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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시승기…"심장이 두근두근"

"저는 집 안사고 이 차 살거예요! 집은 타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

기자 한명이 차에서 내리더니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린채로 소리를 쳤다. 뭐에 홀린듯 한 표정인데, 아마도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방출된 듯 했다.


이번에 시승한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LP550-2다. 람보르기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출력과 구동방식을 적는 식으로 모델명을 만들어왔다. LP550은 550마력 엔진이라는 의미, -2는 2륜구동을 의미한다. 이날 등장한 차 중 560마력 4륜구동인 LP560-4도 있었지만, 이는 인스트럭터의 차지였다.


사실 람보르기니라면 안정감이 높은 슈퍼카라는 인상이 강하다. 페라리는 예전부터 후륜구동만 고집해온 반면 람보르기니는 4륜구동을 기반으로 차를 발전 시켜왔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로선 오히려 이례적인 후륜구동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최고 출력이 550마력이나 되는데, 모두 뒷바퀴로만 보낸다니 혹시 스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며 시승에 나섰다.

◆ 차에 앉으니 "내 심장이 두근두근"

엔트리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2억이 넘는 수퍼카임엔 틀림없다. 10기통이나 되는 커다란 엔진이  차의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혹시 밖에서 이 귀한 엔진을 보지 못할까봐 철판 대신 강화 유리로 덮여있다. 엔진 사운드와 열기가 잘 빠져나올 수 있는 엔진 덮개도 인상적이다. 이래저래 운전자는 엔진에 비하면 뒷전인 셈이다.  

   

 

차에 앉으니 SPORT모드, A모드, CORSA모드 버튼이 차례로 눈에 띈다. SPORT나 CORSA모드는 변속속도를 빠르게 하고, 퍼포먼스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SPORT모드에선 ESP가 70%만 동작하고 CORSA모드에선 50%만 동작하게 된다. A모드는 자동변속모드다. 

   

기어는 따로 없고 F1 시퀀설 기어박스와 유사한 E기어라고 하는 장비가 장착됐다. 핸들의 왼쪽을 당기면 시프트 다운, 오른쪽을 당기면 시프트업이 이뤄진다. 양쪽을 동시에 당기면 중립이 되는 식이어서 페라리를 타본 사람에겐 익숙하다. 후진은 중립상태에서 R버튼을 누르면 된다.

마침 일본에서 온 차여서 우핸들, 자연히 풋레스트도 좁고 가속페달 위치도 너무 가운데다. 출발이 머뭇거려졌다.

◆ 일단 달리니…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을 멈추고 싶지 않다

가 속페달을 밟았다, 인스트럭터는 가급적 5000RPM에서 변속하는게 좋다고 말했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8000RPM을 넘으며 머리가 헤드레스트를 들이 받아 버렸다. 변속을 한다고 하는데 계속 8000RPM. 최대 출력인 550마력으로 차를 밀어 붙일 때는 '과연 이래도 제지 당하지 않는걸까'하는 심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솟아난 아드레날린 때문일까, 이래선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자꾸 가속페달을 더 밟고 만다. 말 그대로 폭발하는 사운드가 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2륜구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페라리나 여타 고성능 차들에서 느껴지던, 뒤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느껴지지 않아 이상할 정도다. 코너에서도 완벽에 가깝게, 노면에 착 붙은채 돌아나가 짜릿하다. 핸들링만 보면 마치 포르쉐 박스터를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급코너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뒷부분이 마음 먹은대로만 흘러 컨트롤이 얼마든 가능한 느낌이다. 내가 핸들을 잡고 있으면서도 이 강력한 엔진을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걸까 하는 놀라움이 앞선다. LP550-2 전용의 후륜 LSD와 스테빌라이저, ESP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가능한 일이다. 과연 '궁극의 핸들링 머신'이라 부를만 했다.

   

 

최근의 람보르기니는 E기어라는 반자동 변속기를 이용한다. 토크컨버터가 있는 자동변속기가 아니라 로봇화 된 수동변속기라고 보면 된다. 이 장비는 빠르게 작동할 뿐 아니라 변속 때마다 쿵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충격으로 차를 가속시킨다. 절도있고 깔끔하게 변속되는 느낌이 놀랍다.

이번에는 기어를 3단에 넣고 출발해봐도 가속감은 상당하다. 어마어마한 토크와 이질적인 가벼운 차체 덕분이다. 2단으로 쭉 달리다보니 어느새 시속 100km.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게 두려울 정도다.

고속주회로에 들어섰다. 화성의 고속주회로는 벌써 수십회 돌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람보르기니라니 기대가 매우 컸다. 과연 람보르기니, 가속감과 안정감은 시속 160km 이상을 달려도 전혀 흔들림이 없도록 했다.

   

 

가속할 수록 차가 실제로 가라앉는다. 에어로다이내믹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탓이다. 기어를 오르내리는 것에 따라 엔진 사운드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기어를 6단으로 올렸을때는 마치 고급 세단을 타는 듯 조용해 이질감이 느껴졌다.

조용한 가운데 들어보니 앞차에서 튀기는 수십개의 작은 돌멩이가 차 앞부분을 끊임없이 가격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차에 돌멩이가 부딪치다니 가슴이 아프다.

◆ 시승해보니…스포츠성능과 일상의 조화

빼어난 코너링 성능과 가속성능, 뛰어난 배기음과 디자인 등은 이 차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요소였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기 쉽도록 서스펜션을 높여주는 버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코너를 잘 잡아주는 서스펜션, 저 RPM에서는 슈퍼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실내. 이렇게 사용하기 편리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 만 다른 람보르기니 4륜구동 모델에 비해 가속페달 반응이나 핸들링 감각이 날카로워서 운전의 자유도가 더 부여됐다. 원한다면 언제든 차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차를 타는 동안에는 초고속에서 급코너까지 한 순간도 위협적이라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통제 가능한 수준의 미끄러짐이 매력적이다.

포르쉐를 탈때면 느껴지던 수치적 성취감이나, 페라리를 탈 때의 칼날위를 걷는 듯한 찌릿함이 아니라, 람보르기니 운전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이 차엔 있었다.

[사양]
전장×전폭×전고= 4345mm×1900mm×1165mm
휠베이스=2560mm
차량중량=1380kg
구동방식=MR
엔진= 5.2리터V형10기통DOHC
최고 출력= 550마력/8000rpm
최대 토크= 55.1kg.m/6500rpm
트랜스미션= 6단 E기어(반자동)


화보로 보기: 람보르기니 시승행사 화보

아래는 오늘 행사 동영상 (촬영, 편집: 탑라이더 전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