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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출시행사

전기차 폭스바겐 골프 블루e모션을 시승하다

오늘은 골프e블루모션, 쉽게 말해 골프 전기차를 시승했습니다.


설마 골프 전기차라고 해서 뭔가 골프 칠때 타는 카트를 떠올리고 계신건 아니시겠죠.


물론 그런건 절대 아니고, 이 차는 가솔린차 뺨칠 정도의 가속력을 가진 본격 전기차입니다. 시속 140km의 고속까지 주행할 수 있는 본격적인 차구요. 한번 충전으로 120km거리까지 주행이 가능합니다. 


교류(AC) 220V 전원으로 8시간만에 충전이 가능하고, 400V 전원이라면 4시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아직 직류(DC) 급속충전은 안되는 모델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차는 프로토 타입이고, 내년에 양산 모델을 선보이는데, 양산모델에는 DC 급속충전도 가능해진다고 폭스바겐 측은 말하고 있습니다. DC급속충전이 가능해지려면 충전용 AC/DC 어댑터를 차량 내에 설치해야 하는데, 무게가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죠. 


아 제가 너무 복잡한 얘기를 하고 있나요.


일단 차를 타는 과정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시승장소는 송도입니다. 앞으로 며칠간 이 시승행사가 계속된다고 해요.


그런데 리셉션에 계신 분이 예사 미모가 아닙니다.



청순가련형에 서구적인 마스크.



아 가만 보니 모델 최은아씨입니다. 간만에 뵙는데 역시 너무 예쁘시네요.


혹시 레이싱 모델과 직접 만나서 데이트(?) 하시고 싶은 분은 여기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해서 OO분께 비록 단체이긴 하지만 데이트 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


이날 행사장은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수백평에 달하는 공간을 놔두고 달랑 저 4자리에만 기자가 앉습니다. 총 8명의 고객을 수용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공간의 여유로움은 둘째치고라도 폭스바겐 특유의 흰색과 하늘색을 조화해서 실내를 꾸민점이 눈길을 끕니다.


흰색과 하늘색이면 BMW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BMW는 인테리어에 흰색과 회색을 씁니다.


유럽 브랜드를 보면 인테리어, 매장의 건축 방법 등에 면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수십년씩 이를 따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해외 모터쇼에서도 멀리 흰색 엄청나게 큰 흰색 부스에 하늘색이 조화된게 보이면 그냥 폭스바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럽 모터쇼를 다닐때 폭스바겐 부스를 반드시 미리 살펴야 하는 이유는 폭스바겐 부스에서만 제대로 된 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약간 찌질해 보이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그런 공식이 있습니다. 세아트SEAT에 가서 빨간 캐리어 가방을 받아야 하구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씩이나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기업이 주는 이미지가 각인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출고대기 주차장/사진=김한용기자


폭스바겐 본사(아우토슈타트) 건물은 대부분 이런 식


폭스바겐은 공기업이고, 세금으로 운영되던 회사기 때문에, 깨끗한 브랜드, 투명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드레스덴에 전 세계 유일의 폭스바겐 페이톤/벤틀리 컨티넨탈 유리공장이 있는거지요. 아우토슈타트의 주요 건물들도 투명하게 지어진게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반면, 아직 우리 기업들은 그런걸 정해 놓은 게 없는것 같습니다. 


매장 인테리어 방식도 매년 바뀌는데 어떤 식으로 고객의 체험(customer experience)을 향상 시키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룰을 정해야 잘못됐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개선도 하는건데요. 지금은 아직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정착을 못한 상태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현대차에 비해 기아차가 약간 더 잘하고 있기는 한데, 여전히 갈길이 멉니다.


아래는 이 전시장에 전시된 골프의 3가지 모델입니다. 이 골프들은 블루e모션과는 관계 없는 차입니다. 하이브리드도 아닌 디젤차량들입니다. 블루모션이라고 하지요. 



바로 이 차들이 골프 블루e모션. 그러니까 골프 전기차입니다.

충전 플러그는 전면부, 혹은 측면부에 꽂아서 충전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때마침 이 건물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돼 있었고, 폭스바겐 측은 이 시설에 별도 어댑터를 가져와서 충전을 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차를 출발시킬 수 있도록 실내에 도로를 만들어놨는데 꽤 그럴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승을 해봤습니다.


세계닷컴 이다일기자가 물어보고 있습니다. 이기자는 문선명 총재(문레티나 총재?)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괜히 회사에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이렇게 비몽사몽 시승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 계기반이 이상하네. 저건 뭔가요. 라고 하네요.



계기반을 보면 왼편에는 배터리의 충방전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가 있고, 오른편에는 현재속도를 알려주는 계기가 있습니다.


왜 RPM게이지가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원래 전기차는 RPM 게이지가 없습니다.


가솔린차는 기어가 몇단이 들어가있느냐, 토크컨버터는 얼마나 미끄러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RPM과 속도의 관계가 달라지지요. 예를들어 시속 30km에서도 5000RPM이 될 수 있는데, 시속 100km에서도 5000RPM이 될 수 있는겁니다. 그러니 속도와 RPM을 함께 봐야 변속을 하든, 엔진브레이크를 걸든 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전기차는 아예 바퀴와 전기모터 사이에 변속기가 없습니다. 단순한 기어로 연결 돼 있어 속도와 RPM이 정확하게 정비례하므로 속도계만 보면 RPM을 볼 필요가 없는겁니다.



