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기자의 AboutCar

“우와! 세가랠리에 나온 차다!”


일행 중 한명이 체면도 잊은채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럴만 했습니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왕년에 가장 좋아하던 게임, 세가랠리의 주연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으니 감동적이기까지 했죠.



혹시 기억하시려나 모르겠어요. 오락실에서도 인기였고, 가정용 게임기로도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게임 세가랠리입니다.




이 게임의 배경은 WRC, 거기 나오는 1등 자동차는 바로 도요타 셀리카와 이태리 브랜드 란치아의 델타였습니다. 당시 도요타는 WRC에서 3차례나 우승을 하는 등 펄펄 날았고, 마니아들에게 꿈의 차를 만들어주는 브랜드였던겁니다.


바로 그 WRC 랠리 차를 만들어 낸 곳. TMG를 직접 찾았습니다.




◆ 도요타 고성능 차의 산실, TMG에 가다


도요타 TMG는 레이스의 성지라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30분 거리인 쾰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쾰른 대성당


레이스차를 만드는 즉시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할 수 있어야 했기에 TTE는 79년에 이곳에 팀을 꾸렸지요. 현대차도 지난달 뉘르부르크링 부근에 드라이빙센터를 지었는데, 이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섭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라면 메르세데스-벤츠에 AMG가, BMW에 M이 있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그런데 도요타에 TMG(Toyota Motorsport GmbH)가 있다는 것은 잘 모르시더군요. TMG는 AMG나 M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모터스포츠를 운영하기 위한 개발 자회사로 출발한 회사입니다. 


그러고보면 도요타는 레이스로 잔뼈가 굵은 기업이었네요. TMG는 과거 도요타 팀 유럽(TTE)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고 1973년 랠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으니까요. 최근 르망에서 아우디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던걸 기억하실겁니다. 이런게 바로 TMG가 하는 일인데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TMG가 이제는 수면위로 급부상했습니다. AMG나 M처럼 양산차 개발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 박물관을 살피다


TMG는 레이스카를 만들기 위한 핵심 시설이기 때문에 전체 시설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공개된 곳은 박물관, 풍동시험실 외부, 튜닝카 제작라인 등이었습니다.

 박물관.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 거대한 풍동시험실이 좌우 천장 부위에 장치돼 있다. 위의 F1 레이싱카처럼 공중에 매달아 측정하기도 한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도요타 WRC 레이스카가 눈에 띄었습니다. 


40년 역사의 도요타 레이스카가 모두 전시된 것은 아니지만 WRC 랠리카, F1, 포뮬러, 르망머신 등이 모두 전시돼 도요타의 모터레이스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때 F1을 달리던 도요타 F1 머신들

변속기와 엔진은 물론, 드라이버의 옷과 헬멧, 신발 등을 모두 마네킹에 입혀 그대로 보존한다.


이곳 박물관에는 도요타 최초의 F1 시험모델부터 엔진과 변속기, 레이서들이 입었던 수트들까지 모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습니다. 페라리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도 F1에 사용된 용품이나 트로피들을 전시하기는 하지만, 도요타처럼 꼼꼼하고 완벽하게 보존하고 완전히 공개 된 곳은 드물죠.


공장엔 다양한 차종이 세워져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요타의 TS030 하이브리드'였습니다. 르망24시 레이스에 등장한 이 머신은 경쟁차였던 '아우디 R18 이트론' 머신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2년 연속으로 자꾸 충돌 사고가 나니 하늘도 무심합니다. 올해 르망 24시에선 한대가 남아 2위를 차지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 컴플리트 자동차 생산…뭘 만들고 있을까

 

LS460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풍돌시험 모형


최근 도요타 TMG는 활력이 넘치는게 느껴집니다. LFA같은 슈퍼카는 물론 86등 스포츠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TMG는 도요타 86을 튜닝(성능 강화) 한 컴플리트 모델을 내놓는 일로 바쁘다고 합니다. 사실 86은 튜닝하기 좋게 만들어진 차죠.  엔진, 서스펜션 등 기본기가 우수한 스포츠카지만 값비싼 부품을 장착하지 않아, 약간만 고급 부품을 장착해도 성능이 대폭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젊은 소비자들이 구입 후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꾸미는 것이 기본 콘셉트로 설계돼 있습니다.


