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기자의 AboutCar

이 차를 시승해보고 좀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나 조용하고 너무 잘 달려줘서다. 디자인도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볼수록 오히려 고급감이 우수해보였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점은 소비자들이 대부분 이 차를 타보지도 않고 선입견만으로 차를 결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단 한번만 타봐도 생각이 바뀔텐데 왜 이 차는 구매리스트에도 오르지 않는지 이해가 안됐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혹은 그동안 공정하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르노삼성 SM7의 시승기를 적어본다. 



공격적인 디자인의 첫모습 - 멋진가 혹은 멋지지 않은가


멀찌감치서 그 스타일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차가 상당히 공격적인 모델이라는 느낌이 든다. 결코 이전 모델처럼 무난한 모델이 아니다. 



직선을 위주로 했던 외관은 최근 유행하는 쿠페 스타일의 뒷모양과 함께 둥글려졌으며 근육질의 몸매가 돼 있었다. 사실 이 헤드램프와 그릴을 보고 있자면 매우 값비싼 스포츠럭셔리 모델이 떠오른다.


바로 2억 2천만원에 달하는 CL63 AMG다. 


메르세데스-벤츠 CL63 AMG/ 오스트리아 키츠뷔엘=김한용 기자

이 정도면 무슨 차의 헤드 램프인지 헛갈릴 수도 있겠다.


SM7이 메르세데스-벤츠를 따랐든 아니든, 이미지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무척 강인하고 근육질의, 더구나 세련된 전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우디를 연상케 하는 그릴은 개인적으로 (아우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밸런스는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프론트 오버행을 늘려서 만들어낸 것이긴 하지만, 마치 FR차량을 보듯 길게 뻗은 보닛은 이런 세그먼트 차에서 보기 드문 디자인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비율이 우수한데 여기에 디자인 언어가 강하고, 풍부하며 대담하게 적용됐다. 그래선지 실제 차를 보지 않고도 차가 작을거라 짐작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이 차는 날렵하게 구성돼 있지만 실제 크기는 큰 편이다.


길이는 4995mm, 폭도 1870mm로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현대 그랜저(4910mm x 1860mm)보다 길이와 폭, 높이 등이 모두 조금씩 크다. 길이가 거의 5m에 가까워 존재감이 대단하고 크기도 한단계쯤 더 커보인다.



인테리어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감싸는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닛산의 느낌이 강했지만 이제 실내만 보면 완전한 유럽차로 여겨진다. 


실내에서도 놀랄 부분이 꽤 있다. 우선 시트 가죽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일반적인 차량용 시트 가죽은 다소 거칠고 단단한 느낌인 경우가 많은데, 이 차의 가죽은 무척 푹신하고 주름이 조금 잡혀 한눈에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알고보니 시승차의 경우 나파 가죽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가죽시트처럼 화학처리를 강하게 하지 않는 매끄러운 가죽만으로 만들어진 시트다. 시트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시 한번 다루겠다. 



물론 아무리 이렇게 디자인이 좋아도 표현력이 수반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이번 SM7에서 놀라운 점은 크게 향상된 표현력이다. 실내의 마무리, 패널간 일관된 간격, 면의 매끄러움 등이 실로 정밀한 수준이었다.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방청처리된 불소도장도 당연히 아름다운 수준으로 뒷받침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예술적 감각과 일본의 섬세한 제품 만들기의 결합체라는 느낌이든다. 본래 르노삼성자동차도 품질이 우수한 업체였지만, 르노와 닛산의 품질 수준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전에 비해 한단계 발전한게 분명해 보인다.



외관만으로 차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품질과 외관은 내용 또한 충실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점차 관심이 생겨 르노삼성, 르노, 닛산의 기술이 총 집약된 이 차를 조금 더 깊숙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여겨졌다. 


하이테크 장비 - 이런 기능 있는 차 있던가


이번에는 각종 기능을 더한점이 눈에 띈다. 


문을 열기 위해 도어 손잡이를 잡으니 바로 잠김이 해지되고 문이 열렸다. 차에서 멀어지면 저절로 문이 잠기고 사이드미러가 접히는 점도 신기하고 매우 유용하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시동을 걸면 검은 계기반에 붉은 바늘이 위아래로 춤을 추는 듯한 제스춰를 취한다. 브레이크는 버튼을 눌러 해지하는 전자식. 


브레이크 버튼 위는 스포츠모드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에 S모드 불이 들어온다. 이게 작동되면 변속이 더 빠르게 이뤄지고(높은 RPM 사용), 핸들의 단단함도 변화되는 등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현대기아차 경쟁모델은 이상하게 스포츠모드를 적용하는데 인색하다. 



내비게이션을 세팅할 수 있는 조그셔틀 버튼도 자리잡고 있는데, 초기에는 잘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오너가 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 맵은 아이나비인데,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것 같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오디오도 매우 우수해서 어지간한 수입차는 능가하는 수준. 굳이 오디오를 튜닝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점은 패들시프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간혹 있다는 점이다.



