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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1억원 이상

BMW X6 시승기…믿어지지 않는 핸들링

지난달 26일 BMW코리아는 X6의 신차발표회를 열고 판매에 나섰다.

BMW코리아측은 X6에 대해 "스포츠카의 성능과 SUV의 장점, 럭셔리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차"라고 발표했다. 때마침 행사를 구경온 슈투트가르트스포츠카(포르쉐 공식 수입원) 마이클베터 사장은 기자에게 "BMW코리아는 3,5,7시리즈와 X5도 필요없고 이거 하나만 팔면 되니 좋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차는 과연 그 모든 장점을 두루 갖춘 차일까 혹은 아무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차일까. 그게 몹시 궁금해져 시승에 나섰다.

 


이런 겉모습의 차가 있던가

이차는 절반을 잘라 아랫편을 보면 BMW X5가 연상되고 윗편을 보면 쿠페가 연상되는 독특한 외형을 가졌다.

특히 차체 비율을 보면 SUV라기 보다는 스포츠세단에 가깝다. 도심 스포츠 주행성능이 강조됐다는 평을 듣는 BMW X5와 비교해도 25mm 길고, 폭은 50mm 넓고, 높이는 75mm 낮다. 포르쉐 카이엔과 비교해도 75mm 길고, 55mm 넓고, 10mm 낮아 겉모습부터 노면에 밀착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차의 뒷모습은 더 독특하다. 덩치는 상당하지만 범퍼 아랫부분을 검정색으로 처리하고 적절한 테일램프와 세단 스타일의 트렁크리드를 디자인하는 등 날렵해 보이는 요소를 더했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천장선이이 마치 쿠페 차량의 뒷모습을 보는 듯 하다. 국내 쌍용차의 액티언도 이와 비슷한 콘셉트를 적용한 것 같기는 한데, 어째서 이렇게 달라 보이는지 궁금하다.

19인치의 대형휠에 얹힌  쿠페의 형상은 묘한 느낌이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물론 날렵해진 디자인 덕분에 공기 저항계수(cd)도 SUV 최고수준인 0.33에 이르렀다.

BMW답게 보닛은 알루미늄, 펜더는 강화수지로 만들어져 있는데다 기본 골격은 가볍게 하고 부분적으로 서포트바 등을 배치해 강성화와 경량화를 이뤘다고 했다.  차체 무게는 2250kg로 X5에 비해 60kg가량 더 가볍고, 3시리즈에 비해 300~400kg가량 더 무겁다.


잘 달리는 차는 이유가 있다.

이 차는 최대 출력 235마력에 토크 53kg·m를 내는 직렬 6기통 저압 터보 디젤엔진과 4.4리터 407마력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의 두종류가 국내 출시됐는데, 이날 시승한 차는 디젤엔진 모델이다.

차에 오르는 순간 상쾌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SUV인줄 알고 탔는데 운전석이 낮아 SUV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승용차보다 조금 높을 뿐인데 시야는 시원하게 느껴졌다. 앞 차에 비해 더 먼곳을 볼 수 있어 코너를 극복하거나 추월 경쟁을 하는 경우에도 유리했다.

코너에 들어서자 이 차의 진가가 발휘됐다. 왼쪽 오른쪽으로 쉴새없이 핸들을 움직였지만 차의 롤링은 거의 없었다. 한참 운전하고 있다보니 세단을 운전하고 있는지 SUV를 운전하는지 혼동될 지경이었다. 차체가 스포츠 주행에 적합하게 설계된 것은 물론, 신형 4륜 구동 시스템이 장착돼 주행성능을 강화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계기반 가운데엔 각 바퀴에 전달되는 힘이 어느정도인지를 그래프를 통해 쉴새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BMW가 명명한 이 차의 정식 명칭은 'X6 xDrive30d'. BMW가 강조하는 'xDrive'란 BMW가 내놓은 전자제어 4륜구동 시스템의 명칭이다. 기존 4륜구동 장비들은 '기계식'이나 '다판클러치방식'인 경우가 많아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동력이 분배되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앞바퀴가 미끄러지면 그제서야 뒷바퀴에도 구동력이 조금씩 분배되는 식이다. 그러나 BMW xDrive의 경우 핸들을 꺽거나 가감속의 상황을 센서로 감지해 동력을 미리 4바퀴에 적절하게 전달해준다. 왼편으로 회전할 때는 코너 바깥쪽 바퀴인 오른편 바퀴에 구동력을 늘려주는 식이다.

혼다 레전드에 적용된 SH-AWD와 비슷한 이 장비는 ZF와 GKN드라이브라인이 공동제작한 장비로 이차에 처음 적용된 것이다.

