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움직임에 비하면 서투르기 그지 없었다.
첫번째 시승에서 였다.
겨우 시속 80킬로나 되었나, 허투루 돌리는 핸들과 마구 짓이긴 엑셀 패달에 쉽사리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오버스티어를 낼 때
이 녀석을 어설프게 스포츠카 흉내 내는 벤츠의 그저 그런 세단으로 단정지었더랬다.
그런데 의외로 이 오버스티어가 중독성이 있었다.
최근 SLK를 다시 만나고 보니,
미친듯 아우성대는 타이어 슬립을 즐기며 해후의 한을 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예측 가능하고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오버스티어,
작은 코너에서도 짜릿한 코너링을 만들어주는데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타이어를 태우는 기분이 꽤 괜찮다.
사실 이 차는 카트에 가깝다. ESP를 끄고 악셀을 꾹 밟으면
제자리에서 핑그르르 돌아버리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미처 몰라봤다. 정말 미안하다.
이 차는 퍼포먼스카는 아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차였다.
포르쉐가 당신의 서투른 운전실력에도 씩씩하게 잘 달려주는 차라면
이 차는 적극적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차였다.
또 20초만에 여닫히는 하드 톱은 얼마나 멋진가.
이 차는 톱을 씌웠을때가 열었을때보다 더욱 멋진 몇 안되는 차중 하나다.
당신의 여자친구는 이 차의 멋진 겉모습에 기절하고,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에 다시 한번 기절 할 것이다.
거의 핑그르르 돌아버리는 차를 순식간에 바로 잡고 롤러코스터인양 달려나가는
당신의 놀라운 운전실력에는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톱을 닫으면 된다.
아자! 힘 내서 돈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