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G350을 시승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시승기는 아니고, 오늘 하루 타본 소감을 아주 간략하게 적는거니 미흡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긴 글을 읽기 싫다는 분들이라면 이런 글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당시 상황을 그대로 올려봅니다.
마치 역사책에나 존재할 것 같은 외관의 신차라니 저도 이런 차를 탈때면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사실 이 차를 처음 시승한 것은 아니고 지난번 삼양양떼목장에서도 시승을 한 적이 있습니다.당시 G클래스는 오프로드에서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줬거든요. 덕분에 이 차가 얼마나 대단한 차인지가 머리속에 완전히 각인돼 버렸고, 이 '최고의 오프로더'라는 이미지는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차를 서울~자유로~임진각 인근에서 타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프로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들이 속속 나타났습니다.
아 이건 '단박시승기'인데 너무 서론이 기네요. 하는 김에 조금 더 적어보면.
'메르세데스-벤츠 G 350 블루텍'이라는 이름의 이 차는 '블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디젤엔진으로는 드물게 연비가 7.4km/l, 5등급에 불과합니다. 아예 연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여기서 블루라는 이름은 친환경을 위한 것이지 결코 경제성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물론 가솔린 V8 엔진을 장착한 상위모델 G63 AMG는 5.7km/l에 불과하니 그보다는 월등히 경제적(?) 이라고 봐야겠지만요.
그도 그럴것이 이 차의 가격은 무려 1억4850만원. 아이고 이 정도면 이미 경제성이라는 것은 물건너간거라 봐야겠습니다. 저 같은 소시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었습니다요.
최근엔 피아트니 시트로엥이니 폭스바겐이니 각 브랜드별로 패션 아이콘 같은 차들을 많이 등장시키는데요.
이 차도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아 저차! 하고 머리속 기억 저편에서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는 바로 그 디자인입니다. 이 차를 본 사람 중에는 교황이 타던 차여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영화에 하도 많이 등장해서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길을 가다가 우연히 '저 깡통같은 차는 뭐냐'고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나, '독일애들은 군대가서도 벤츠 탄다더라'라는 얘기 하면서 군용차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죠.
어쨌건 이 디자인의 큰 축은 무려 33년이나 변화되지 않았으니 여러분들의 기억속에 반드시 한번쯤은 들어있을 바로 그 디자인입니다. 이 기억속 클래식한 자동차가 풍경과 어울어지면 최신 자동차보다 오히려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사진이 옛날 사진 같기도 하고, 차가 있는 부분의 시대만 왜곡된 것 같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요.
게다가 G클래스는 어디에 갖다 놔도 사진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변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이렇게 보입니다. 뭔가 스토리가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오프로드라면 어느차든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눈쌓인 오프로드 길을 올라가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아무도 이 산길을 올라오지 않았네요.
타이어 자국이 전혀 없는 길을 처음으로 밟아가며 올랐습니다.
무게로 인해서 옆으로 미끄러지기도 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도 이 차에는 마침 겨울용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고
로우기어에 4륜락까지 작동하니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내비게이션 바로 아래의 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3개의 버튼이
4륜의 디퍼런셜 락 버튼입니다.
디퍼런셜을 락하면 오프로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대신 온로드는 달리기 어려워 집니다.
특히 전륜락 기능은 세계의 모든 양산 SUV중 G바겐의 유일한 기능인데요.
그만큼 강력하긴 하지만 이걸 작동하면 아스팔트 길에서 커브를 제대로 돌 수 없게 되니 사용할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쨌건 웃고 떠들며 올라가는 산.
오르다 잠시 차를 세웠는데,
이런 비탈이었습니다. 이런데도 꽤 가뿐하네요.
'근데, 보닛에 앉다니. 저런 무식한 탑라이더 김상영 기자를 봤나'
후배가 보닛에 앉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차의 보닛은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져 있어서 보닛 위에서 뛰어도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위에 타이어를 싣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짐을 얹기도 하지요.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느냐면 철로 만들어진 범퍼를 즈려 밟고 올라갑니다.
요즘의 자동차는 어찌나 애지중지해야 하는지 기스라도 날까 노심초사 해야 하지만,
이 차는 그런거 아주 웃긴다고 생각하는 차입니다.
모름지기 남자의 차.
마구 밟고, 나뭇가지에 긁히고, 자갈밭을 달리고,
그러고 나서도 샤워 한번이면 상쾌하게 변하는 그런 찹니다.
음...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았는지
차의 곳곳에 투명 보호 필름을 붙여놨네요.
^^ 사실 차 가격이 워낙 비싸니 페인트가 조금 까진다거나 하는 걸 막아줘야겠죠.
'겉모양이 튼튼해 보인다' 이런건 부차적인 것이겠지요.
중요한건 느낌인데, 무한한 신뢰가 느껴집니다.
문을 여닫을때나 보닛이며 각종 부품, 이런 것들이 완벽한 수준의 딱딱한(솔리드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도로에 국한되지 않고 '땅'이라 불리는 곳은 어디든 달릴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게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만약 양산되는 한대의 차를 몰고 사막이나 오프로드를 달려야 한다면 랜드로버, BMW, 아우디, 포르쉐를 모두 제치고 이걸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SUV 스타일의 승용차 느낌이 강한데 이 차만이 비로소 '전차 같은 본격 오프로더'라고 말할 수 있겠죠.
저녁때는 이 차를 몰고 집에 왔습니다.
주차장에 이 괴물 같은 녀석을 넣고 나니 마치 지하에 '마징가제트'라도 한대 숨겨 놓은 것 같은 뿌듯함과 든든함이 밀려듭니다. (다 덤벼!)
아직 시승을 그리 길게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남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면 부자들이 1억4천 넘는 돈을 지불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듯 했습니다.
아유 새벽이 깊었네요. 내일 좀 더 적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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