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장 혼다적인 자동차 시빅을 타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75년 CVCC엔진의 혼다 시빅
혼다는 다양한 차를 만들고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혼다적'인 자동차라면 단연코 혼다 시빅을 들어야 할 것이다.

혼다는 1946년 혼다기술연구소로 출발하여 모터사이클로 국제 대회서 여러차례 우승하여 입지를 확립하는 듯했다. 그러나 혼다 최초의 자동차인 스포츠카 S360과 1300이 큰 인상을 주지 못해 혼다의 4륜차 시장 진입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1970년 재정된 미국 대기환경보전법(US Clean Air Act)을 만족할 수 있는 엔진이 전무한 상황에서 1975년 혼다는 시빅에 복합와류조속연소기관(CVCC) 엔진을 얹어 세계 최초로 이 법을 통과한다.

CVCC 엔진은 오늘날의 희박연료연소엔진(린번:Lean Burn)과 유사한 구조다. 당시는 희박한 연료에 점화를 시킬만한 컴퓨터 제어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연소실을 두개로 나누어 주 연소실에는 희박한 비율의 연료를 집어넣고 부 연소실에 점화가 가능한 비율의 연료를 넣는 아이디어로 적은 연료로도 연소가 가능하게 했다.

당시 이 엔진은 배기가스에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적도록 설계한 것은 물론 연비마저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혼다는 이 엔진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놀라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 맥라렌과 함께 F1 경기의 우승을 휩쓸어 '엔진 기술 = 혼다'라는 등식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켰다.

이후 시빅은 1972년 첫 판매 이후 신뢰성과 성능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 현재까지 판매 대수가 무려 1600만대가 넘는 혼다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늘날의 혼다가 있게 한 일등공신 혼다 시빅을 만나본다.

 

로봇을 조종하는 기분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부 디자인은 마치 일본 만화에 나오는 로봇 얼굴을 보는 듯 강렬하고 남성적이다.

유럽에서 보던 시빅 해치백이 더 멋지긴 하지만 시빅 해치백은 영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에 들여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내에 들어서면, 마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들만큼 미래지향적이고 과감한 인테리어다. 

핸들은 지름이 작은데다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약간 찌그러진 원형이라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중심에서 살짝 올라와 있는 점, 고무를 적절하게 사용한 점도 그립감을 높여주는 좋은 요소다.

핸들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틸트'와 거리를 조정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제공되는 점도 좋다.

이 차의 실내는 온통 플라스틱으로 짜여 있는데, 질감이나 꾸밈의 기교가 대단해 플라스틱을 다루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썬 바이저도 천정의 홈 안으로 쏙 들어가게 설계 되어 매끈하고 단차가 없다.

평범해 보이는 곳은 모두 없애기로 마음 먹은 모양인지, 핸들부터 도어손잡이, 계기반, 어느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기반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타코메터만 있고, 속도계가 없다.

시동키를 돌리면 그제야 전면 유리 바로 아래에 디지털 속도계가 나타난다.

혼다에서 '듀얼링크'라고 명명한 2단 구성 계기반은 독특한데다 전면을 보면서도 현재 속도, 연료계 등 주요 정보가 항시 시야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

사이드브레이크도 응당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라, 상당히 앞으로 나아가 있다. 기어노브도 SUV의 기어노브마냥 앞부분에 올라붙어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우리가 기어노브 위치로 생각하는 부분에는 컵홀더가 자리잡고 있다.

재떨이는 컵홀더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운전자는 불필요한 재떨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시빅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미국시장을 의식한 배려다.

시트는 저반발 우레탄을 채용해 매우 단단한 느낌으로 편안하지 않지만, 홀드감이 좋다.

뒷좌석의 무릎 앞 공간은 부족한편이 아니지만, 레그룸은 다소 좁아 발을 앞좌석 아래쪽까지 밀어넣어야 하는 준중형차 정도의 공간이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런 인테리어라고 하기 보다는 스포티하고 화려한 느낌이다.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드라이빙

엔진은 평상시 조용하지만 가속할 때 소리가 꽤 크다. 저음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그런대로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이 든다.

전륜구동의 특성이지만, 토크스티어(급 출발시 핸들이 틀어지려는 현상)가 다소 느껴지는 점은 좀 아쉽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해 노면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타입이다. 핸들의 느낌도 빡빡해서 어지간히 고속으로 달릴때나 헤어핀을 공략할 때도 흔들림 없이 그대로 빠져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핸들을 좌우로 움직여 보았을 때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 타이트한 스포츠카 감각이 매우 좋다.

이 가격대의 차가 핸들에 패들시프트를 마련한 점은 대단한 매리트다.

그런데, 일본 메이커들의 패들시프트를 만날 때 마다 아쉬움을 느낀다.

일본차들은 대부분 패들시프트를 오로지 M(메뉴얼)모드나 S(스포츠)모드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한다. 시빅의 경우도 S모드에서만 패들 시프트를 사용할 수 있는데, 패들시프트를 한번 조작하고 나면 M모드가 되어 이후 기어 변속이 자동으로 되지 않는다.

패들 시프트는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D모드 운행 중에도 추월하거나 언덕을 올라갈 때, 언제고 사용하고 다시 D모드로 복귀 되어야 사용이 편리하다.

유럽차들은 대부분 D모드 주행 중 패들시프트로 조작할 수 있으며, 10초쯤 지나면 자동으로 다시 D모드로 전환되는데, 대부분 일본차들이 이런 방식을 지원하지 않아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도 많다.

시빅 2.0의 연비는 11.4km/l 로 국산 중형차와 큰 차이가 없지만, 곧 발표될 하이브리드의 경우 고회전,저회전,아이들링 3단계로 나뉘어 1.3리터 엔진으로도 토크는 1.8리터 엔진과 같은 수준에 끌어올리는 동시에, 연비는 무려 31km/l(일본 시내 연비 기준) 수준에 이른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다.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다

혼다로서는 가장 중요한 모델을 드디어 한국에 내놨다.

그런데 가격이 2990만원으로 다른 수입차에 비해 저렴하긴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에는 부흥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미국내에서의 시빅 이미지에 비해 비싸게 책정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워낙 차가 비싼 시장으로, 알고보면 혼다 시빅의 가격은 국산차 쏘나타나 토스카의 고급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내 가격은 시빅 1.8 모델이(국내는 2.0 모델이지만) $18,710, 쏘나타2.4는 $17,345로 쏘나타가 더 싸다.

같은 가격대의 국산차와 비교하면 AV나 내비게이션 등 옵션의 다양성은 국산차가 앞서지만, 핸들링, 주행 감각면에선 시빅을 따를만한 차가 없다. 폭스바겐 골프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골프는 이 차보다 꽤 비싸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차는 무난하고, 편안한 느낌의 차지만 시빅은 그와 완전히 반대의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한국서 많이 팔릴 차는 아니다.

폭발적인 판매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개성있고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선사할 만한 차. 그렇기 때문에 이 차의 매니아가 늘어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차량중량 : 1,330kg
엔진 : 4기통 DOHC i-VTEC
배기량 : 1,998cc
최고출력 : 155ps/6,000rpm
최대토크 : 19.7kgm/4,500mm
연비 : 11.5km/L

구동방식: 전륜구동
트랜스미션 : 5단 AT  팁트로닉
서스펜션 : 맥퍼슨 스트럿/더블 위시본
타이어 : P215/45R17
가격 : 2,990만원 (VAT 포함)

 

-----

 

카리뷰-김한용기자whyn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