앞바퀴는 255/50R19, 뒤는 285/45R19으로 비대칭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런플랫이기 때문에 별도로 스페어타이어는 제공되지 않는다. SUV차체에 편평비가 매우 낮은 타이어라 승차감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승차감은 다른 BMW 세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기어비를 변화시키는 엑티브 스티어링, 전자제어 가변 덤퍼, 전자제어를 통해 차체의 기울어짐을 억제하는 어댑티브 드라이브, 스포츠모드를 갖춘 전자제어자세제어장치(DSC) 등을 갖췄다. 이들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장비를 위한 차내 네트워크 량도 늘어나 FlexRay라는 기술로 광섬유화했다.

 

연비 vs 달리기

이차는 고속도로에서 순항하니 12.0km/l가 넘게 나왔다. 시내 주행시에도 7~8km/l 가량이 나왔다. 발을 엑셀에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달리는데도 쉽게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고효율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덕분이다.

'연비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운전자에게도 이 엔진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디젤엔진 답지 않게 레드존이 높아 엑셀의 반응에 즉각 반응하고, 저회전에서부터 토크가 높아 터보차져의 존재를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 회전 영역에 토크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엔진 회전수의 상승에 따라 힘이 일직선으로 상승한다.

핸들에 변속 버튼을 누르고 당겨 주행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기어를 내릴때 웅~ 하는 자극적인 배기음을 내며 RPM이 치솟는 점이 BMW답다. 디젤 엔진이지만 5500 RPM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엔진과 변속 감각은 오히려 휘발유와 가깝다. 오토매틱 장치는 전자식 6단 스텝트로닉이다.

 

기어 노브는 BMW의 특유의 전자식인데, 이렇게 가벼울 필요가 있나 싶게 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 D모드로 주행중 기어를 왼편으로 톡 제치면 S모드에 진입한다. 변속을 보다 늦게 하면서 차량이 엑셀을 밟으면 즉시 튀어나갈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다. 오토매틱(S모드)에서 주행중에도 계기반에는 현재 기어단수가 보이는 점이 독특하다. 

핸들 조작은 스포츠카를 몰듯 하면 된다. 굳이 SUV라고 휘청거리는 것을 예상하거나 언더스티어를 감안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저속에선 핸들을 약간만 움직여도 더 많이 회전하기 때문에 주차하거나 유턴 등의 조작을 할 때 편하고 고속에서는 핸들을 움직여도 차체가 조금만 움직이도록 했다.

 

X6의 실내…X5와 같네

처음 들여다 본 X6의 인테리어는 X5와 큰 차이가 없었다. X5에서 익숙해진 실내 덕에 X6를 타도 부담스럽지 않다.

유리창에 내비게이션 정보와 속도 등이 나타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이제 BMW에선 필수 장비로 자리잡은 듯 하다.

일반적으로 계기반과 전면을 번갈아 보면 눈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특히 야간에는 눈의 조리개가 열려 촛점을 맞추는데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BMW의 HUD는 먼곳에 촛점이 맞도록 구성돼 있어 안전상의 이유는 물론 눈의 피로도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진시 8.8인치 디스플레이에는 후방 카메라가 비춰진다. 가죽과 대나무 느낌의 센터 페이시아가 특이하다.

뒷자리 무릎공간은 충분하고 남지만, 머리위 공간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차가 덜컹거리면 경우에 따라 머리가 천장에 닿기도 한다. 천정이 평평하지 않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굽은 길을 달릴때 옆부분에 머리가 닿는다. 건장한 남성이 앉기엔 불편함이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뒷자리는 6:4로 분할되어 눕혀져 길다란 짐을 싣기에 편리하다.

테일게이트는 스위치로 열고 닫을 수 있다.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각도는 iDrive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왜냐면 천정이 낮은 차고에서 문을 열때도 천정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트렁크 공간은 570리터나 되기 때문에 넉넉하지만, 트렁크 면 바닥이 높아 짐을 넣기 불편한 면도 있다. 바닥을 열면 아래에 빈 공간이 나오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공간에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정말 잘 달리면서도 실용적

그러나 넉넉하지 못한 뒷좌석 머리 공간은 이 차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또 고유가 시대에 뛰어난 달리기 성능은 사치일지 모른다. 승차감도 약간 딱딱한 편이다. SUV의 거동이 아니라 스포츠세단의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차는 무척 신축성이 있는 차다. 원하면 언제고 강하게 달리고 또 필요하면 주변 흐름에 맞추는 것으로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쾌적한 주행성도 일품이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하면 1500RPM 수준으로 매우 조용하다,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노면 소음도 최소한으로 억제됐다. 롤링이나 불안감이 극도로 적은 것은 물론이다.

뒷좌석 머리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이다. 뒷좌석 등받이도 경쟁모델에 비해 눕혀져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한가지 역할을 잘 하는 차도 매력적이지만,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유연하게 역할을 제공하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