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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고속주회로서 닛산 GT-R을 시승해보니

지난 14일 닛산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닛산 GT-R을 포함한 각종 모델들을 시승 할 수 있는 테크니컬익스피리언스데이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시승행사에 나온 모델은 닛산 GT-R, 370Z 등 스포츠 모델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중형세단 알티마와 비교모델인 렉서스 ES350이 등장해 슬라롬 경주를 했습니다. SUV인 무라노와 로그, 그 비교모델 혼다 CR-V도 등장해 저마찰로에서 주행을 테스트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단연 닛산 GT-R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GT-R은 아시다시피 그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노르드슐라이페에서 7분 26초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워 양산차 3위를 차지한 차입니다. GT-R은 개발전부터 뉘르부르크링에서 개발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매년 2차례, 1개월동안 이곳에서 테스트를 하고 그 데이터를 차량 튜닝에 피드백 할 정도로 이 트랙 주행시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니 사실 이 차는 트랙에서 타는게 가장 좋았겠지만 용인 에버랜드가 '그렇고 저런(?)' 이유로 트랙을 개방하지 않고 있어 결국 이곳의 고속주회로에서 시승을 하게 됐습니다.

이 차량은 4륜구동에 터보엔진을 장착하는 등 여러가지로 포르쉐911터보를 정면으로 겨냥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구형 포르쉐 터보가 480마력인데, 이 차는 485마력으로 살짝 더 높은 최고출력을 냈습니다. 배기량도 신형 포르쉐911 터보와 같은 3.8리터입니다. 

다만 앞엔진을 고집하다보니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가 2780mm로 긴 편이고, 차체 공차중량이 1740kg으로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은 좋은 반면 포르쉐911처럼 오밀조밀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휠베이스가 길면 직진성능이 좋고, 휠베이스가 짧으면 핸들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신형 포르쉐911 터보(997)는 이 차를 의식했는지 500마력에 토크도 64kg.m로 높아졌습니다. 0-100km 가속도 이 차는 3.6초지만 신형 911 터보는 3.4초입니다. 스펙상으론 포르쉐 터보에 비해 나은점이 없는데 어째서 더 나은 기록을 내는지 사실 좀 궁금합니다. 
 

보시다시피 선도차량으로는 닛산 370Z가 달렸습니다. 전날에는 370Z가 2대 달렸다더군요. 오일쿨러도 장착되지 않은채 제한 최고속도인 시속 250km로 계속 달렸는데, 내구성은 괜찮은 듯 하네요. 아마 오일 온도가 오른다는 문제는 특수한 상황에서 뿐인가봐요.

짧은 시승으로 제대로 된 시승기를 쓸 수는 없겠지만, 간략하게나마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이 차가 달리는 느낌은 포르쉐나 로터스 같은 차들과 약간 달랐습니다. 포르쉐는 최고급 양복 재단사가 한치 오차 없이 맞춤으로 만들어낸 정장과 셔츠를 입은 듯 몸에 딱 맞죠.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을 듯 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GT-R은 너무 강력한 차에 올라탄듯한 느낌이어서 위압 되기도 합니다. 저속에서 배기음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날카로워서 위압되고,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포르쉐에 비해 즉각적이지 않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운전의 재미를 추구한다기보다 '이거 굉장한 차를 탄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제가 선입견은 있을겁니다. 포르쉐는 아무래도 수십년간 보아온 스타일이고 수년간 느껴온 감각이어서 들어앉는 순간 즉시 편안해지는 반면, 이 차는 앞으로도 한참을 더 타봐야 비로소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