량 더 많이 팔리는 상황입니다.

기아차 측도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어리둥절한 눈치입니다.

내부적으로도 원인을 찾고 있는 모양인데, 이처럼 인기가 높은 것에 대해 한 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자체를 잘 알리는데 주력한 홍보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상품성이 높기 때문일 겁니다. 상품성이 높으니 홍보 효과가 극대화 되는거죠.

상품성에 있어서는 경쟁모델을 압도하는 높은 연비와 넓은 실내를 충족했습니다. 한국 인기모델이 갖춰야 할 사항들이죠. 그러면서도 젊은층이 선호하는 강력한 엔진,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기존 쏘렌토 디젤 2.5 AWD 연비가 11.5 km/l로 145마력을 내던 것을 세금도 더 싼 2.2리터 엔진으로 14.1km/l를 내고 출력은 200마력을 내도록 했으니 이만한 혁신이 없습니다. 덕분에 최근 쏘렌토R은 R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뛰어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지녔다고 평가 받으며 ‘고효율 자동차 부문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TV광고를 보면 기아차가 내세운 목표가 뚜렷히 보입니다.

경쟁업체가 이효리씨나 김태희씨 등을 태우고 달리는 동안 기아차는 오로지 차만 달리게 했습니다. 차만 보여주며 하고 싶은 말을 다 전달 하겠다는 겁니다.

좋은 광고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기존 자동차 광고들은 차가 별다른 특장점을 지니지 못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엉뚱하게 스타 얼굴을 내세워 마케팅을 했나 봅니다. 사실 소주야 예쁜 이효리 포스터 보고 살지 몰라도 자동차는 전혀 그런 제품이 아닌데, 뭔가 크게 착각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면 최근 등장한 제품들의 상품성은 어떻게 다른지,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쏘렌토R의 경쟁상대는 쏘렌토R

가장 큰 경쟁상대는 쏘렌토R일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2.0과 2.2의 차이를 알기 쉽지 않을겁니다. 둘 다 몰아보니 그 차이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돈이 관계되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당연히 2.2 AWD입니다. 2.2도 연비가 이렇게 높은데 2.0은 왜 나온다는건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쏘렌토R 2.0 모델은 ▲연비가 15.0km/l(1등급)으로 더 높고, ▲세금이 더 싸고, ▲운전습관개선을 도와주는 '엑티브에코' 시스템 등이 내장됐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언급했지만, 쏘렌토R의 액티브 에코 시스템은 운전자가 액티브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 스스로 연료 소모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엔진과 변속기, 에어컨 작동이 조절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면서도 쏘렌토R 2.0 모델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을 갖춰서 같은 배기량에서 경쟁모델을 넘는 엔진 성능을 냅니다.
 
또 유로 4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켜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이 4년간 면제됩니다. (09년 5월~12월 등록 기준)
 
쏘렌토R 2.0 가격은 개별소비세 환원 기준 ▲LX 2536만원 ▲TLX 2659만원~2893만원 ▲LIMITED 3046만원~3290만원입니다.

반면 쏘렌토 R 2.2 모델은 가격이 2륜구동(FF) 기준으로 연비가 14.1km/ℓ를 냅니다. 4륜구동의 경우 13.2km/l입니다.

2.2 디젤 모델은 유로5 배출가스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심지어 이보다 더 엄격한 2009 수도권 대기환경  특별법에 의한 저공해 기준을 만족시키는 친환경성을 확보한 저공해차로 인증받아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이 5년간 면제됩니다. (서울기준 약 70만원 절감) 

2.2리터 디젤 모델의 가격은 2724만원~3516만원, 4륜구동(AWD) 모델이 2952~3744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모델끼리 비교했을때 2륜은 188만원, 4륜의 경우 416만원 차이가 납니다.  정말 고민되는 가격차 입니다.

기능으로는 두 차량이 모두 공히 현대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했고 차체자세 제어장치(VDC)와 경사로 저속주행 장치(DBC),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 등 장치를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했습니다. 

또 대형 글래스 루프를 적용한 파노라마 썬루프, 운전석 통풍시트, 버튼시동 스마트키,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크루즈 컨트롤 등을 내장했습니다.

새로나온 '싼타페 더 스타일'

'싼타페  더 스타일'은 현대차가 지난 2005년 11월 신형 싼타페를 출시한 이후 3년 7개월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외관 및 내장 디자인이 부분적으로 변경됐고, 쏘렌토R과 동일한 R엔진과 6단 변속기를 적용했습니다.

연비와 출력이 모두 우수합니다만, 이 수치는 쏘렌토가 이미 치고 나왔던 것이라 센세이션하지는 않네요.

현대차측은 '싼타페 더 스타일'에 대해 "외관 디자인은 기존의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에 과감하면서도 안정감을 살린 세련미를 더했으며, 내장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한층 높여 감성적인 미를 강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비교해보니 기존 모델과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사람들도 "그릴이 조금 바뀌었나?" 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현대차는  '싼타페 더 스타일'의 동력계 보증수리기간을 기존 3년 6만km에서 5년 10만km로 확대했다고 합니다. 품질에 자신있다는 것이겠죠.

