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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구형 3시리즈 오너가 타본 BMW 뉴 3시리즈 시승기…한발 앞서 서울 밤길 달려보니

오늘 BMW코리아가 신형 3시리즈(코드명 F30)를 론칭한 날이죠. 흑 제 차는 이제 구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에 앞서 며칠전 밤늦은 시간에 BMW의 신형 3시리즈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승차는 320d ED모델로 4500만원짜리, 가격이 가장 낮은 모델이었습니다. 엔진 성능이 164마력으로 일반적인 184마력 차량에 비해 성능이 다소 낮지만 연비는 훨씬 높은 모델입니다.

오늘 찍어온 요 차는 가장 비싼 5500만원짜리 모델이고...

며칠전 제가 시승한건 이차. 사진에서 저를 발견하셨다면 대단한 센스!


이 차를 몰고 서울 밤길을 달렸는데, 여러가지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굉장히 추상적인 시승 느낌을 설명하려고 보니 쉽지 않은데요.

BMW의 달라진 슬로건이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시다시피 197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BMW의 캐치프레이즈는 '얼티밋 드라이빙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 이었습니다. 궁극적인 운전 머신.

단순한 자동차들과 달리 최고의 머신을 만들겠다는 의지.

그 이름이 주는 강렬함과 시크함, 운전을 중심에 두는 회사의 목표가 드러나 보입니다.


너는 차를 사는게 아니야. 궁극적인 머신을 사는거지. 라는 의미의 슬로건입니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고, 일부 소비자들만을 위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이같은 슬로건이 적당했을겁니다.

그러나 BMW는 지난 3시리즈가 등장한 직후인 2006년부터 이 슬로건을 폐지합니다.

이후의 슬로건은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시어 드라이빙 플래져/ 혹은 freude am fahren=후오이드 암 화흔) 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렇게 써있으면 아 BMW를 말하는거구나. 하면 되는거죠.

BMW는 여기에 연비를 강조할 경우 EfficientDynamics(고효율적 역동성)를 더하고 스포티함을 강조할 경우 Joy(즐거움)를 서브 슬로건으로 붙입니다.

이번 3시리즈는 두가지가 다 붙어있죠.

다시 말하면

3시리즈 = 진정한 운전의 기쁨 + 우수한 연비와 역동성 + 즐거움

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중에는 궁극의(Ultimate) 라거나 머신(Machine) 같은 거창한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연비가 좋고, 운전하기 즐거운 차.

그게 이번 3시리즈의 콘셉트입니다.


그러다보니 좀 아쉽습니다.

기존 3시리즈는 5시리즈와 차별화 되는 것이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제 경우도 3시리즈와 5시리즈의 가격이 같다면 3시리즈를 사겠다는 마음이 굳건했습니다.

5시리즈가 느긋하다면 3시리즈는 단단한 돌덩이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3시리즈는 5시리즈의 축소판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이전 3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5시리즈와 더 닮았죠.


실내에서도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이전 3시리즈는 타협하지 않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있었는데, 이번의 3시리즈는 5시리즈의 일부분을 조금 못하게 가져온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어노브도 5시리즈 스타일.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3시리즈 기어노브라는건 남자의 힘으로 콱 움켜쥐고 움직여야 하는게 아니었던가요.


이렇게 여성적으로 톡톡 건드려야 하는 기어노브라니!

아아 적어도 추후 등장하게 될 M3에는 이게 들어가지 않겠죠?



그러나

5시리즈의 여러 부분을 수혈(?) 받았다고 해서 꼭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5시리즈와 동일한 신형 디스플레이는 정말 멋지더군요.

디스플레이 패널이 정말 넓어지고 높이가 낮아진 덕에 전방시야를 가리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을듯 해요.

4500만원짜리부터 3시리즈 전 차종에 이걸 달아준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실상 실내 디자인은 이전 3시리즈와 비교했을때, 간결함보다 다양함이 추가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까지 BMW 조수석에 탄 사람이

"뭐야 왜 이리 썰렁해"라고 말한다면 "풋, 독일차는 원래 간결한거야" 하고 비웃어줬는데, 이제 더 이상 독일차가 간결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현대차 기아차 같은 아랫것들(?)이 버튼 수를 턱없이 늘려가며 경쟁하고 있을때 BMW가 고결한듯 '훗 복잡한것들...'이라고 한마디 했던 것 같은 느낌인데, 요즘은 '내가 버튼 더 많아!'라면서 그 피튀기는 경쟁에 함께 뛰어들어 싸우겠다는 느낌이랄까요.

◆ 많이 달라졌네. 달리는 차 아닌가?

신형 3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뒷좌석 공간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넉넉해졌다는 점입니다.

