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기자의 AboutCar

장소는 양화대교 북단. 밤이 깊었다.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SLK 350. 톱은 열고 달렸다.

붉은 신호에 잠시 차를 세웠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옆차선 택시에서 하는 말이 그대로 들린다. 슬쩍 곁눈질로 보니 내가 탄 차를 보고 포르쉐라느니 옆자리에 여자를 태워야 한다느니 온갖 말을 다한다. 안들리게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택시의 두 사람은 창밖으로 고개까지 내밀 태세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번엔 버스의 승객들이 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거야 시선이 따갑다 못해 참기 어렵다. 민망해서 컨버터블을 닫는데, 예의 그 택시에서 운전사와 승객이 탄성을 내지른다. 어이쿠. 맙소사.


이 차는 차체 크기에 걸맞지 않게 V6 3500cc 엔진을 얹었다. 그 때문에 본넷이 매우 길고 트렁크는 짧다. 이런 디자인을 롱노즈-숏데크라고 하는데, 언뜻 밸런스가 깨진듯 보이지만, 그러한 파격이 스포츠카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SLK의 앞부분 디자인은 말그대로 '쏜살'을 닮았고 뒷부분은 물방울을 닮은듯한 곡선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자인이 서로 닮아가는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이 차를 닮은 차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을 하고 있는 터라 그런지 SLK를 스쳐 지난 사람 중 반 정도가 차를 쳐다보고 예외없이 이 차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듯 했다. 이점이 어떤 이에게는 부담이고, 어떤 이에겐 즐거움이 될것이다.

하드톱 컨버터블 
하드톱 컨버터블의 장점은 무엇보다 톱을 닫았을때 소프트톱에 비해 외부에서 보기에 좋다는 점이다. 또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하드톱 컨버터블이라고 해서 일반 하드톱과 같은 수준의 실내를 기대하면 안된다. 내부에서 볼 때는 힌지 등이 노출 되는데다, 천장 안쪽 재질이 플라스틱으로 돼있어 하드톱은 물론 소프트톱컨버터블에 비해서도 감촉이 좋지 않다. 우천시 천정을 때리는 빗소리도 생각보다 꽤 크게 들린다.

또 최근 고급 차량에 사용되는 소프트톱은 소음 차단 효과나 차폐수준이 하드톱 못지 않다. 하드톱 컨버터블은 실용적이라기 보다는 디자인적인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인 하드톱 컨버터블이 천정과 뒷유리가 종이를 반으로 접듯 접히는데, SLK의 톱은 천정이나 뒷유리가 뒤집히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접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카톱시스템(포르쉐 산하)의 작품으로 개폐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오픈 되었을 때 트렁크 공간을 더 많이 남겨준다는 장점이 있다.

개폐에 걸리는 시간은 20초 정도로 빠른 편이지만,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일때는 개폐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되어 있는 점은  아쉽다. 올림픽대로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비가오면? 그대로 맞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건 따지는 까칠한 컨버터블은 사실 잘 벗겨보지도 않게 된다.


실내 인테리어

스포츠카의 풋레스트는 운전자의 몸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왼쪽 발바닥이 완전히 닿도록 시트를 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SLK는 시트를 그렇게 조정하고 나면 브레이크 패달이 너무 가까와져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선 무릎을 다소 들어올려야 한다. 스포츠카 답지 않게 브레이크 위치가 지나치게 높다.

6방향 전동 시트는 충분히 얇고 몸을 잘 감싸주는데다 열선이 내장되었고 뒷편 목부분에는 에어스카프라는 기능이 있어서 쌀쌀한 날씨에도 톱을 열수 있도록 해준다. 단 이 기능은 열선을 이용한 것이므로 여름에 차가운 바람이 나오게 할 수는 없다.

11개의 스피커에 인대시 6CD 체인저를 갖춘 오디오는 훌륭하고, 디자인도 잘 어울린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세련되었지만, 로드스터적인 요소가 몇가지 부족하다. 2인승 컨버터블은 가방조차 내려 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의자 뒷편 공간을 사용해야 하지만, 의자를 한번에 앞으로 젖힐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 

또, 시승차에는 공기가 들이치지 않도록 헤드레스트 뒷편에 세우는 바람막이인 윈드디플랙터가 없어서 머리칼이 바람에 세차게 휘날리는 점이 가장 아쉽다.


