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에서 쏘울이 눈길을 끌더군요.독특하게 생겼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둥펑위에다·기아라고 쓰여진 부스였습니다.
처음에는 위에다 기아였던 것이 2002년부터 둥펑자동차그룹과 손을 잡고 둥펑위에다기아 라는 회사가 됐다고 합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에 기아의 로고까지 적절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바퀴 돌다보니 다른 부스에 또 쏘울이 있습니다. 희한하게 기아차 부스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차도 이름도 똑같이 OO라고 써있습니다. 저게 뭐라고 써있는지, 뭐라고 읽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같은 글씨입니다.
같은 차를 두 업체가 전시하다니, 어째서 이런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아아 언니 좀 무서운것 같은데요.
사실 둥펑모터스라는 이 회사도 기아차 생산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떳떳한 오너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에다(열단)라는 회사도 기아차 생산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산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현지 기업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합자해 제휴법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분이 50%에 미치지 못하면 생산차종도 제한이 있고 생산 대수도 연간 5천대로 제한됩니다.
중국에 간 기아차도 비록 기아차라고는 합니다만,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권리와 책임도 모두 공동으로 갖게 됩니다.
50:30:20의 관계를 갖고 있어 결제를 받을때는 3개사의 결제를 모두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인물들이 도움을 주는데다 중국 정부까지 앞장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많습니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본사와 공장 한곳이 북경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북경시가 택시를 폭스바겐에서 현대차로 바꿀것을 종용했다고도 합니다.
물론 철저한 우리 기업들이 보안에도 신경을 쓰겠습니다만, 우리 생산 기법이나 내부 문건이 어느 정도 공유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베이징모터쇼의 전시장만 봐도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독자적인 부스를 내놓을 수가 없는데, 중국 제휴사들은 독자 부스를 만들어 자체 생산 차들을 모두 선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것을 중국기업에 넘겨주면 결국 경쟁업체들이 우리를 따라오는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죠.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진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시장으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흔히 중국시장은 블랙홀에 비유합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지나치게 높아 뭐든 생산하는 족족 빨아들인다는 겁니다. 자동차만 해도 그렇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판매 목표를 63만대로 잡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마케팅을 더 하는건 아닙니다. 공장을 증설하고 더 활발하게 돌아가게 하면 되는겁니다. 생산한 100%가 팔리기 때문에 생산이 가장 중요하다는겁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은 그저 중국내 공장 생산량에 비례합니다. 자동차 타이어 등 각종 부품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만드는 족족 팔리니 공장을 더 짓는게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이 됩니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하는 점은 생산 기반시설을 확충해봐야 결국 50:50에서 오는 제한된 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에서의 성장세가 얼마나 계속될지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자본력 등을 충분히 키운 미래 어떤 날 외국 자동차 회사들을 내팽개칠 가능성이 왜 없겠어요. "현대차가 많이 가르쳐줬으니 다음부터는 우리가 할게" 이런 식으로 나오면, 확충한 공장은 놀게 되고 엄청난 부채만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제3의 공장을 중국에 세우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시각만 갖고는 안되고, 과감한 투자가 미래 성공도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가볍게 생각하려해도 너무 두려운 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