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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코란도 투리스모 시승기…"아쉬움도 많지만 탈만해"

코란도 투리스모를 시승하고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쌍용차와 임직원들이 겪는 아픔과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이 차를 구입할 소비자 입장도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2500만원~35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요즘 어려운 쌍용차 입장을 감안해 품질을 양해해 줄 수 있을까. 함께 차를 탄 3명의 기자들도 마찬가지로 복잡한 심정이라 했다. 토론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아쉬움도 많지만 그런대로 탈만 하다" 정도로 마무리 됐다.

▲ 코란도 투리스모가 줄지어 서 있다.


◆ 기아 카니발, 현대 스타렉스와 경쟁할까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는 11인승 미니밴이어서 기아 그랜드 카니발,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디젤 왜건의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다. 경쟁차량들은 학원차 같은 미니 버스 역할도 겸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이 차의 용도를 다르게 설명한다. 코란도 투리스모를 가리켜 '실제 11명이 탄다기 보다 6~8명이 여유롭게 타고 짐까지 싣는 레저용차 개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차는 후륜구동 기반이어서 2륜 구동 모델을 선택하면 눈길을 달리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이런 종류의 차량은 승객이 타지 않았을때 뒤가 유별나게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도 눈길 주행이 쉽지 않은 차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기아 카니발은 전륜구동이어서 상대적으로  눈길에 유리하다.

다행히 코란도 투리스모는 상급모델(2854만원부터)인 4륜구동 모델을 갖추고 있다. 파트타임 4륜 구동이어서 자주 사용되지는 않을테지만 눈길이나 캠핑 등 가벼운 오프로드를 다니는 경우에 활용도가 있겠다. 

출력은 155마력인데, 기아 그랜드 카니발은 197마력,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는 175마력이어서 열세다. 이전과 같은 5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됐지만, 연비는 12.0km/l로 카니발(10.9km/l)에 비해 우수하다.

쌍용차 이유일 사장은 이 차의 올해 판매 목표를 2만대로 잡았는데, 지난해 경쟁모델들이 9인승과 밴을 포함하고도 스타렉스가 4만5325대, 카니발이 3만712대를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야심찬 목표라 할 만 하다.

◆ 실내 앉아보니…아직은 발전중

미니밴 임에도 문을 당겨 열도록 만들어져 드나드는데 좀 불편했다. 당겨 여는 방식은 문의 크기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과 시간 제약 등으로 아직 슬라이딩 도어를 개발하지 못했다는게 쌍용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그래도 경첩방식 도어가 부품 가격이 더 비싸고, 오토바이 사고를 막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간을 봐도 아무래도 11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는 차는 아니었다.  실내 길이는 축거(앞뒤 바퀴축간 간격)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3000mm이니 경쟁모델 그랜드 스타렉스의 축거(3200mm)나 전륜구동인 그랜드 카니발의 축거(3020mm)애 비해 상대적으로 좁았다. 전폭도 1915mm로 그랜드 카니발(1985mm)보다 실내 폭이 좁았다.

실내 마감 품질도 역시 매끄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여전히 단차가 꽤 있고 나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거나 질감이 뒤떨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좀 투박하고 거친것이 쌍용차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소비자들도 있으니 평가는 각자의 몫이겠다.

▲ 코란도 투리스모의 인테리어

 

계기반은 속도를 나타내는 디지털 계기가 있고, 대시보드 중앙에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나오는 아날로그 계기가 분리돼 있어 익숙치 않았다. 물론  미니(MINI) 같은 차에는 전통적으로 속도계를 비롯해 계기 일부가 중앙으로 와 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2열이 전후 넓은 범위로 조정되는 점은 큰 장점이다. 2열 시트를 뒤로 쭉 밀면 무릎공간을 매우 넓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3열을 그런대로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세팅하자면, 4열은 앞좌석 등받이와 시트 방석부위가 맞닿았다. 물론 그저 짐 놓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꽤 괜찮은 트렁크인 셈이다. 구조상 11인승이어서 연간 세금이 6만원5000원으로 저렴한 점도 이점이다.

반면 2열 머리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데, 선루프가 차지하는 공간이 두꺼워 가뜩이나 좁은 머리공간을 더 좁히는 경향이 있으니 선루프는 선택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하다.

안전 사양은 좀 특이하다. 시트 헤드레스트 높이가 어지간한 성인 남성 머리에 맞춰지지 않을 정도로 낮고, 1열에만 사이드 에어백이 있는 점이 의외다. 하지만 2005년에 있었던 한국신차 안전도 평가(KNCAP)에 따르면 운전석과 조수석의 안전성이 각각 별5개와 4개로  우수하다.

◆ ‘달리는 차’ 아니지만 매력 있어

4륜 구동은 상시 동작하는 것은 아니고, 별도 버튼을 눌러서 동작하도록 돼 있다. 시승차만의 문제였는지 4L을 세팅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았지만, 4H를 선택한 경우라도 시속 80km 이상이나 급코너를 달리지 못하게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트타임 4륜구동 기능이 그리 자주 사용되지는 않을 듯 하다. 험로나 눈길을 탈출하기 위해 잠시 사용하는 정도로 보는게 좋겠다.

차를 가속해보니 가속페달, 핸들, 브레이크는 요즘 유행하는 타이트한 감각과는 좀 거리가 있다. 말하자면 노면에 맞닿지 않고 붕 떠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핸들을 꺾거나 제동을 하기 전에 멀리 내다보고 예측 운전을 해야 했다. 당초 로디우스는 영국 RCA의 켄 그린리(Ken Greenly)가 '요트'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차였는데, 실제로도 차가 아니라 배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55마력의 엔진은 2.2톤의 차체를 끌고가는데 아쉽긴 했지만, 못 달릴 정도는 아니다. 느긋하게 시속 100km 까지만 달리는 정도가 이 차에 맞는 주행방법인 듯 하다. 반드시 스포티한 차만 좋은게 아니고, 편안하게 여러 승객을 태우는 것 또한 자동차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세팅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운전자도 있겠다.

이전 로디우스에 비하면 디자인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더구나 4륜 구동이나 개성있는 외관 등 경쟁모델이 갖지 못한 장점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한번쯤 눈여겨 볼 만 하다.

장점

- 개성있고 이전에 비해 향상된 디자인
- 조용한 엔진과 부드러운 승차감
- 11인승의 저렴한 세금 혜택

 

단점

- 경쟁차에 비해 좁은 실내 
- 11명을 태우면 움직여지지 않을 것 같이 턱없이 부족한 엔진
- 안전이 위태로운 수준의 주행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