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기자의 AboutCar

넓은 공터에 들어선 후 전자자세제어장치를 잠시 끄고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는 엔진음도 대단하지만, 피렐리 최고급 스포츠 타이어도 못견디고 비명소리를 질러댄다. 이내 타이어에 불이 붙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기가 치솟는다. 500마력의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는 새 타이어도 30분만에 너덜거리는 걸레처럼 만들 수 있는 괴력을 지녔다.

2009년 포르쉐가 파나메라를 처음 공개했을때는 약간 걱정도 됐다. 순수하게 달리는 것이 목적인 포르쉐가 초호화 4인승 자동차를 내놨다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파나메라를 시승해보니 생각이 전혀 달라졌다.


■ 럭셔리카 중에서도 최고봉

포르쉐는 미국 JD파워의 품질 만족도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다. 실제 포르쉐 차량들의 실내 품질은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힘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이번 파나메라의 품질은 그 포르쉐들의 품질 수준보다 한 단계 더 올라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이보다 호사스러울 수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가죽의 색상과 질감이나 버튼들의 화려함이 다른 브랜드와 차원을 달리한다.

비단 스포츠세단 뿐 아니라, 경쟁 독일 회사의 플래그십 세단에 비해서 화려하고 값비싸보이는 실내다. 실제 옵션을 갖춘 이번 시승차의 가격은 2억8천만원으로 경쟁사의 최고급 모델의 가격을 넘는다. 경쟁 상대라면 벤틀리 정도를 봐야한다.

그렇다고 쇼퍼드리븐카(기사가 운전하는 차)의 느긋한 뒷좌석은 결코 아니다. 가운데 좌석을 없애고 양쪽 좌석을 모두 세미버킷(양쪽으로 두툼하게 만들어 몸이 움직이는 것을 막아주는 시트) 시트로 만들고 헤드레스트도 높아 몸에 꼭 맞는다. 힘껏 달리면 4좌석의 승객이 모두 함께 경주를 하는 느낌이 들 수 있겠다. 호화스러우면서도 스포츠카의 실내임을 잊지 않게 하는 배려다.

운전석에는 수많은 버튼들이 늘어서 있다. 포르쉐 이전에는 이렇게 각종 버튼을 모두 나열한 차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버튼들에 익숙해지니 버튼을 보지 않고도 언제고 눌러 작동을 시킬 수 있어 오히려 편리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하는 조그셔틀 방식에 비해 운전자가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도 작동을 할 수 있어 스포츠카에 적당해 보였다.

윈드실드(앞쪽창)에는 방음과 열을 차단하는 필름이 내장돼 있었고, 옆창도 2중으로 만들어져 풍절음이나 엔진 소음 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했다.

편의사양도 대단했다. 눈에 띄는 편의 사양은 향상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이 장비는 레이더를 통해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했다. 다른 고급 브랜드의 유사한 장비에 비해 월등히 부드럽게 작동할 뿐 아니라, 앞차가 완전히 멈춰서면 천천히 멈춰 세워주기도 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니 정체되는 시내 도로에서도 패달을 전혀 밟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었다.




■ “앗, 코너 진입속도 너무 빨라”…“괜찮으니 걱정마”

속도를 점차 높여가며 시승하다 코너에 들어서는 순간 '앗차' 하는 느낌이 들었다. 편안한 주행감각에 속도감이 사라져 너무 빠르게 진입한 탓이다. 계기반을 얼핏 보니 코너에 들어 온 속도가 시속 150km도 넘은 듯 했다.

대다수 운전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진입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게 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브레이크는 오히려 위험하다. 브레이크 대신 오히려 가속패달을 더 밟았다. 타이어는 "기이이이"하는 가벼운 마찰음을 내면서 코너를 돌아나왔다. 등에서 땀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파나메라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유유히 달렸다. 전자자세제어장치의 개입조차 거의 없었다.

파나메라는 4륜구동에 PTV(포르쉐토크벡터링)를 갖춘 차량이다. 뒷바퀴가 미끄러질 것 같으면 즉시 앞바퀴로 힘을 보내 미끄러짐을 4바퀴에 균일하게 분배한다. 심지어 PTV는 회전할 때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힘을 보내 코너를 돌 때 차가 궤적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어지간해선 차가 언더스티어를 일으키거나 스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시승차에는 'PDCC'가 장착돼 있다. 이 장비는 측면으로 치우치는 힘(횡G)과 핸들의 각도를 지켜보다가 이에 맞게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기울어짐이 극단적으로 줄고,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도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급격한 핸들 조작에도 정교하고 안정되게 반응하는 느낌이 든다. 무려 2미터에 가까운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능을 통해 기분 좋은 코너링이 가능했다.



■ ‘포르쉐’는 ‘고성능 스포츠카’와 동의어

이 차에도 론치컨트롤 기능이 내장됐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고 있으면 "삑"하는 소리가 나면서 론치 컨트롤이 작동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는 최적의 엔진회전과 변속 타이밍으로 가속된다. 어마어마한 가속감이다.

포르쉐 911 터보의 뒷목이 저릿한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파나메라 터보는 260km까지 매우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4.8리터 엔진이지만 터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쟁브랜드의 500마력급 엔진에 비해 토크가 높다. 토크가 무려 70kg.m에 달하는데다 PDK를 장착해 치고 나가는 맛이 더 짜릿하게 느껴졌다. PDK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가속하는 동안 동력의 끊김이 거의 없고 출력이 고스란히 바퀴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시승차에는 브레이크 성능을 극대화 하는 PCCB(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 옵션이 장착됐다. 시속 260km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몇차례 정지시켜봤지만 브레이크 감각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파나메라 터보에는 다른 파나메라보다 로터 직경이 큰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됐다.

1천만원이 넘는 이 옵션은 안전을 위한 장비라기 보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장치다. 레이스 트랙을 달려보면 브레이크가 강력한 차는 더욱 빠르게 트랙을 돌 수 있다. 코너에 진입하기 직전까지 최대한 가속을 한 후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안에 감속하고 코너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페라리를 편안하게 쫓는다

파나메라는 전통적인 포르쉐 911과는 약간 다르다. 포르쉐 911은 몸이 시트에 완전히 고정되고, 엔진의 회전수에 따른 진동과 사운드의 고저가 실내로 유입돼 운전자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만들지만 파나메라는 지나치게 편안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이 차는 기분좋은 배기음과 그립감, 가감속이나 핸들조작 등에 충실하게 반응 하는 모습으로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포르쉐는 적어도 주행성능에서는 한번도 소비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4륜구동이나 PDCC 등을 장착해 안정성도 우수하고 고성능 스포츠카를 다뤄보지 못한 운전자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다른 브랜드의 최고급 세단들은 강력하지만 이처럼 스포츠카의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내는 것은 역시 포르쉐 파나메라 뿐이다.

반대로 스포츠카 세계에서도 페라리, 마세라티 등 이태리 브랜드가 내구성 문제를 겪는 것과 달리, 포르쉐는 론치 컨트롤을 이용하며 혹사 시켜도 충분히 안심할만한 내구성을 갖췄다.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세금과 연비, 내구성에서 오는 유지비 차이도 상당하다.

럭셔리 세단의 세계와 스포츠카의 세계에서 모두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이 바로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의 특징이다.

 

▶ [화보]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시승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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