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이 뭐 이렇게 추워졌는지 차에 앉아서도 몸이 오들오들 떨리더군요. 양손을 오무린채 호호 불어 대는데, 문득 지난번 며칠간 시승했던 K7의 '열선 핸들'기능이 떠올랐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거 꽤 기분이 좋아지는 옵션이었어요.
제 차도 나름 유명하다는 브랜드 수입차로 K7보다 비싼데, 열선 핸들장치가 없거든요. 주변 분들 모는 수입차 중에 핸들 열선 있는 차 거의 못본것 같아요.
여긴 열선이 있었죠.
열선도 없는 내 차와 열선도 없고 심지어 자동 와이퍼도 없는 이다일 군의 차. 수입차들 왜 이래?
그러고보니 제 차에는 없고, K7에는 있는 기능들도 많네요. 자료를 찾아보니 K7이 수입차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는점도 몇가지 있었어요.
우선 크기에서는 경쟁 차종을 누를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기아차 측은 이 차의 경쟁차종으로 렉서스 ES350, 어코드, SM7 등을 꼽고 있는데요. 이 차들과 실내 공간 등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큽니다.
아래 표에는 없지만, 실제로는 그랜저나 오프러스보다 실내 공간이 상당히 큽니다. 폭은 오피러스와 같습니다.
차를 타보고 가장 놀란 점은 서스펜션이었는데요. 딱딱하지 않고, 단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움직여주는게 유럽차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축거가 다른 차에 비해 넓고, 타이어가 18인치가 장착됐으며(16,17,18인치 선택가능), 윤거(트레드)가 넓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시승한 차는 ECS가 장착된 차인데, ECS는 아시다시피 전자제어서스펜션(Electronic Control Suspension)이라고 해서 전자적으로 단단한 정도를 조절해주는 서스펜션 장치입니다. 평상시는 오토매틱으로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조절되고, 만약 항상 단단하게 운전하고 싶다면, SPORTS모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3.5리터 모델에 장착되는데, 이게 장착됐으니 당연히 서스펜션 반응이 좋겠지요. 돈이 얼만데...
제가 타보진 않았지만, 주력모델인 2.7리터 모델에는 진폭감응형댐퍼(ASD: Amplitude Selective Damper)를 장착했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ASD밸브라는 장치를 통해 서스펜션이 움직이는 정도를 최대한 최적화 하는 기계 장치입니다. 과연 저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기는 한데,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출력도 동급에서 가장 강력합니다. 180마력인 2.4리터 엔진은 SM7 2.4(170마력)에 비해 강력하고, 그랜저 뉴 럭셔리(179마력)에 비해도 조금이나마 강합니다. 어코드 2.4 모델과는 동일하죠.
2.7리터 모델은 그랜저와 K7에만 있는데, 그랜저는 192마력인것이 K7은 200마력.. 흠. 꽤 차이가 있습니다.
3.5리터 모델은 290마력으로 경쟁모델을 압도할만한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하니, 대단한 기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아니 K7이 우수하다기 보다는 경쟁차종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수입차들은 물론이고, 쏘나타도 충돌시험에서 별을 5개 받았지만, 현대 그랜저는 별을 4개밖에 못받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와 같은 약점 때문에 신형 플랫폼을 열심히 개발했고, 그 결과가 K7에 먼저 적용된 것이죠.
물론 그랜저도 내년 12월에 신모델이 나온다는데, 그 이후에는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격차가 꽤 있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기능 압도적
다른 차에는 없는 자잘한 기능들도 정말 많습니다. 많은 기능을 장점으로 봐야할지 괜히 가격만 높이는 결과가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열쇠를 갖고 차에 다가가면 차가 스스로 1) 사이드미러를 펴고, 2) 도어 손잡이에 불을 켜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재주를 부렸다는 생각이 들구요.
후방 카메라의 위치는 룸미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내비게이션 옵션을 선택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타나지만,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와같은 방식으로 뒷편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룸미러와 모니터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으므로 내비게이션 위치에 나타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좋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모닝에 장착된 것을 한번 봤는데, 작으면서도 해상도가 굉장히 높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K7의 경우 내비게이션을 선택한 사람은 룸미러내 모니터를 장착할 수 없다니 좀 아쉽네요.
내비게이션 내에는 가이드라인이 표시되는데, 버튼을 눌러 일렬주차나 직각주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톱 뷰> 기능도 있어서 뒤편에 바짝 붙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전면 카메라와 모니터가 있어 골목에서 빠져나갈 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에쿠스나 오피러스 등에 장착된 기능인데, 준대형으로는 처음 장착됐네요. 수입차 중에서도 BMW 7시리즈에나 장착되는건데 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용성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트는 열선 뿐 아니라 통풍시트를 지원합니다. 3.5리터 경쟁 모델 중에는 ES350에는 있고,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에는 없는 기능이죠. 그랜저에는 물론 없구요.
최고급 오디오도 칭찬 할 만 합니다. 최고급 오디오(JBL)의 경우 출력이 530와트나 됩니다. 스피커는 서브우퍼와 센터스피커를 포함해 총 13개나 된다니 상당하죠. 실제 들어보면 울림통(차량실내구조)이 잘 짜여져서 예상보다 월등히 좋은 사운드가 납니다. CD를 차량내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는 장치도 요긴합니다.
13개 스피커. 뒤편 가운데 있는건 서브우퍼. 전면 가운데는 센터 스피커.
고급사운드(디멘션)옵션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8개 스피커와 450와트 외장앰프라니 괜찮은 수준이죠. 하지만 2.4모델에 들어가는 기본 사운드는 좀 말이 안됩니다. 이 정도 차에 트위터를 포함해 6스피커, 내장앰프(84와트)라니, 제대로 소리가 나올지 의문입니다. 기본 사운드는 그냥 잠시 장착했다가 애프터마켓에서 교체하는 것을 염두에 둔 설정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서…K7은 어떤 차?
현대 제네시스와 함께 국내서 지금까지 나온 차 중 가장 잘 만든차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 가격에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봤을 때 제 생각엔 도저히 못 만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런 럭셔리 스타일카가 필요한가를 질문해보면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저만 해도 작고 잘달리는 차를 선호하니까요. 더 작은차, 더 단순한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적합치 않을겁니다. 이 차는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까지 중시해야하는 40대 성공한 분들이 타기에 적당한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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