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흥미꺼리

도요타가 친환경·고연비 내세우는 까닭은?

최근 후배기자 하나가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온천관광을 다녀오기 위해서였는데, 자동차 기자 근성을 못버렸는지 정작 가서 렌터카로 프리우스를 빌려다가 열심히 시승을 했다고 합니다.

후배기자는 이다일기자로 leedail.com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근성에 박수를...

그런데 여기서 궁금점이 생깁니다. 왜 유독 도요타는, 크게 수익성이 좋지도 않다는 프리우스에 그렇게 목숨을 거는 걸까요? 누가 그렇게 고연비 차량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 도요타는 연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도요타가 미국에 알려지게 된 사건이 있습니다.

1973년 미국 시장의 오일쇼크가 바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사건입니다.

오일쇼크 직전만 해도 미국 국민들은 작은 차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대형차, 머슬카만 고집하던 국민들이었습니다. 무한히 공급되는 석유를 마음놓고 뿌려대면 그만이었던겁니다.

하지만 오일쇼크로 인해 기름값이 치솟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져 돈 주고도 못사는 지경이 되자 미국인들은 돈을 더 내고라도 작고 연비 좋은 차를 구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제조사들은 작은차를 내놓긴 했어도, 싸구려 제품이거나 엔트리카라는 인식이 있어 품질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반면 도요타는 훌륭한 소형차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도요타는 1984년 미국 GM과 함께 NUMMI(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라는 이름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미국 생산을 시작합니다. 이 벤처회사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Fremont)에 위치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이 공장은 오래된 GM의 공장으로 2년 전에 이미 폐쇄된 것이었습니다. 공장을 도요타 방식으로 모두 뜯어고치고, 도요타의 품질관리가 시작됐습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도요타 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도요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1989년에 미국에 론칭하기에 이릅니다.

도요타는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하나같이 연비에서 경쟁차들을 압도하기 시작합니다. 이같은 사건들로 인해 도요타는 미국인들에게 고연비차량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습니다.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이라고 하겠구요.

제3의 오일쇼크라고 불릴만한 최근의 고유가 사태에서 도요타는 고연비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해 다시금 선풍적 인기를 불러오겠다는 듯 합니다. 미국내 판매량을 보면 도요타가 프리우스 3세대를 내놓고, 혼다가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인사이트를 출시했지만, 현재까지는 토요타의 신형 프리우스가 혼다 인사이트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월 프리우스는 1만2998대나 판매된 반면 인사이트는 2079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혼다의 2세대 인사이트는 우수한 하이브리드로 인식돼 왔지만, 도요타 프리우스는 보다 앞선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공인 연비는 인사이트가 17.43km/L인 반면 프리우스는 21.25km/L에 달하고 동력 성능은 더 강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경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이브리드가 뭐길래?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카의 본래 이름은 '하이브리드 전기차(Hybrid Electric Vehicle;HEV)'입니다. 내연기관 차에 전기모터를 추가해 전기로도 달리고 내연기관으로도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전기만으로 달릴 때는 시동도 걸리지 않고 아무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정숙합니다. 도요타가 1997년 프리우스를 통해 처음 대중화한 '풀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로 출발하고, 시속 30km이상의 속도가 되면 엔진이 함께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속도를 줄일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시키고 이를 가속할 때 도움을 줘 연비와 성능을 높인다는 원리입니다.

1) 정차시 - 내연기관 엔진 시동을 꺼서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연료를 줄인다
2) 브레이크나 감속시 - 버려지는 관성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충전한다
3) 가속시 - 전기모터를 이용해 내연기관 엔진을 돕는다. 비 하이브리드 차에 비해 작은 엔진을 탑재할 수 있으므로 연료가 절약된다.

사실 엔진이 없는 전기자동차가 이상적이겠지만, 아직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교체할만한 전기기술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진화과정에서 이같은 혼혈(Hybrid)차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직 충분히 빠른 전기충전 방법이 없고 충전소도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최근 현대차나 혼다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는 도요타의 풀 하이브리드카와 구별해 '파워 어시스트(Power Assist)' 하이브리드카 혹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카 라고 합니다.

왜 하이브리드카 필요한가

하이브리드카는 79%가량이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될 정도로 이상하리 만치 미국과 일본에 판매가 집중됐습니다. 그럴만 한것이 이곳에는 디젤엔진과 수동변속기 차량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는 1975년부터 메이커별로 판매되는 자동차들의 평균 연비를 규제하는 ‘자동차기업 평균 연비규제(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만들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이 판매한 차량의 연비 총 평균이 해당 연비에 미달하면 판매대수에 비례해 벌금을 내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규제가 느린 속도로 진행돼 왔지만, 최근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훨씬 강화된 규제로 2012년부터는 35.5mpg(약 15km/l)까지 연비를 높여야 하며, 2017년부터는 16.5km/l 를 넘도록 했습니다.
 
디젤이나 수동변속기라는 대안이 없는 미국 시장에 차를 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갑자기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안이 바로 하이브리드카입니다.
 
이와 같은 시장 내부적인 이유와 함께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게다가 판매되는 차량의 3%를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차로 내놔야 한다는 법규가 만들어져 3년후인 2012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요타는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차량, 수소연료전지차량들을 모두 개발하고 시장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 대부분 자동차가 전기차로 이전할 것이고 이를 위한 배터리, 모터 등 기초 기술을 하이브리드카에서도 똑같이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기술에서도 남들보다 우수한 기술을 선점하면 장차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심산입니다.

단순히 오늘날의 계획 뿐 아니라 수년~수십년 미래에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도요타가 어쩐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