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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와 4.6리터 엔진

최근 해외 언론들이나 인터넷 상의 글을 보면, 현대차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판이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차가 충분히 팔리고 나서 "의외로 가격대비 무난하게 탈만한 차"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면, 이번엔 출시되기 전부터 다양한 추측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으니까요.

기존 현대 로고? 새로운 로고?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됐던 것은 현대차 로고입니다. 현대차는 꽤 오랜 기간동안 북미 수출용 제네시스에 현대 로고를 붙일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현대 로고를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미국시장에서 기존 현대차가 '저가차'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 된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은 물론 고려 할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경영진은 플래그십 모델이 현대의 나머지 차들의 이미지를 견인해 현대차 전체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고하는 거시적인 마케팅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딜러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현대 브랜드를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해주길 원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현대 로고인 'Flying H'는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후면 가운데 작게 나타나 있습니다. 

더군다나 내수용 제네시스는 아예 현대 로고를 떼버리고 대신 제네시스의 날개 모양 로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면 그릴 위 보닛에도 제네시스의 로고를 붙였습니다.

이 제네시스의 로고는 애쉬톤마틴이나 벤틀리, 혹은 미니의 로고와도 비슷하다고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애쉬톤마틴,벤틀리,미니 이 세 업체의 로고도 비슷하다는 얘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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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용 제네시스는 전면 후면에 제네시스 로고가 꽤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수출용 제네시스는 어디를 봐도 이 로고가 없습니다.

제네시스, 기독교를 마케팅에 활용?

처음 제네시스라는 이름으로 차가 나온다고 했을때 꽤 당혹스러웠던 기억입니다. 워낙 표현이 직설적이라는 느낌인거죠.

이 이름에 겹치는 이미지들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콜린스가 있던 밴드 제네시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미국 오토블로그에서는 제네시스의 사진을 선보이며 '필콜린스가 자랑스러워 할만하다'라고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고, 톱기어는 그룹 제네시스의 대표곡 중 하나인 'Land of Confusing(혼돈의 땅)'이라는 이름을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제네시스의 이름이 놀림감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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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이미지는 유명한 게임인 '창세기전2'의 로고 이미지입니다.

왜 게임 창세기전의 로고와 자동차 제네시스의 로고가 유사할까요? 현대 제네시스가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원인은 제네시스(창세기)라는 말이 구약성서에서 유래됐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인디애나존스의 첫편인 레이더스를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에피소드는 나치와 존스박사가 서로 성궤를 찾기 위해 다투는 내용인데, 이 성궤의 모습이 바로 구약 열왕기상에 묘사됩니다.  이 묘사에는 돌로 만들어진 성궤 위에 독수리 휘장의 날개 무늬가 그려졌다고 돼 있다고 합니다.

비록 현재 미국 수출버전에는 제네시스 로고가 없지만, 미국인들이 이 독수리 휘장과 함께 "창세기"라는 이름을 듣게 되면 종교적인 색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엔진은 몇 마력

북미 수출용 제네시스는 3.3리터,3.8리터 V6 람다(λ) 및 4.6 V8 타우(τ) 엔진을 장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엔진의 마력에 대해 많은 추측까지도 난무한다고 합니다.

한국 시장에선 엔진 마력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북미시장에선 그 부분이 차의 성능을 표현하는 객관적 지표에 가깝게 사용되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현대차 측은 이번 4.6리터 엔진을 자체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엔진 설계 메이커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4.5리터 에쿠스를 내놓고 불과 8년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현대 최초의 4.5리터급 엔진은 에쿠스 4.5에 처음 장착됐는데, 이 4.5리터 GDI 엔진은 미쓰비시의 설계로 만들어진 직분사 엔진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GDI 직분사 방식은 미쓰비시에서조차 테스트 용으로 개발된 것이고 상용차에 실린것은 전세계적으로 처음이었다는 것입니다.

미쓰비시에서 현대차로 전달한 문건에서도 "처음 사용되는 엔진이니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신신당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엔진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국 소비자들이 엔진의 베타테스터가 되어준 셈입니다.

베타 테스트의 결과는 암울했습니다. 이 엔진은 엔진부조화, 운행중 시동 정지 등 수많은 문제를 낳았고, 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이 엔진은 단종되기에 이릅니다.

2002년, 현대 에쿠스의 엔진은 MPI라는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급히 바뀌며 엔진은 기존 260마력에서 270마력으로 10마력 상승합니다. 미쓰비시의 기술력이 그 수준이라는 것을 현대에서도 깨닫게 됩니다. 일본내에서 만년 4위 브랜드인데다 북미 수출은 거의 하지도 않는 미쓰비시가 4.5리터 대형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대 또한 대형 엔진 기술은 전무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2003년부터 현대는 대형 엔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연구에 매진한 결과 불과 4년만에 이번 타우 엔진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현대차는 이번 타우엔진 개발을 위해 렉서스, BMW, 벤츠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보유한 동급 엔진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벤치마킹을 했습니다.

현대차측은 "다양한 도로·기후조건에서 엔진 및 실차시험, 한계 내구시험도 충분히 거쳐 동급 최고수준의 엔진을 개발해냈다"고 내구성도 믿을만 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펙으로 봤을 때 이 차 엔진은 대단한 것입니다. 380마력인 타우 엔진은 기존 미쓰비시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100cc가량만 늘리고도 출력은 무려 120마력이나 높인 것입니다. 1억6천만원에 팔리는 도요타 렉서스의 LS460의 최신 엔진과 동일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뛰어난 출력의 엔진을 만들어냈는가 물어보니 현대차측은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 가변 밸브타이밍 기구, 가변흡기 기구, 롤러스윙암 등의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합니다.

렉서스 LS460의 엔진은 직분사+포트분사방식을 겸해 간신히 380마력을 뽑아냈던 것에 비해 단순히 포트 분사 방식에 몇가지 사술을 추가한 정도로 이런 엔진 출력을 끌어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여튼 현대는 이 타우 엔진을 현대 제네시스와 기아 보레고(한국명:모하비)에 장착해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립니다. 모쪼록 이번 수출이 미국 소비자들의 한국차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