그러나 엔진 브레이크의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장치가 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는 위치에는 차량의 배터리/모터 상태를 보는 그래픽이 나타납니다.


이 그래픽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전기모터(지금 초록색 부분)와 에어컨 컴프레셔(지금 파랑색 박스 부분)이 나뉘어져 있다는겁니다.


왜냐면 에어컨 컴프레셔가 엄청난 양의 전기를 가져가기 때문에 따로 표시됩니다. 평소에는 회색이다가, 에어컨이 동작할 때는 저 파란색이 나타납니다.에어컨 아껴써라. 라는 무언의 압박인셈이죠. 


저 초록색 박스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즉 감속할 때는 모터가 충전 모드로 들어가면서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다시 가속하면 파란색이 됩니다.


차에는 배터리가 두곳에 장착됩니다.


차체 아래에 메인 배터리가 장착되고, 세컨 배터리는 트렁크 아래에 장착됩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골프에 비해 트렁크가 6cm가량 올라오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뒷좌석을 앞으로 젖혀도 평평해지지가 않습니다.



음 그러고보니 뒷좌석이 국내서 팔리는 골프보다 좋은것 같습니다.


에어컨 토출구도 있고, 컵홀더도 접이식으로 마련돼 있네요.



오디오 시스템도 조금 더 나은것 같았습니다.


뒷좌석 문짝에 트위터가 있고, 하단에 스피커가 또 있네요.


그러나 직물 시트라는 점은 함정이죠. 


인천대교를 건너며 여러가지를 시험해봅니다. 


잘 달리긴 하나, 브레이크 감각은 어떤가.


코너링은 어떤가.



그런데 여러가지 보니 일반 골프와 비교했을때 주행감각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어보였습니다.


외관도 차이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면 전기차인지 모를 뻔 했어요.


앞모양도 골프와 같은 느낌입니다.


한가지 차이를 굳이 찾아보자면



그릴이 뚫려있지 않다는겁니다. 일반 가솔린 엔진처럼 많은 공기를 끌어와 태우는게 아니라, 뜨거워진 모터를 식히는 정도의 공기만 필요하므로, 차라리 그릴을 막아서 공기저항을 줄이는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저 작은 그릴부의 공기 저항은 차량 전체 저항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만 매끈하게 할 수 있으면 적어도 전체 10% 정도는 저항을 줄일 수 있을겁니다.


오늘 타본 골프 블루e모션은 당장 시장에 내놔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골프와 똑같은데, 엔진대신 모터만 달린거죠.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는 이유를 이 차가 충족시켜 주고 있느냐는겁니다. 그래야 팔릴텐데요. 


세상에 전기차를 사는 사람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전기차의 경제성을 생각해서 

2. 지구 친환경을 위해서

3.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어서


하지만 1번 경제성을 생각해보면 전기차가 경차라도 4000만원이 넘고, 이 차 골프라면 적어도 7~8천만원은 할 것 같은데요. 이걸  연료비로 뽑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년에 300만원씩 연료를 태운다고 해도 10년동안 써야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경제적이지 않은겁니다.


2번 지구 친환경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더 만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전기에너지는 무한정 나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원전사고 등의 여파로 이 생각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당장 원전을 세우라는 의견이 너무도 강해 일본은 원전 발전을 중단한 상태고,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도 원전 발전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 전기를 어떻게 발전해야 하느냐. 아직 비용대비 효과가 탁월한 친환경 발전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화석연료 발전에 기대게 되는데, 중국같이 갈탄 발전에 치중하는 경우는 전기차를 도입하면 오히려 CO2배출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석탄을 태워 발전한 전기를 송전, 배전, 자동차에 끌어와서 충전하는데 전기가 많이 소진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웰투탱크라고 하는데, 발전에서 자동차에 충전하는데까지의 과정에 소요되는 CO2 배출을 보면 디젤 자동차가 그냥 굴러가는것보다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건 아닙니다. 태양광 발전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고, 독일의 경우 25%는 친환경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점차 이 비중은 늘어날거구요.


제가 말씀 드리는건, 단기적으로 봤을때 아직 전기 생산 방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고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지금 전기차를 운행하는건 지구 환경에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겁니다. 


그러면 3번, 이 차를 소유한 사람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가.


제가 봤을때는 이 차가 그걸 못해주고 있는게 아쉽습니다. 디자인을 골프와 똑같이 하는건 좋은 일이지만, 지금처럼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홍보를 하는데는 도움이 안됩니다.


대체 누가 이런 차를 갖고 싶겠어요?


지금 만드는 전기차라면 조금 더 화려하고,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만들어야 의미도 있고, 조금이나마 팔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면에서 BMW가 하고 있는 i3나 i8 혹은 테슬라모터스가 만들고 있는 로드스터 같은게 필요합니다. 


최소한 갖고 싶어야죠!


지금 골프 블루e모션이나 현대차 블루온, 기아차 레이EV는 미래에 소비자들이 모두 전기차로 이전하고 나서, 전기차 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할 때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차입니다. 세상에 몇 되지 않는 전기차 수요를 개척하고 이끌 수 있는 차가 결코 아닌겁니다. 만들기만하고 판매처는 생각하지 않는게 바로 기업이 공공기관과 지나치게 긴밀해졌을때 생기는 부정적인 현상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