도요타 86은 기본적으로 에코 타이어가 끼워져 있는 등 운전자 재미를 위해 드리프트하기 쉬운 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TMG에서는 이 차를 레이스에 걸맞도록 튜닝한다고 합니다. 차체 실내의 대부분 부품을 걷어내 경량화하고,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모두 스포츠용으로 개조합니다. 


레이싱카 수준으로 튜닝된 LFA


일본 GAZOO 레이싱팀은 여기 터보차저를 장착해 320마력으로 엔진 성능을 강화한 모델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어디까지나 레이스용 차량을 만들고 있으므로 터보차저를 장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터보가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는 거의 없으니까요.


이곳에선 야리스(Yaris) 랠리카도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실내외를 보면 그저 디자인 차원에서 만들어 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실제 랠리에 나가는 것을 감안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연료통이나 연료라인은 하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돼 있고, 높이 조절이 가능한 서스펜션, 연료와 전기 컷오프 스위치가 갖춰져 있었습니다. 머플러와 촉매도 변경됐고, 실내에는 랠리용 시트가 장착됐습니다. 여기 소화기와 롤케이지도 갖췄고, 6단 수동 기어박스도 랠리용으로 기어비가 바뀌었습니다.

 

당장이라도 WRC를 달릴 수 있는 차량이고, 실제 지난 8월에는 WRC 독일 랠리에서 제로카(랠리 시작에 쓰이는 첫번째 차)로 등장했던 것을 보면, WRC에 다시 복귀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갖춰진 셈입니다. TMG는 이 차를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22500유로(약 3130만원)로 랠리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셈이죠. 

 

◆ 스포티한 도요타 브랜드 만들기, TMG의 활용이 핵심

 

도요타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못지 않게 레이스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회사입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이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요. 미국 시장에서의 엄청난 성공 때문이었는지 도요타는 2000년대 들어 별다른 스포츠카를 내놓지 않았고, 대중차 또한 그리 공격적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그저 재미 없는 차의 대명사가 됐었지요.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도요타의 가세가 기울자 2009년 도요타 자동차 창업주의 손자이자 카레이서인 아키오 토요다(豊田 章男)를 회장직에 앉혔고, 회장의 의지로 다시금 '스포티한 도요타'의 재건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아키오 토요다는 회장으로 오르기 전부터 도요타의 레이스팀인 GAZOO팀의 드라이버였을 뿐 아니라 회장직에 오른 후에도 뉘르부르크링 24시 자동차 레이스에 수년째 직접 참여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독특한 인물입니다.  도요타자동차의 방향을 회장이 몸소 보여 준 것이지요. 최근의 도요타 자동차들이 무난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스핀들 그릴 같은 스포츠카 스타일의 디자인을 갖게 된 것도 이같은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카를 만든다고 하루아침에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브랜드의 전통면에서나 기술력면에서도 이미지 변화 노력의 성공 여부는 바로 도요타 레이스의 산실 TMG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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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지나가다 2013.11.07 22:00 신고

    요즘 전반적으로 일본업체들의 레이싱 참여가 줄기는 했죠. 전반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고성능보다는 연비와 전자장비 중심으로 옮겨가보니. 그런듯하기도 하구요. 911에 MDPS를 쓰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현대차도 WRC등에 참여 한다던데 자동차레이싱이 많이도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 이종격투기 정도만큼이라도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부인 허락없이 남편들이 자동차 종류를 선택하는 날이 올까요. ㅠ.ㅠ

    • 그러게 말입니다. ^^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MDPS가 원가를 절감하거나 연비를 향상하기 위해서
      자동차의 핸들링 감각을 해치는 물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기계적으로 봤을 때 유압식 비해 나쁜지는 모르겠습니다.

      핸들링 감각으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포르쉐나 BMW가
      굳이 핸들 감각을 포기하면서 연비를 추구했을거라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더구나 유압식이라는게 결국 기어(혹은 벨트)로 파워를 더해주는 것이니
      유압식 이전 핸들을 만지던 사람들이라면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생각도 되겠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요.

      실제로 모터드라이브 파워스티어링은 세팅만 잘하면
      다양한 환경에서 원하는 느낌을 뽑아낼 수 있는 멋진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 RidgeMu 2013.11.23 23:30 신고

    오우 정말 멋지고도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저런게 언제쯤 생길까요. 현기도 이제 차팔이만 하지말고 저런것도 생각해줬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