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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현대차 추구하는 '최대마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달 10일, 저희 모터그래프는 현대차 양웅철 부회장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장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현대기아차만 보는게 아니고 모터쇼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도 새로 나온 벤츠S클래스 운전석에 올라 이것저것을 관심있게 살펴보았습니다. 


곁에 있던 현대차 직원은 "이게 새로 나온 S클래스인데, 성능이 좋긴 하지만 우리 에쿠스에 비해 연비가 떨어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직원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겁니다. 설마 그럴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셨겠지만 실상 신형 S클래스는 에쿠스보다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연비는 훨씬 더 좋거든요. 



현대차 양웅철 부회장이 신형 S클래스에 타 있다.




현대 에쿠스 5.0은 429마력을 내고 표시연비는 7.3km/l(국내 기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번에 나온 신형 벤츠 S500은 4.7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해 455마력을 내며 연비는 유럽기준으로 11.6km/l에 달합니다. 출력도 우수하고 연비는 거의 60%나 우수한겁니다.


고성능인 S63AMG는 무려 585마력을 내는 슈퍼카급이지만 연비는 9.9km/l를 내니까 여전히 에쿠스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국내 출시 예정인 S350 블루텍의 연비는 무려 18.8km/l(유럽기준)에 달하니 이건 말그대로 '넘사벽'의 연비입니다.


여기서 좀 더 생각해 볼 일이 있습니다. 


최근 국내 판매되는 차량 중 상위 40위에는 현대차가 단 한대 올라 있을 정도로 국산차들은 연비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못합니다. 


다만 최근 무려 272마력을 낸다는 쏘나타와 K5 터보가, 204마력을 낸다는 K3와 벨로스터 터보가 나오는데 이들 차량은 출력이 높다는 점이 광고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 출력을 내는 소형, 중형차들은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연비나 다른 부분이 떨어지는 대신 출력이 강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는겁니다. 


그러고보면 최근 현대차의 출시 차량들은 전 차종에 걸쳐 일제히 최대 출력(마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크게 잘못된 듯 합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시장에서는 스포츠카 같은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점차 '최대출력'보다는 차량의 가치와 재미, 안전성과 연비 등을 위주로 차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력을 높이는 이유도 결국 운전재미를 높이기 위해선데,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270마력짜리 차를 타보면 이게 무슨 재미가 있나 싶습니다. 200마력 넘는 K3쿱 터보도 타보면 어딘가 밋밋하긴 마찬가지구요. 


재미를 놓고 보면 150마력짜리 폭스바겐 골프 정도면 무척 재미있고 183마력짜리 BMW 3시리즈면 짜릿한 정도지요. 


내수 시장 흐름을 봐도 현대기아차가 가장 강력한 경쟁모델로 지목하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엔트리 모델을 보면 이 차들도 모두 출력이 180마력 남짓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운전재미는 272마력이라는 현대 쏘나타보다 몇십배는 더 재미있고, 심지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운전재미라는것, 안정성이라는게 단지 출력 조금 올려서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연비에서 봐도 이들은 '듀얼클러치 변속기', '터보 차저', '디젤 엔진'을 적극 도입하고 연비를 극단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도입하는데 인색해 사실상 몇발짝 뒤쳐져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막연히 마력 높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소비자들의 더 이상 환심을 살 수도 없는겁니다. 단순히 숫자를 늘어놓고 자랑하기 보다는 차를 타보고 느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소중히 해야 합니다. 그저 마력이 높다고 홍보하는건 자동차 경험이 부족한 후진국에서나 통했던 마케팅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