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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MB "현대 전기차가 일본보다 앞섰다" - 모르시는 말씀

9일 이명박 대통령께서 현대차 블루온을 시승하셨지요.

이를 시승해보시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만든데다, 일본보다 앞선다니 참 잘 했구나" 라는 의견을 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건 뭐 어처구니 없는 잘못입니다. 물론 대통령께서 잘못한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는 부처에서 지나치게 과장한 측면이 큽니다.

  전기차를 처음보니 와 신기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세계 모터쇼에 가보면 이미 전기차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보급을 시작한 반면, 세계 시장에선 이미 각 브랜드 별로 몇백대에서 많게는 수천대 규모의 전기차를 내놓고 실제 도로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독일 메이커는 물론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일본메이커는 우리보다 월등히 앞섰습니다.

어제 현대차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이것인데요.

우선 닛산 리프나 다른 메이커들의 차들도 많은데 굳이 미쓰비시 아이미브와 비교를 한 저의도 궁금한데, 그나마 숫자도 마음대로 적어놨습니다.


현대차, 알고 속인걸까. 몰라서 그런걸까

우선 미쓰비시 아이미브와 크기를 비교했는데요. 블루온은 1000cc 모델을 기반으로한 모델, 아이미브는 600cc를 기반으로 한 경차인데, 단순 크기 비교를 해서는 안됩니다. 어쨌건 좀 비겁하지만, 비교를 해볼 수는 있겠죠.

그럼 비교가 정확하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여기선 크기에 전장 전폭 전고만 적어뒀습니다. 정작 실내 크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를 적지 않았죠.

휠베이스는 블루온의 기반모델인 i10이 2380mm로 보통 경차인데, i-miev는 경차면서도 휠베이스가 2550mm로 엄청나게 큽니다. 실내 공간도 경차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정도의 준중형급입니다.

아이미브가 비교 대상으로 걸맞지도 않지만, 실제는 아이미브가 훨씬 큰데도, 굳이 교묘하게 겉 크기만 비교함으로써 마치 블루윌이 앞선것처럼 비교했다는겁니다.

이 차이가 왜 발생하냐면 i10은 앞에 엔진이 달린 FF모델인데, i-miev는 뒷좌석 시트 아래에 엔진을 배치한 뒷바퀴 굴림(RR)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시대로 들어서면서 파워트레인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뒤엔진 레이아웃이 부각될 것이라는 점은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i10은 전기차 전용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이같이 불필요한 전면부가 많은 공간을 잡아먹게 되는거죠. 경차의 크기 제한이 있어서 실내 크기를 더 늘리지도 못하는거구요.

게다가 사진도 정측면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찍어둬서 아이미브가 짧아 보이게 했네요. 일부러 그런건지 우연히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차는 세상에 없는 외계의 기술을 도입?

더 희한한 것은 이 표에서 나타내는 모터출력과 배터리용량, 그리고 충전 주행거리의 관계입니다. 전기차는 가솔린 차와 달라서 모터의 규격이 뻔합니다. 들어가는 전력 대비 나오는 출력이 75%~90%가량입니다. 두배로 연비가 좋은 전기차용 모터 같은건 아직 요원합니다. 다시 말해 한번 충전에서 배터리가 크면 멀리가고 배터리가 작으면 적게 갑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모터의 출력은 i10이 월등히 더 크다고 합니다. 효율이 같은데 출력이 높다는건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는 뜻이죠.그런데 이상합니다. 자료에는 두 차가 배터리 용량은 같은데, 주행거리는 더 길다고 나타나있습니다.

쉽게 말해 둘이 각각 똑같은 양동이에 담긴 같은 양의 물을 퍼올리고 있는데, 한명은 자기가 더 큰 바가지로 마구 퍼 올려도 더 오랫동안 퍼올릴 수 있다고 하는겁니다. 모순이죠.

물론 만약 차의 무게가 월등히 가볍다면 그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대차는 이 차의 무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베이스 모델인 i10이 1040kg이니 유추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엔진 등을 빼고 배터리를 더했는데, 일반적으로 전기차화를 하는데 수십~수백kg의 무게증가가 생깁니다. 미쓰비시 i-miev는 배터리등 모든걸 달고도 1100kg이니 실상 i-miev가 월등히 가볍거나, 아무리 좋게 봐줘도 비슷한 수준일겁니다.

