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제네시스를 탔는데,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수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여느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단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것이 있었는지 적어봅니다.
장점
1. 밸런스가 잘 맞아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엔진룸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차의 배터리는 스페어 타이어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일부 독일차에서 보던 방식인데요. 전후 무게배분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하기 위해 배터리를 뒤로 빼놓았다는 것입니다.
BMW등은 배터리가 보이지 않도록 밀폐돼 있지만, 이 차의 경우는 정비 용이성을 위해 스페어 타이어 커버를 들어올리면 눈에 띄는 곳에 있습니다.
2. 엄청난 정숙성
혼자 이 차를 운전하려면 몇번이나 침을 삼켜보게 됩니다. 마치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귀가 먹먹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유리창이 3겹이라고 홍보자료를 받기는 했는데, 창문을 내리고 유리 단면을 만져보니 정말로 유리 2장을 맞붙여놓아 굉장히 두꺼웠습니다. 수입차 중에서도 S클래스나 7시리즈나 돼야 이런 유리를 사용합니다.
차폐 수준이 너무 뛰어나 크락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됐지만, 실제로는 엔진 소음과 같은 높은 톤의 소리가 사라지고 남자들의 목소리 같은 낮은 음은 유리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국산차가 달릴때는 소음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차는 고속으로 달려도 엄청 조용합니다. 6단 미션 덕분에 시속 100킬로 넘는 속도에도 RPM이 낮게 유지되고, 공기저항계수(Cd)가 0.27이라 그런지 바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역시 다시 한번 침을 삼키게 합니다.
3. 국산차 코너링이 맞아?
사실 이 차는 말랑말랑 합니다. 얼음위를 미끄러지듯 매끄러운 느낌은 어떤 사람에겐 장점이겠지만, 스포츠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얕잡아보게 되는 요소입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마치 '일진회' 언니들이 곱상하게 꾸민 신입생 쳐다보듯하는 느낌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건들건들한 태도로 와인딩로드를 달리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밀리겠지.. 하는데 밀리지가 않고 그대로 돌아나왔기 때문입니다. 몇번을 더 해봐도 그랬습니다. 미끄러뜨리는데 한참 공들여야 합니다. 태도는 곱상한 신입생이 싸움까지 잘하는 격입니다. 결코 우습게 볼 차가 아닙니다. 전륜구동에서는 꿈도 못꿀 코너링이고, 후륜구동 수입차 중에도 이 정도로 돌아주는 차는 흔치 않습니다. 전륜의 더블위시본 덕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튼 대단한 횡압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VDC를 켠 상태에서 얘기고 끄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유턴을 할 때 회전반경도 상대적으로 좁아서 어지간한 곳에서는 쉽게 턴을 할 수 있었고, 주차/출차 하기에도 편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과속 방지턱을 약간 빠르게 지나면 VDC가 깜박거리며 이상 동작을 한다는 점입니다. 시승차의 문제인지 모든차가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4. 엔진 괜찮네
262마력의 3.3리터엔진 모델을 몰았는데, 이 엔진은 조용한데다 차를 밀어붙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최대토크가 32.2kg/4500 로 좀 높은 RPM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차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5. 뒷좌석 시트 좋네
뒷좌석 시트에 별다른 전자장비가 갖춰져 있지는 않았지만, 근래에 타본 차들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뒷좌석은 독일차들이 취약한 부분인데요. 일본차 중에서도 초대형차들이나 내놓는 푹신하면서도 편안한 소파를 제공합니다. 인체공학적인 형상으로 편안하면서 몸이 쏠리지 않게 잡아주는 느낌도 좋습니다.
6. 오토홀드 기능.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도 갖추고 신호대기중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되는 오토 홀드도 있습니다.
특히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풀리지 않아 안전을 고려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점도 만만찮다
사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1. 렉시콘은 별로
시승차는 렉시콘 오디오라는 옵션이 장착됐습니다. 오디오 자체를 추가하는 비용은 불과 5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들 이 옵션을 장착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제품 공급이 늦어지기도 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어쨌거나 현대차가 옵션팩키지를 잘못한거죠.
17개 스피커? 528와트? 물론 다른 어떤 국산차에서도 볼 수 없는 호화로운 옵션입니다만, 사운드는 그렇게 놀랄만한 수준이 못됩니다. 어딘가 빠진듯한 사운드가 납니다.
르노삼성 QM5에 장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보다 못합니다. 렉시콘이 그렇게 좋다는데 왜?
그림으로 보면 서브우퍼가 8인치. 너무 작은게 들어간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또 트위터의 위치가 너무 멉니다. M45는 시트 어께부분에 스피커를 장착했던데, 그게 가장 좋은 장착 위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 도난방지에 문제가
안에서 문을 잠그면 도어 핸들을 당겨 열 수 있지만, 밖에서 문을 잠그면 도어핸들을 당겨도 열리지 않는 겁니다.
창문이 열렸을 때 주인인양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창문틈으로 손을 넣어 도어핸들을 잡아당기면 문이 열립니다.
물론 도난 경보기가 있어서 알람이 울리긴 하겠지만, 일단 문을 열면 보닛도 열수 있고, 트렁크도 열수 있습니다. 배터리나 크락션을 탈거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도난 경보기는 둘째고, 문을 못열게 하는게 우선입니다.
밖에서 도난 경보기를 눌렀을 때 창문이 닫히지 않은 것도 아쉽습니다.
3. 드라이빙 포지션
뒷좌석 시트는 무척 잘 만들어져있지만, 운전선 시트는 좀 아쉽습니다.
드라이빙 포지션을 12way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편안한 자세는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팔이 긴 편인데, 제게 제네시스 핸들은 지금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정상적인 운전을 위해서 의자를 당기면 무릎이 핸들의 아랫부분에 닿습니다.
허벅지가 긴 사람들에게는 의자가 지나치게 짧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풋레스트가 밋밋한 점도 단점입니다. 왼발을 올려놨을 때 엑셀을 밟은 오른발과 비슷한 높이가 돼야하는데, 너무 낮습니다.
4. 파란색 조명
이 차의 가장 큰 단점은 이 파란색 조명입니다. 잘 만들어놓고 홀랑 깨는거죠.
5. 기어레버 안전을 고려해야
시동을 끄면 기어레버가 D-N까지밖에 안움직입니다. 예를들어 주유소에서 D모드에서 시동을 끄면 중간에 P로 옮길 수 없으니 뒤에서 밀면 슬슬 밀리는 겁니다.
기어를 바꾸자고 주유 중에 다시 시동을 걸수도 없고... 난감하죠.
또, 다른 국산차들과 마찬가지로 이 차도 기어레버가 N에서 D로 바로 옮겨집니다.
흔히 말하는 급발진이라는 것은 대부분 운전자가 N모드에서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은 채 레버를 D로 옮길 때 발생합니다.
설마 엑셀을 밟으면 그렇게 큰소리가 나는데 모를까 생각하기 쉽지만, 이 둘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신이 엑셀을 밟아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차가 튀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 독일차들은 N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D로 옮겨지지 않도록 록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급발진이라는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산차 일본차에 급발진 사고가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것에 있습니다.
6. 삼각대/구급킷은 어디에?
아니나 다를까 이 차에도 구급상자, 삼각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업사원이 적당히 끼워주든지 말든지 하라는 얘기죠.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좋은 아이템인데, 언제나 기본 적용하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제네시스의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