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하고 친한 분이 블랙박스 사업을 하는데, 대단한 물건을 내놨어"
이 말을 듣고, 처음엔 뭐 그저 그런 얘기를 하시는 거겠거니 했습니다. 이쪽 일을 하다보면 이런 얘기 하도 많이 듣거든요.
"뷰게라라는 제품인데, 화질이나 성능이 기존 블랙박스와 비교도 안돼. 완전 신세경이야."
에이.. 블랙박스가 좋아봤자지.. '뷰게라'라니. 이름도 좀 이상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사용해보고 나니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조금 알겠더라구요.
사실 블랙박스는 이제 필수품이라 할 만큼 널리 보급이 되고 있지요.
그런데 블랙박스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너무 없어서
많은 분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랙박스를 고를때는 크게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1. 주차모드 기록이 잘 되는가
- 움직이는 대상이 있을때만 기록되는 모션 센서 기능이 있어야하고, 차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이벤트를 기록할 수 있는 G센서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 전기 사용량이 굉장히 적어야만 차량의 배터리를 쉽게 고장내는 일이 없을겁니다.
- 차가 방전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전압을 끊는다거나 하는 기능이 잘 돼야죠.
2. 화질이 충분히 좋은가
- 과거에 화질은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는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잘못했는지만 가리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최근에는 뺑소니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상대 차의 번호판을 알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정작 사고가 나면 블랙박스의 풀 사이즈 영상이 필요한게 아니라 영상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보는게 당연시 되고 있으니 확대할 수 있을만큼 좋은 화질이 필요해졌습니다.
3. 사용이 편리하고 제대로 동작하는가
- 아직 블랙박스는 발전하는 단계에 있고, 완벽하지 않은 제품이 많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기록이 안되는 경우도 많아 구입하기 전에 여러가지로 알아보고 잘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에 덤으로 가격까지 착하면 더 좋겠지요.
그런데 말이 쉽지, 이런 간단한 3가지를 만족시키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찾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주차모드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써보기 전에 모를것이고 화질만 해도 같은 HD급이라고 해도 어떤 센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화질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용이 편리한지 여부는 사용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사용해보게 된 (사실은 아는 분께 공짜로 얻게 된) 뷰게라 VG-20S 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여러 제품을 직접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이 쓰는 제품에 대해 자세히 적어주면 이를 종합해서 보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쓰던 제품은 하니웰 HBB-1000WN 이라는 제품이었는데 이와 비교하면 가격은 불과 7만원 정도 차이. 그런데 성능에서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네요. 2년의 세월이 지났을 뿐인데 블랙박스 세계에서는 2년이면 하늘과 땅 차이인것 같습니다.
# 주차모드 기록...이제는 안심할 수 있다
이전 세대 블랙박스는 주차모드 기록시 차량의 배터리를 방전시켜 하룻밤 지난 후면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계속 동작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블랙박스의 앞단에는 전원 공급 차단장치(상시전원안전장치)를 별도로 장착 해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원 공급 차단장치가 제조사와 같은 회사 제품이 아니어서 라든가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상시전원안전장치 자체가 배터리를 측정하기 위해 배터리를 소모하는 아이러니가 있어서 또 방전되는 일이 빈번했지요. 그러다보니 별도의 블랙박스 전용 배터리를 장착하기도 하고, 이쪽 계통의 혼란은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전문 리뷰어 토끼아빠님의 블랙박스 안전장치 문제 지적 글 : http://blog.daum.net/sirgw/17461936
저는 이 뷰게라 VG-20S를 삼성동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 '스트라다(STRADA)'에서 장착하게 됐는데요.
장착하시는 기술자 분들 말씀으로는 제품 내부에 배터리 수준을 모니터링하다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스스로 차단하는 장치가 있어
전원 차단장치가 별도로 있는 제품에 비해 훨씬 설치도 간편하고, 신뢰도도 높다고 하네요.
얘기를 듣고보니 적어도 내 차 배터리가 다운되는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한 업체만 조지면 되는 (죄송^^) 시스템이니까 더 믿음이 갑니다.
주차는 2가지 모드를 지원하는데, 모션센서를 통해 앞에 누군가 움직이는 경우에 기록이 되는 기능과 차에 충격이 가해졌을때 기록하는 기능이 더해져 있습니다. 서 있는 차에 테러를 가한다거나, 누군가 차에 부딪친 후 도망가는 경우 모두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며칠 사용해보니 야간에도 화질이 극히 좋은 편이어서 아파트에 새벽에 드나드는 직업 여성(?)분들의 야한 옷차림과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는게 좀... 뭐랄까 본의 아니게 사생활 침해를 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도 들고. 죄송스러우면서도 은근히 찾아보게(?) 만드는 느낌도 있고 좀 그랬습니다. ^^;;;;;;;
# 특히 야간 화질이 좋네
어떤 제품은 가격이 좀 싸긴 하지만 센서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걸 쓰는가 하면 고급 블랙박스는 대부분 소니 Exmor CMOS 센서를 쓰고 있습니다. 이건 고급 디카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제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점수를 많이 주고 있는 센서입니다. 다른 여러 장점이 있지만 CMOS의 구조를 바꿔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빛이 센서에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게 특징입니다. 야간 저조도 상황에서의 화질이 좋아서 야간에도 번호판 식별이 용이합니다.
워낙 품질이 월등한 센서여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나비, 파인디지털 파인뷰 등의 브랜드에서도 고가의 제품에는 모두 소니센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 제품도 좋은 센서가 있을수 있지 않느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 소니가 압도적인 투자로 감시카메라 CMOS 분야는 그냥 평정해버려서 그냥 소니를 쓰는게 정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진짜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를 담다
마침 남부순환로를 가다가 우연한 사고를 목격하게 됐습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차가 갑자기 후진을 하더라구요. 또 쿵, 쿵 하고 3번이나 들이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그 말로만 듣던 급발진 주장 사고였던 것입니다.
(참고로 위 영상은 동영상을 편집해 확대를 한 것입니다. 실제 상황이 닥치고보니 영상을 그대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특정 부위를 확대해 사용해야 하더군요. 따라서 확대했을 때도 좋은 품질을 유지할 정도로 우수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
차를 들이받고도 차는 계속 굉음을 내고 있기에 달려가서 운전자를 내리게 하도록 했지요.
제가 근처에 갈때까지도 과격한 엔진음이 났는데, 운전자가 제 쪽을 보니 그제서야 굉음이 멈췄습니다.
운전자는 "차가 고장나서 튀어나갔다"고 하더라구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튀어나갔느냐"고 물었더니 그랬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습니다. 본인은 철썩 같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했지만
블랙박스에는 진실이 담겨있었습니다.
브레이크 등은 들어오지 않았던 겁니다. 혹시 브레이크 등이 고장난게 아닐까 하고 영상을 자세히 보면 영상 도입부 이 차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급발진 관련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운전자 과실로, 운전자들은 제조사 과실이라며 맞서고 있는게 요즘의 분위기인데 이처럼 훌륭한 블랙박스가 더 널리 보급된다면 급발진 관련 문제도 조만간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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