희한해서 일본 사이트를 뒤져보니 현대가 고의로? 혹은 실수로? 숫자를 틀리게 적어놨습니다.
i MiEV의 주행거리는 무려 160 km군요. 현대 블루온보다 20 km나 더 갈 수 있는겁니다. 그러면 그렇지.




아이미브가 궁금한 분은 예전에 제가 미쓰비시 아이미브를 시승했던 글을 한번 봐주세요

URL: http://aboutcar.co.kr/1103



전기차 양산, 가정용 220볼트 콘센트에 꽂으면..."불난다"
 
한국전력은 현대차의 전기차 블루온을 220볼트 가정용 콘텐트에 꽂는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위험천만한 생각’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국전력 측은 9일 "블루온 등 고속 전기차는 용량이 높아 누진요금이 적용되면 수십만원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존 구내 콘센트에 같이 연결 사용시 과부하로 인한 계기소손과 화재 위험이 있다"면서 "주택용전략의 경우 누진요금으로 인한 불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은 8월 1일부터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전기요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녹색 산업 장려정책에 동참하고, 전기차 운행고객에 요금 편의를 제공하고자 신설했다는 것입니다.
 
이 요금은 일반 가정용 전기 요금에 비해 저렴한데다 누진요금이 면제됩니다. 하지만 한전에 별도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전기 공사와 계량기 공사를 해야 합니다. 한전측은 "한전측 공사 비용만 43만원가량이고, 구내공사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세계에서 두번째는 맞나?

한편, 현대차도 스스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블루온 전기차가  세계서 두번째로 만들어진 차량'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경부가 이 차를 세계 두번째 전기차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지만, 일본에서 일반인에 판매하는 차량만 아이미브와 스바루 스텔라 등 2종이고, 테스트 중인 차량은 닛산 리프 등이 있는데다 중국 등 해외에는 전기차가 수십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일본의 미쓰비시만 하더라도 모터 3개를 장착해 전륜 2개에 각기 다른 모터가, 후륜에 또 다른 모터가 장착된 200마력대 아이미브 스포트를 내놨죠. 이 차의 경우 2007년에 이미 나왔습니다.


벤츠는 SLS AMG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구요. 520마력급의 수퍼카라는 겁니다.



프랑스 시트로엥도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아이미브의 휠베이스를 늘린 차를 내놨습니다.

중국의  BYD는 벤츠와 공동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중국시장에 이미 시험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BMW의 미니E도 최근 한국 도로를 달리는 시승행사를 개최했는데요. 300대가 생산돼 일반인들이 시험하고 있구요. 정말 매력적인 차였습니다.

뭐가 두번째라는 건지 현대차측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이미브와 함께 일본에서 이미 대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차가 바로 스바루 스텔라입니다. 말하자면 아이미브의 경쟁모델인데, 아이미브는 승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스텔라는 박스카 스타일로 상업적인 활용에도 도움이 됩니다.

스바루 스텔라 플러그인 제원

전장 *전폭* 전고

3,395㎜×1,475㎜×1,660

최고속도

100km/h

충전 주행거리

90km

최대출력(모터출력)

47kw

최대토크

170Nm

충전시간

일본의 가정용 100V 기준으로 8시간, 200V 5시간

시속 100km 가속시간

제조사 미발표

 



자동차 신기술, 과장하지 말자

전기차, 이제 시작인데요. 이래서는 안됩니다.

이번 블루온을 세계 두번째 양산형 전기차라고 소개했던데, 세계 두번째가 아닌점은 위에서 설명 드렸지만, 양산형 전기차라는 것 또한 거짓입니다.

양산이라는 것은 Mass production 이라는 말로, 수천대 이상을 생산해야 양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차는 양산차가 아니라 이번 시험생산 2500대를 끝으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시험생산' 차량입니다. 인도에서 기본차량을 생산하므로, 일일히 한국에 들여와 재 가공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대신 박스형 후속모델을 만들어 생산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아마 스바루 스텔라 같은 형태가 되겠죠.

실제 성과를 그대로 보여줘야지, 실제보다 부풀려서 잠시 반짝 할 수 있을 지언정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먹게 되는겁니다.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그래요. 본인이 이렇게 속았고 그들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입으로 바보같은 말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척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 보도를 봤던 국민들도 조만간 실상을 알게 될텐데, 최근 저속 전기차 업체들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이 또한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되는 계기가 아닐까 우려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