차체와 휠베이스가 늘어난거죠. 휠베이스가 좁으면 핸들을 조작할 때 더 민첩하게 회전할 수 있고, 휠베이스가 길면 직진 안전성에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더구나 스티어링도 기존까지는 유압식파워스티어링이던게 전동파워스티어링(MDPS)로 바뀌면서 핸들 감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속에서 조금 부드러워졌고, 주행중에는 조금 덜 예민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MDPS화 되면서 저속에서 핸들을 훨씬 가볍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함부로 가볍게 만들지 않은 것은 기존 3시리즈 핸들 감각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팬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 같습니다.

   
▲ BMW 신형 320d

신형 3시리즈에는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기능이 있는데요. ED 모델의 경우 ECO+, Normal, Sport 등 3가지, 나머지 모델은 Sport+까지 총 4가지가 있네요.  ECO+는 현대기아차의 Active ECO 기능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Sport 기능은 원래 있던 S모드를 생각하면 되구요.

Sport+는 ESP를 제한적으로 동작하게 하는 기능입니다. ESP를 끄지 않고, 최소한으로 개입하도록 유지 시켜주는 기능이므로 레이스를 즐기는 운전자들이 기뻐할 기능인 것 같습니다.

U턴을 하면서 가속을 해봤습니다. 이전 같으면 휘익!~ 하고 뒤가 돌았을텐데

이번 320d ED 모델은 163마력으로, 출력이 다소 낮아서 그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출력은 아니지만 속도는 쉽게 올라갔습니다. 시속 180km부터는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지만 리터당 23.8km의 연비를 가진 차임을 감안하면 용서할 수 있는 정도죠.

   
▲ 신형 320d는 시속 200km에서도 뛰어난 안정감을 보였다

디젤 세단치고는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외부에서는 큰 차이를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약간의 소음이 느껴집니다. 보닛을 열어보면 이전보다 차음재가 적게 들어간게 눈에 띕니다.

   
▲ BMW 신형 320d 스포츠 라인

신형 320d는 트림에 따라 타이어 사이즈와 옵션등이 크게 달라 운전 감각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는 4500만원짜리 320d ED만 타봤는데 끝으로 간략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단점]
- 외관이 이전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옆면은 뭐가 바뀐건지 한참 들여다보게 한다.
- 실내가 복잡하고 약간 싼티난다
- 핸들은 덜 예민하고, 조금 부드럽다.
- 8단 변속기는 스포티함이 떨어진다. 가끔 멍해질 때도 있다.
- 직진 주행성능은 이전과 구별할 수 없다.

[장점]
-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딱 10cm정도 늘어난 느낌이다. (자료상은 15cm)
- 내비게이션이 진짜 멋지다.
- 8단 변속기는 6단에 비해 부드럽다.
- 연비가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우수하다.
- 공유 부품이 많아졌다. (아니, 이건 단점일지도)

 

   
▲ 3시리즈 특유의 핸들링은 여전하다
   
▲ BMW 신형 3시리즈의 실내공간
   
▲ BMW 신형 320d 럭셔리 라인

◆ 짜릿함 보다는 편안함…아쉽지만 당연한 결과

BMW 3시리즈는 작고 짜릿하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차였죠. 하지만 이제 신나기는 하지만 조금 부드럽고 여유있는 세단으로 다시 자리매김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크게 아쉬워 할 것은 없습니다. 3시리즈의 로망을 그리워 하는 이들을 위해서 현행 3시리즈와 크기가 비슷한 신형 1시리즈가 나왔으니까요. (저야 개인적으로 3이라는 이름이 달라지는 건 좀 섭섭하지만요)

BMW는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는 차를 내놓고 있는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3시리즈와 5시리즈를 저울질하고 당연히 3을 사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업그레이드 후에는 돈을 좀 보태서 5시리즈를 사라고 할 것 같습니다. 5시리즈가 더 크고, 더 편안하고, 3시리즈가 주행감각에서 큰 차이점을 발휘하지 못하니까요. 사실 제조사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이렇게 선택하는게 바람직한거겠죠.

BMW 신형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의 연비는 리터당 23.8km라고 합니다. 일반 320d의 연비는 리터당 22.1km나 되구요. 판매가격 또한 이피션트다이내믹스는 4500만원, 320d 기본 모델은 4880만원, 모던은 5410만원, 스포츠는 5540만원, 럭셔리는 5650만원입니다.

기존에 비해서 조금 싸졌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입니다. 기능은 현격하게 늘리고 이 정도의 가격을 유지했다니 BMW 코리아가 이 차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짜릿함 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가격이나 서비스 또한 편안하게 하려 한다니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