패들 시프트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인데, 일리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아래에 자리 잡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랜저나 K7 등 경쟁모델은 패들시프트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달려 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경쟁사의 쉽게 부러지는 패들시프트보다 좋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스포트모드에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변속은 스포티 보다는 부드러운 쪽으로 맞춰져 있다. 최고 6000RPM을 넘지 못하는데, 조금 더 스포티하게 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반적인 운전자는 이같이 부드러운 변속의 느낌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특히 공회전때 자동으로 중립으로 들어가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등의 장점도 매력적이다.

 

주행 감각 - 물렁한가 그렇지 않은가


이날 시승한 차는 3.5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매우 강력해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휠스핀이 일어난다. 젊은 층이라면 무척 좋아할만한 달리기 성능이다. 하지만 스포츠세단이라 할 수 있는 인피니티 G35에 장착되는 바로 그 엔진이니 패밀리 세단으로 보기엔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2.5리터 모델이라면 대부분 운전자에겐 충분할 것 같다. 



이 차를 주행 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우려는 혹시 지나치게 물렁하지 않은가라는 점이다. 노면의 충격이 거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본 운전자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 차는 그렇게 물렁하지 않고 의외로 단단하다. 코너에 일부러 과격하게 진입해봐도 기울어짐이 크지 않다.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느낌이 타이어에서 오는게 아니다. 타이어는 18인치가 끼워져 있고 단단하다. 서스펜션 구조 자체가 그 잔충격을 모두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결코 호락호락하게 만든 서스펜션이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서스펜션이 단단해서 노면을 명확히 읽을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안심하는 초고속 주행은 노면을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 차의 경우는 약간 위화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가변 서스펜션을 적용해 롤링은 효과적으로 잡아냈지만, 고속 주행에서 위아래로 출렁이는 형태의 움직임은 꾸준히 발생한다. 


이 차의 테스트 드라이버는 "이 차 서스펜션이 무르다고 말하는건 이해가 안된다"면서 "좀 더 과감하게 주행해보면 놀랄 것"이라고 잘라말한다. 서스펜션이 무른지 아닌지는 단순히 스프링의 강도나 차체 강성만으로 판단되는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개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 차는 지나치게 거칠거나 지나치게 부드러운 세팅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할만한 매우 좋은 밸런스를 갖고 있는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럭셔리함 - '좌석' 누가 앞서나 


자동차의 럭셔리는 여러가지 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승객이 앉은 공간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급의 자동차에선 뒷좌석-기업의 사장이나 가정의 어른이 앉는-이 불편하다면 결코 럭셔리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쟁사는 뒷좌석에 별다른 기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랜저나 K7은 기업 사장보다는 패밀리용으로 자리매김하고 사장은 에쿠스나 제네시스를 사라는 의미였을까. 


SM7의 뒷좌석은 이렇게 돼 있다. 열선과 오디오를 세팅할 수 있고, 전동 블라인드도 조종가능하다. 특히 앞좌석을 앞으로 젖히거나 뒷좌석을 눕히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랜저의 뒷좌석 리모컨은 비교할 수 없이 단순하다. 가운데 요란하고 커다란건 그저 오디오 볼륨레버다.

 

그랜저 뒷좌석 리모컨


위의 그랜저 사진을 보면 공기 토출구에도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는데,


SM7에는 이렇게 온도조절기가 별도로 있다.



조수석 시트도 전동으로 자유롭게 움직여진다.


운전자는 뒷좌석을 위해 동승자석 시트를 앞으로 당기거나, 혹은 여기 앉은 승객을 뒤로 눕혀 줄 수도 있다. 고급차라면 이런 기능 쯤은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운전석에는 등받이를 3단계로 나눠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안마 기능이다. 왜 현대기아차는 시트에 이런 고려를 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설마 이명박 대통령께서 소유하신 현대차 시트메이커 다스가 '그런건 못만들겠다' 하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공조장치에는 2가지 방향제를 장착해 3가지 단계로 뿜어낼 수 있게 돼 있다. 머리 아픈 싸구려 방향제는 아니고, 매우 고급스러운 향이다. 





휴식같은 자동차…르노삼성은 이 차를 잘 소개하고 있나


이제 한국 소비자들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 물렁한 서스펜션, 사장님을 위한 차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더 다이내믹한차, 더 잘 달리는 차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어 간다. 이 차의 내외장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좀 더 착 가라앉는 느낌의 세단을 국내 소비자들은 선호하고 있다.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강렬함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울 닛산의 기술력이 응집된 것이 바로 르노삼성의 SM7인데 어째서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가 되지 못한 것일까. 어쩌면 그 우수한 점을 잘 알리거나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아직까지 명확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뭔가 좀 아쉽다는 점은 지울 길이 없다.





르노삼성차는 서비스 품질이나 내구성, 방청 품질 등에서 국산차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 부분을 마케팅에 잘 활용해야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이며, 경쟁사들의 서비스 또한 긴장,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르노삼성차가 비록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발전한 자동차 회사지만, 언제까지나 입소문만 믿고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 



소비자들 또한 단순히 자동차 메이커의 광고나 쏠림에 끌리지 말고, 주관을 갖고 차를 살펴보면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 관련 갤러리 : 휴식 같은 차 르노삼성 SM7 화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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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나 달렸습니다.

  • 안승철 2014.01.02 01:01 신고

    제생각에 초반 김기자님의 시승기가 아주 컸다고 봐여 글구 김진표님도 이차 무지 까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