싼타페와 쏘렌토는 말 그대로 형제차입니다. 그런데 실내에 들어서면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운전석 머리 앞부분이 일찌감치 꺾이는 디자인이어서 시야가 많이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실내 디자인도 군데군데 기존 부품이 사용되는데, 사람 눈이 간사해서 몇년전에는 멋져보이던 것이 영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싼타페  더 스타일'의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환원 기준으로 ▲2.0리터급 2WD모델이 2584만원~3192만원 ▲2.2리터급 2WD모델이 2839만원~3,47만원 ▲2.2리터급 4WD모델이 3018만원~3875만원입니다(자동변속기 기준).

수입차와의 경쟁도

전에 쓴 글 (기아 쏘렌토R…수입차와 비교해도 구매가치 있을까?)을 보시면 수입차와 비교했을때 비교우위에 있는 점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는 비교에 넣지 않았던 티구안과 아우디 Q5, 새로 나온 메르세데스-벤츠 GLK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GLK

메르세데스-벤츠 GLK는 독특한 스타일의 소형 SUV입니다. 각진 선을 날카롭게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대형 SUV인 G클래스를 본딴 오프로더 디자인을 갖고 있으니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디젤 2.2리터급 엔진이 장착됐는데, 엔진 170마력에 40.8kg·m의 토크, 연비는 14.2km/l로 쏘렌토에 비하면 출력은 약간 낮고 연비는 약간 높은 셈입니다.

엔진 시동을 걸어봤는데, 실내에서 들으니 확실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공회전소리가 쏘렌토보다 조용했습니다.

국내에는 2.2리터 상시 4륜구동 모델만 들어옵니다.

쏘렌토는 AWD가 평상시 전륜기반이다가 뒷바퀴가 미끄러지면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있는 디퍼런셜이 여러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어서 '다판 클러치' 방식이라고 하죠.

반면 GLK는 전륜과 후륜의 사이에 디퍼런셜이 없고 45:55의 동력 배분으로 상시 고정돼 있다고 기술 담당자가 얘기하더라구요.

벤츠 고유의 7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돼 있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8.8초라니 SUV치고 꽤 빠른 편입니다.
 
가격은 일반모델이 5790만원, 옵션을 추가한 프리미엄 모델이 6690만원이라고 합니다.

쏘렌토 풀옵션에 비해 2천만원정도 비싼셈입니다.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 티구안은 소형 SUV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한번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티구안은 140마력 디젤엔진 혹은 200마력 휘발유 엔진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디젤엔진의 경우 토크는 32.6 kg.m로 괜찮은 편이지만 연비가 12.2km/l(3등급)으로 높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200마력 디젤엔진을 얹고도 13.6km/l를 내는 쏘렌토 R 2.2의 압승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티구안의 경우 4륜 구동, 파노라마 썬루프와 제논램프, 가죽시트 등 쏘렌토R에서 옵션으로 갖춰야 할 사항들이 기본 장착돼 있습니다. 거기에 옵션으로 할 수 없는 자동주차 시스템까지 갖추고도 가격이 디젤이 4170만원, 휘발유가 4520만원입니다.

쏘렌토R 2.2 AWD 최고급모델에 파노라마 썬루프를 달면 가격이 이보다 비싸집니다. 그런 면에서 티구안은 쏘렌토R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가격 또한 저렴한 차로 보면 되겠습니다.

비교적 알찬 자동차라는 평을 듣는데다 미국의 전복안전테스트를 비롯, 유럽 안전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경쟁상대라고 봐야겠습니다.

아우디 Q5

아우디의 소형SUV Q5는 A4를 베이스로 만든 SUV입니다. 기본적으로 A4가 *매우*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 차를 베이스로 A5, Q5 등의 가지치기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반대로 이런 모델들을 내놓기 위해 A4에 그렇게 많은 공을 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우디 Q5는 2.0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9.9초, 최고속도 200km/h의 성능을 제공합니다.

역시 쏘렌토에 비해선 엔진 출력이 약간 떨어지지만, 반면 좀 더 매끄럽다는 느낌이 드는 차입니다. 공회전이 조용하고 RPM 상승이 빨라서 처음 타면 디젤차인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quattro)나 파노라믹 선루프, 제논라이트 등은 기본으로 갖췄습니다.

기아 쏘렌토R 2.0에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에코 드라이브 버튼이 있는 반면, Q5는 스포츠 운전 성능을 높이기 위해 트림에 따라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를 제공합니다.

드라이브 셀렉트란, 버튼을 눌러 차를 강력하게 하거나 혹은 편안하게 바꿀 수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서스펜션과 핸들감각, 변속 타이밍 등이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예민한 운전자의 경우 완전히 다른차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판매 가격은 ‘뉴 아우디 Q5 2.0 TDI’는 5870만원, ‘뉴 아우디 Q5 2.0 TDI 다이내믹’ 모델은 6360만원(부가세 포함)입니다.

쏘렌토에 비하면 2천만원 가량 비싸니 직접 경쟁상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분이 꽤 있다는 생각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몇가지 차종을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은 표가 나올 수 있겠군요.

어떤차들 선택하시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일겁니다. 소비자들이 어떤차를 선호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