 엔진과 변속기

벤츠의 3500cc엔진은 E클래스,CLK, CLS에도 실리는 검증된 엔진인데, 여기에 7G-Tronics 라고 불리는 7단기어의 조합은 말할수 없이 매끄럽고 상시 최적의 토크를 뿜어낸다. 

엔진은 스포츠카 답지 않게 조용한데, 조용히 뿜어내는 271마력의 힘에 놀란다. 0-100km/h 까지는 5.6초로 포르쉐 못지 않다.

후륜 245/40 R17과 전륜 225/45 R17의 넉넉한 타이어가 기본인데도 악셀을 강하게 밟으면 엔진 힘을 이기지 못하고 스키드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소 부족한 타이어는 AMG킷에 사용되는 18인치 휠로 바꾸면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엔진은 큰 소리를 내지 않지만 머플러에서 나는 소리는 급가속시 뿌듯한 중저음을 뿜어내는데, 소리가 지나치게 안정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포르쉐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친 야생마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잘 조련된 노련한 경주마의 느낌이다. 분명 잘 달리지만 열광적인 느낌은 아닌것이다.

D레인지에서도 핸들 뒷편에 위치한 7G-Tronics 시프트 버튼을 누르면 바로 1단 시프트 다운을 한다. 매우 빠르게 시프트를 해줄 뿐 아니라, 7단의 촘촘함으로 인해 시프트다운이 급작스레 울컥하고 일어나는것이 아니라, 달리는 중에 정확히 필요한 힘을 더해주는 기분이다.

물론 7단기어라 해서 반드시 6차례 변속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가속의 정도에 따라 지능적으로 1-3-5-7 식으로 자유롭게 킥다운이나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코너링

핸들을 끝까지 꺽고 악셀을 꾹 밟았다. 차는 회전하는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홱 하고 180도 돌아버렸다. 다시금 몇바퀴를 돌았더니 타이어 타는 냄새가 매캐하고 하얀 연기와 함께 고무가루가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타이어가 조금 더 크다면 좋았겠다.  

핸들을 좌우로 돌리는 것에 따라 멀티링크인 뒷바퀴는 오버스티어로 빽빽 비명을 지르면서도 잘도 따라온다. 때로는 3-링크의 전륜이 밀리기도 하지만 카운터 스티어 없이도 금세 복구된다. 충분한 축거, 윤거와 전후의 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져 스핀을 잘 막아주는 덕분이다.
급가속하며 달릴때 코너마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기분은 카트 경주장에서 레이싱 카트를 타는 듯하다. 미니 쿠퍼를 카트 같은 차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륜구동에 뚜껑까지 덮인 무던한 카트라는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SLK야 말로 거친 코너웍의 진정한 카트같은 자동차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차의 오버스티어는 중독성이 있다. 예측 가능하고 즉시 복구할 수 있으며 작은 코너에서도 짜릿한 코너링을 만들어주는데,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타이어를 태우는 기분도 꽤 괜찮다.

ESP를 켜면 오버스티어를 막아주지만,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아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차가 본격 레이싱카는 아니다. 그러나 즐겁게 스포츠 드라이빙하는데는 충분하고 남는다.

 < 총평 >

동력성능: ★★★★
훌륭한 엔진과 탁월한 기술의 트랜스미션. 타이어는 아쉽다.
 
조종성능: ★★★
SLK의 코너웍은 코너에서 미끄럽게 느껴져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지만,  실은 그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패키징: ★★★★
디자인과 컨버터블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실내 내장재가 플라스틱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으며 검정색 플라스틱제 도어 트림은 때가 탄다.
 
안전성능: ★★★★☆
전면에어백, 사이드에어백과 충실한 브레이크. ESP, EURO NCAP에서 별4개를 받은 충돌 안정성.
 
환경성능: ★★★
3,500cc 엔진 스포츠카치고 8.1km/l(2등급)라면 나쁘지 않다.

종합평가: ★★★★☆
스타일이면 스타일, 드라이빙이면 드라이빙.
그저 운전석에 앉아있는것 만으로도 이렇게 뿌듯한 차가 또 있을까. 
다소 비싸지만 경쟁 차종에 비해선 그래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별 네개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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