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11일 삼성동 코엑스 야외광장에서 포르테 쿱을 공개했다. 기아차 측은 이 차가 26개월의 연구개발기간과 95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신차라고 했다.
그런데 이 차는 쿠페의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기아차측은 이상하게도 '스포츠카'라거나 '쿠페'라는 표현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기아차의 표현에 따르면 스포츠도 쿠페도 아닌 '스포티 세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째서 기아차가 유례없이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증을 안고 시승에 나섰다.
◆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기아차 답게 외관 디자인이 많이 향상됐다. 포르테가 날카로운 선을 나열하고도 어딘지 모르게 아반떼를 떠올리게 했던 아쉬움이 있지만, 포르테 쿱은 어느면에서 봐도 아반떼의 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내도 많이 좋아졌다. 기아 쏘울이나 현대 제네시스 쿠페의 실내는 내장재 질감이 소비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지만, 포르테 쿠페의 재질은 받아들일만한 수준이 됐다.
문이 2개일 뿐 아니라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스포티 버켓 시트 등 스포츠쿠페라 불러도 손색 없을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희한하게도 뒷좌석에 앉아도 머리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무릎공간도 매우 넓다. 운전석 주변 곳곳에 수납공간도 넉넉해 실용적이기도 하다. 공인 연비는 15.0km/ℓ로 준중형 최고 수준의 1등급 연비 차량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기아차는 포르테 쿱을 '스포티 세단'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실제 SAE 국제 규격에 의해서도 이 차는 뒷좌석이 넓어 '쿠페'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
◆ 스마트키, 스마트하네!
짐을 넣고 트렁크를 닫으려는데 갑자기 닫혔던 트렁크가 다시 열린다. 몇번을 반복해도 계속 열렸다. 알고보니 짐 속에 있던 스마트키가 트렁크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트렁크에 키를 넣고 잠그면 문을 열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똑똑한' 기능이다.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연비가 나타났고 남은 기름으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는지도 알아서 계산해줬다.
하이패스 자동요금징수시스템도 갖추는 것은 물론, 음성인식 DMB와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후방주차 보조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스피커도 음악에 맞춰 불이 반짝이며 흥을 더해주니 참으로 똑똑한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 스포츠카 아니다. 하지만 꽤 뿌듯한 주행성능
엔진은 1.6리터와 2.0리터 두가지가 있다. 이날 시승한 차는 1.6리터 엔진 자동변속기 모델로 기아차가 주력으로 내놓은 차량이다.
급가속을 하자 저음위주의 우렁찬 배기음이 난다. 제네시스 쿠페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소리로, 튜닝 머플러에서나 들을 수 있을만한 소리다.
그러나 속도계 바늘은 배기음과 별개인듯 굼뜨기만 하다. 평지가 아니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승중 녹화한 영상을 살펴보니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9초 가량 걸린다.
엔진은 아반떼와 동일한 124마력으로 1.6리터 엔진치고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스포츠 주행에는 약간 아쉬움이 있다. 무게도 아반떼에 비해 불과 20kg 가벼울 뿐이다.
4단 변속기는 매우 부드러워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은 메뉴얼 모드를 지원하는데, 메뉴얼모드라고는 하지만, RPM이 높아지면 저절로 윗단으로 변속이 되고 엔진 보호를 위해 함부로 기어를 낮출 수 없는 타입이다. 기어 단수가 4단에 불과해 변속할만한 영역이 많지 않은 점도 아쉽다.
◆ 코너링 만족, 브레이크는 아쉬워
와인딩로드에서 상대차는 감속하는 동안 쿱은 가속을 할 수 있으니 약간 떨어지는 가속감은 코너링에서 만회할만 하다.
VDC를 장착해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의 토크가 조절되며 밀려나는 느낌이 적다. 차체가 단단한데다 서스펜션을 잘 만든 덕분인지 코너에서 약간 미끄러져도 곧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다만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타이어에서 일찌감치 끼익하고 미끄러지는 소리가 나고 ABS가 동작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타이어 그립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 쿠페와 세단의 장점 합쳤나? 단점 합쳤나?
기아차는 내수 1만대, 수출 2만 5천대 등 총 3만5천대를 국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포르테 쿱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0%인하 혜택이 환원되는 7월 기준으로 주력 모델인 1.6 모델이 1541만원~1905만원, 2.0 모델이 1684만원~1966만원이다.
국내 처음으로 나온 '쿠페 스타일 세단'인 포르테 쿱은 적어도 대부분 국내 보험사에서 쿠페 할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세단의 장점을 톡톡히 누린다.
시장에서는 장차 이 차를 쿠페도 아니고 세단도 아닌것으로 볼지, 혹은 쿠페의 장점과 세단의 장점을 합쳐놓은 차로 받아들일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 [화보] 사진으로보는 포르테쿱의 이모저모
▶ [화보] ‘포르테 쿱’ F4 김범과 함께
▶ [화보] 포르테 쿱과 레이싱 모델 정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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