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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5000~7000만원

BMW 신형 5시리즈 시승해보니

어제 BMW5 시리즈 신차발표를 한 것 같은데, 스포티지 시승건으로 인해 발표회에는 참석 못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며칠 먼저 BMW의 신형 5시리즈를 시승했습니다.

외관은 7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갖추고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입니다. 성능과 크기가 모두 기존에 비해 나아졌습니다. 대형차가 필요없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움화화 5시리즈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보닛의 굴곡은 3시리즈와 같아 단단해 보였는데요.

그릴을 포함해 앞부분 모양은 마치 7시리즈 같지요?

전체 길이를 놓고보면 기존보다 훨씬 길어져서 7시리즈가 필요없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전체 차체에 비해 헤드램프가 너무 날렵해졌죠. 곳곳에 스포티함을 강조한 나머지 이전 5시리즈가 주는 커다란 느낌이 없어요. BMW가 원래 큰 차를 작아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는 만큼, 이 차도 작아보이는 기교를 많이 부렸지만, 사실 실제 크기는 훨씬 커졌습니다.

옆면 라인이나 C필러의 호프마이스터킥, 테일램프 등 디자인은 이전 5시리즈보다 훨씬 3시리즈 같아 보여요.

요즘 세계적으로 쿠페 라이크한 디자인이 유행하니만큼 트렁크 리드도 꽤 짧아졌습니다. 정말 3시리즈 같네요.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는 이전보다 훨씬 커보이는듯한 디자인인데, 한국소비자들이 대부분 커보이는 차를 좋아하느니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은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바이제논 헤드 램프는 동그란 링을 포함했구요. 기능적으로 우수하긴 하지만, 아직 좌우 기울어짐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고급모델에 그저 별도의 램프가 켜지도록 하는 코너링 램프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523i에도 헤드램프 워셔가 장착되는군요. 아 정말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이예요. 근육질도 대단하구요.


천사 날개를 연상케 했던 부채살 모양 테일램프의 꾸밈이 이번엔 사라졌습니다. Z4와도 비슷하고 3시리즈와도 비슷한 테일램프입니다. BMW의 잘못은 아니지만, 여러 업체가 따라해서 이제는 독특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키드니 그릴은 역시 스포티함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로로 더 길어진 듯 하구요. 더 넓어진 듯 하네요.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스포티함을 더 강조했고, 더 날씬하고 힘도 강력해 보이도록 디자인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뒷좌석이 너무 좁다는겁니다. 머리공간도 좁은데다 머리 위 천장부위에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무릎공간도 매우 좁습니다. 180cm인 후배 이진석기자는 앞좌석에 다리가 닿으려 합니다.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최대 수준으로 의자를 당겨봤는데(의자 아래 레일을 보면, 평상시 이렇게까지 당기도록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이 정도의 레그룸이 나옵니다. 어르신 모시긴 좀 민망할 것 같고, 여러모로 국산 준대형차보다도 훨씬 좁은건 왜일까요.

더 큰 문제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뒷좌석 시트가 너무 세워져 있다는 겁니다. 장기간 주행시엔 좀 불편할 것 같습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뒷좌석은 그냥 쏘나타 수준입니다. 그 넓던 공간은 다 어디로 간걸까요?

쿠페라이크한 디자인 때문일까요. 트렁크도 좁아졌어요. 트렁크에는 골프백이 4개가 간신히 들어가는데요. 너무 빡빡해서 드라이버는 빼서 따로 놔야 할지도 몰라요. 사정이 그러니 애써도 보스톤백은 못넣겠어요. 약간만 더 크면 좋을 것 같네요.

실제 국내는 저런 흰색 인테리어가 안들어오지 싶어요. 저런 색을 주문하면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양한 차종을 수입해오려나요.

헤드레스트는 전동식인데다 앞으로 당기는 기능까지 제공됩니다.

이전과 큰 차이 없는 실내 디자인. 나름대로 오랫동안 전통을 유지한다는 것은 장점이구요. 자꾸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조각같이 아름답다는 특징을 가진 BMW 엔진룸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어요.

굉장히 우수한 디자인인데다, 프레임이 중앙에 만들어져있고, 여기에 스트럿타워바를 장착하는 등 독특한 시도를 했는데요. 차량 뒤틀림을 줄이고 강성을 높이는 등 효과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BMW답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철을 그냥 꾹 찝어 만든것 같은 파이프에 색칠도 안된 나사로 고정한거지요. 게다가 이 파이프가 에어클리너 통 위로 지나고 있기 때문에 필터를 교체하려면 이 스트럿 타워바(?)를 뺐다 다시 끼워야 하겠더군요. 작업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의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한 흔적이 있으면, 게다가 그게 다른 부분도 아니라 뒤틀림을 막기 위한 프레임 부품이라면, 영 기분이 찜찜할 것 같아요.

BMW가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예요.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당최 누구한테 물어보나.


워낙 보수적인 BMW코리아로 인해 제대로 시승해보진 못했지만,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장에서 짧게나마 시승을 하기는 했지요.

시승이라면 그래도 차량의 최고 성능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날 BMW코리아는 한 차에 무려 4명씩 타고, 번갈아 시승하게 했습니다. 사람이 많아 차가 무거워서 그런지, 언더스티어가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몇번 핸들을 돌렸을 뿐인데, 타이어가 끼이익~ 하는 비명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더 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BMW핸들링이 이렇게 둔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정도였습니다.

차가 서있는 상태에서 핸들을 좌우로 빠르게 돌려보니 윙윙~ 하는 모터소리가 났습니다. 고급차에 이게 뭐지...

아마 이번에 새롭게 적용했다는 전동식 파워핸들이라 그런가봅니다. 자세한 것은 따로 시승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만, 핸들링의 최고봉 BMW가 이렇게 되었다는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시승차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또, 파일런을 세워서 트랙인양 만들어 놓은것 까지는 좋았는데, 헤어핀 바로 뒤에 운영 차량을 세워놓는 등 BMW코리아 측의 안전 불감증도 드러나보였습니다. 주행이 무엇인지, 스포츠드라이빙은 어떤 것인지 전혀 이해 못하는 듯 했습니다.

BMW에는 미안하지만, 이전의 BMW가 아니었습니다. 대체 이게 어디가 BMW냐, 싶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