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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현대차, 신형 싼타페 공인연비 표기에 불편한 꼼수?

연비가 차량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업체들의 꼼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한불모터스가 내놓은 시트로엥 DS3 등 수입차도 그렇지만, 심지어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마저 신형 싼타페의 공인연비를 표기하는데 이상한 꼼수를 부렸습니다.


지경부에 따르면 공인연비는 2012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복합연비로 바꿔적어야 합니다. 이 같은 조치는 기존 공인연비가 실 주행연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인데요. 시내구간 고속도로 구간 등 5개 사이클을 통해 연비를 측정한 값을 평균해 내놓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복합연비가 기존 연비 규정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도 낮게 표기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업체들은 신 연비 규정에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나온 차의 연비가 기존 연비에 비해 떨어진다니 그럴 수 밖에요.

따라서 이 규정은 올해 3월까지 유예 기간을 둬서 4월 1일부터 출시되는 차는 공식적으로 신연비만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싼타페를 내놓는 현대차도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기존 싼타페의 경우 연비가 15km/l에 달했지만, 새로 나온 싼타페는 신연비 기준으로 14.4km/l에 불과해 오히려 연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에서는 이상한 꼼수를 내놨습니다.

일단 카탈로그에서 연비 부분을 빼버렸습니다.


불과 4개월전에 나온 싼타페 카탈로그는 이랬습니다.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연비가 15km/l에 달한다고 광고하고 있지요?

하지만 새로 나온 싼타페 카탈로그는 같은 페이지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출력, 배기량, 토크.. 다 있는데 연비만 없죠.


카탈로그 전체에 연비 관련 이미지가 단 한개도 없고, 맨 마지막에 차량 제원을 표기하는 곳에 깨알만하게, 그것도 기존 연비를 함께 병기했습니다.


혹시 아래 페이지에서 연비를 잘 확인하실 수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신 연비기준 14.4km/l는 요즘 경쟁모델(?)에 비해 그리 높은 숫자도 아닙니다. 비록 차급은 다르지만 이달 초 출시한 골프 카브리올레는 16.7km/l, 벤츠 B클래스는 16.5km/l로 싼타페에 비해 훨씬 우수합니다. 아마 X3나 티구안 등 독일계 수입차들이 연비를 측정하면 싼타페에 비해 조금 우수한 연비를 받을게 분명합니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그리 대단한 꼼수라고 할 수 없을겁니다. 안좋은 것을 숨기려는건 광고의 속성이니까요.


그런데 소비자들이 차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먼저 인터넷을 검색할겁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싼타페 공인연비'를 검색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첫줄부터 보시면 조선비즈는 신형 싼타페의 공인연비가 17.0km라고 적었네요.  아주경제도 공인연비 17km/l에 괄호치고 신연비를 적었습니다. 유독 동아일보는 맞게 적었지만(대박에 100점?) 문화일보는 역시 리터당 17km로 적었습니다. 심지어 마이데일리는 제목에 연비 17km/l라고 적기도 했네요.


올해부터 신 연비를 표기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자들이 구 연비를 표기한 이유가 뭘까요.

바로 현대차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와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그렇게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싼타페 출시 보도자료에 연비는 이렇게 표기돼 있었습니다.


공인연비가 새롭게 바뀌었는데도 구 연비를 모두 적고, 괄호에 당구장 표시까지 더해서 신연비 기준을 적었습니다. 마치 신 연비 기준은 적지 않아도 되는것 처럼 말이죠.


절반이 넘는 기자들은 여기 넘어가서 기사에 구연비를 적는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반면 경쟁업체 및 수입차 업체들은 법에서 정한대로 4월 1일부터 대부분 신연비를 적고 있어서 마치 현대차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는 것 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지경부는 이런식으로 신연비와 구연비가 뒤섞여 소비자들이 자동차 연비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데 어려움을 겪을것이 우려돼 법으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차량 부착물, 신문, 잡지, TV 등 광고매체, 제품 안내서, 홈페이지에 표기하는 경우에만 위법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작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보도자료'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대차는 바로 이 '빈틈'을 노리는 꼼수를 부린 셈입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신연비를 표기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보도자료의 어떤 부분을 발췌해서 기사화 하는지는 기자들의 역량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쎄요. 현대차는 이에 앞서 출시한 벨로스터 터보에서는 그래도 형식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래는 벨로스터 터보의 보도자료 일부입니다. 

당연히 신연비를 기준으로 하고, 구연비를 보충해서 적었던거죠.


현대차가 싼타페를 통해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차'라고 착각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이상, 이후 나오는 차에도 틈틈이 구연비를 표기해 굳이 혼동을 방조하게 될까 우려가 됩니다. 제가 굳이 이 글을 길게 적는 이유도 그래서구요.


모던 프리미엄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던 현대차의, 알고보면 불편한 진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