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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기아차, 프랑크푸르트서 국제적 개망신...요즘 대체 왜 이러나

사실 모터쇼에서 콘셉트카가 고장나는 일들은 빈번하죠. 


전시해놓은 차가 방전된다거나 해서 나중에 끌고갈 수 없게 되거나, 심지어 문고리 부품이 부러진다거나 뭐 그런 일들도 비일비재 합니다.


사실 겉보기엔 화려하게  보이는 콘셉트카도 속은 대충 만들어진 뼈대에 덧붙이는 것이 태반이니까요. 


그렇지만 요즘 콘셉트카는 옛날과 달라서 계기반이나 라이트, 전장부품 같은 곳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제작 소재 또한 실제 차에 사용되거나, 혹은 콘셉트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 눈 높이가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옛날처럼 폴리카보네이트로 대충 만들어 여기저기가 까딱대는 차량을 내놓는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상하이나 북경 모터쇼에 가면  아직도 이런 수준의 콘셉트카를 볼 수 있지만, 우리 수준에선 멀리서 봐도 대번에 조악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예요. 


요즘은 차가 등장하는 과정도 서로 경쟁하다보니 얼마나 극적으로 발전하는지 몰라요. 실제로 서킷을 주행해보고 기록을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차의 내부 부품까지 전부 완벽하게 꾸며놓은 양산차와 가까운 콘셉트카도 있습니다. 


최소한 차가 움직이는 효과를 보여주는게 워낙 일상적이 되다보니 누군가 차를 몰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움직이게 한다거나 전기모터를 이용해서 차를 움직이게 하는게 어렵지 않게 된 것이죠. 


이번에 기아차는 지난번 제네바모터쇼에 이어서 차를 셔터 안에서 꺼내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5분간 이 차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음악이 고조된 후 셔터가 열렸습니다.


예쁜 모델이 차안에 타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차는 끝내 차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차를 움직이는 배터리가 방전돼서라고 합니다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어쨌건 수백명의 기자를 모아놓고 가장 핵심차가 무대에 올라오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창피한 상황은 맞는 것 같습니다.


차세대 아이폰을 시연하는데 폰이 켜지지 않았다는거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우리 기업이 세계 최대 모터쇼에 나가 세계 기자들 상대로 쇼를 하면서 이런 허무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끝으로, 간혹 ''프로토타입'이 아닌 콘셉트카는 안움직이는거' 이렇게 알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프로토타입과 콘셉트카는 원래 같은 말입니다. 양산차가 아닌 차를 콘셉트카라고 하거나 프로토타입이라고 하지요. 



아래는 제가 속한 모터그래프 ( http://motorgraph.com )에 올린 기사입니다.


http://www.motorgraph.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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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세계 수백명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큰 망신을 당했다. 최근 허술해진 품질이 콘셉트카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아차가 10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열린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야심작 '니로(KED-10)' 콘셉트카를 내놓으려 했지만 차량 고장으로 인해 차를 공개하지 못했다. 


기아차는 순서에 맞춰 프레스컨퍼런스를 개최했으며 수백명의 기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가운데 니로를 공개하려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니로를 중심으로 전시부스를 설계하고 전동으로 작동하는 셔터를 장치하는 등, 말 그대로 니로가 이 전시의 핵심이었다. 


올해는 특히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기자가 기아차의 프레스컨퍼런스를 찾았다. 최근 기아차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던 가운데 이같은 일이 벌어져 관계자들의 충격을 더했다. 


프레스컨퍼런스는 기아차의 유럽에서 다양한 실적과 품질 개선노력 등을 선보인 후 앞으로 기아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가운데 콘셉트카를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셔터가 열리고 강렬한 음악이 고조되며 연막이 모두 걷힌 후에도 차는 등장하지 못했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갑자기 이리저리 분주히 뛰며 원인을 찾으려 했고, 낯익은 목소리의 한국말이 사방에서 나왔다. 물론 기자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림이 계속됐다. 


기아차 측은 "차가 아직 부끄러워 한다"면서 웃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수많은 기자들은 실망감을 거두지 못했다.


  
▲ 결국 직원들이 니로를 손으로 끌고 나왔다


모든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기아차와 전시 관계자들은 무대위로 뛰어올라 손으로 차 바퀴를 굴리며 차를 전진시켰다. 차가 아직 연약한 콘셉트카여서 혹시라도 부서질 우려가 있어 차체를 손으로 밀지는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기아차는 체면을 구긴 니로를 힘겹게 밀어 사진 촬영을 시도했지만 이미 대부분 기자들은 다음 부스로 넘어간 후였다. 기아차 피터슈라이어 부회장과 오태현 해외영업본부장은 차 옆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이를 본 양웅철 부회장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즉시 자리를 떴다. 양 부회장의 주변엔 현대기아차 직원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른 차들에 대한 소개자료를 담은 책자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기아차측은 니로의 파워트레인이 1.6리터 가솔린엔진과 고성능 전기모터가 조합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전시차에는 작은 전기모터만 장착돼 있고, 이를 위한 배터리가 방전돼 차가 움직이지 못했다고 현장 전시 관계자는 밝혔다. 


  
▲ 기아차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총괄과 오태현 해외영업본부장


한편, 이번 모터쇼에 공개된 콘셉트카 니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제작한 10번째로 콘셉트카로, 유럽 소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콤팩트한 차체에 기아차 특위의 패밀리룩과 과감한 디자인의 헤드램프, 버터플라이 도어 등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급 T-GDi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됐으며, 7단 DCT가 탑재돼 최고출력 205마력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고 기아차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