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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연비 38km/l는 터무니없는 오해

18일 일본에서 도요타가 발표한 차세대 프리우스 연비가 38km/l나 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세계최고의 연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 38km/l 라는 숫자를 처음 접하고는 저도 놀랐습니다. 

기사대로라면 국산차 중 가장 연비 좋다는 아반떼 디젤 (21.0km/l)보다는 80%나 높고, 일반 휘발유 쏘나타 2.0 (12.8km/l) 연비의 거의 3배입니다. 쏘나타로 월 50만원 주유하던 운전자는 프리우스로 차만 바꾸면 매달 33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겁니다. 33만원씩 12개월이면 1년에 400만원, 5년이면 2000만원을 절약하게 되니 프리우스 차 가격을 그냥 뽑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연비 기준 먼저 알아야

여기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일본의 연비측정방식인 10·15모드라는 것인데요.

한국이나 미국의 연비 측정 방식과 사뭇 다르기 때문에 일본차의 연비를 접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10-15모드는 10(도심모드)과 15(도심고속)모드를 이용해 측정하는 연비 측정 방식을 말하는 것인데요. 10-15모드는 이 두가지 연비 측정을 결합해서 얻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 주행은 하지 않고 실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차체 디자인이나 공기 저항등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10 모드 (도심)

도심의 저속에서 135초의 길이와 가감속을 통해 연비를 측정합니다. 저속이기 때문에 최고 속도는 40km/h, 평균속도는 불과 17.7km/h 입니다.

15 모드 (도심고속) 

조금 더 빠른 야외 주행을 감안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231초 동안 가속과 감속을 통해 연비를 측정합니다. 

10모드에 비해 훨씬 빠르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70km에 불과합니다. 

평균속도는 시속 33.88km입니다.

10-15 모드

엔진이 가열된 상태에서 10모드를 3차례 하고 15모드를 1차례 합니다. 이를 통해 산출된 평균 연비가 10-15모드 입니다.



유럽은 시속 120km 까지, 한국과 미국은 시속 91km까지 달리는 것에 비하면 일본의 고속모드는 훨씬 느린 속도입니다. 실제 서울도심 평균속도인 시속 31.4km에 비해서 평균속도에서도 훨씬 느립니다.

애초 10·15모드는 실제 도로 상황을 더 잘 반영한 것으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상황은 달랐습니다.

특히 고속 위주로 자동차를 만드는 유럽산이나 미국산 자동차들을 일본내 수입하면 연비가 낮게 나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본 자국차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는 지능적인 비관세무역장벽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이 방식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습니다. 저속위주로 가·감속 주행을 거듭하는데다 정지하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의 기본 기능인 '정차시 시동꺼짐' 기능만 적용해도 연비가 획기적으로 올라갑니다.


18.7km/l로 크게 줄어든 프리우스 연비  

그러면 미국에서 측정한 프리우스 연비는 얼마나 될까요?

사실 미국에서 연비 측정 기준을 바꾼 이후 프리우스 연비가 그다지 놀랍지 않게 됐습니다.

2008년부터 현실성있는 새로운 연비제도를 도입하면서 프리우스의 연비가 60mpg(25.5km/l)였던것이 2008년형부터 48mpg(20.4km/l)로 20%나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고속 연비는 18.7km/l 로 훨씬 더 낮아졌습니다.

최근 미국서 디젤모델이 조금씩이나마 등장하고, 폭스바겐 제타나 아우디 TT등의 디젤 차들은 이미 이와 같은 48mpg이기 때문에 도요타 프리우스의 최고 연비 자리가 위태롭게 됐습니다.

이에 도요타는 최근 프리우스 3세대 모델을 내놓으면서 미국 연비 50mpg를 달성함으로써 최고 연비차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에는 디젤승용차가 얼마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프리우스가 최고 연비차라는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 역시 한국 측정연비와 직접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되는 우리 차와 비교를 해봐야겠습니다.

미국서 현대 쏘나타 2.4의 연비는 얼마나 될까요?


쏘나타 2.4가 고속도로 모드에서 32mpg(13.6km/l)라는군요. 시내 주행연비는 많이 떨어져 22mpg(9.4km/l)라고 합니다.

쏘나타의 한국 연비는 이 둘을 평균낸 값에 근접한 11.5km/l 정도가 되는군요. 미국과 한국의 측정방식이 큰 차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이로 미뤄 짐작해볼때 2세대 기준으로 올 10월에 수입할 프리우스의 한국 공인연비는 어쩌면 19.6km/l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왜 2세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느냐면 미국에 정식 판매되고 있는 것이 2세대라 도요타 미국 홈페이지에 아직 2세대 연비를 기록해두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3세대 모델이 수입될텐데 이는 미국서 50MPG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는 기존 2세대 모델에 비해 불과 5% 가량 높은 정도니 3세대가 국내 들어오더라도 연비는 간신히 20km/l 에 턱걸이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아반떼, 베르나, 프라이드 등의 디젤 수동 모델에 비해 연비가 오히려 떨어집니다. 프라이드, 베르나 1.4 하이브리드도 19.8km/l와 연비에 큰 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미국 연비를 통해 비례적으로 볼때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측정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연비? 그건 거짓말

프리우스가 자동(무단)변속기를 장착한데다 각종 첨단기능을 내장하고 연비 또한 높은 '좋은차'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작지 않은 차체로도 하이브리드차 최고 연비 기록을 갖고 있다니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현재로선 세계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보았듯 일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우선 평균 주행속도도 늦고, 고속주행 구간도 없는 테스트 결과로 나온 상황입니다. 공인연비 높다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국내서 낮은 연비로 불평을 듣는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또, 일본과 미국에 디젤 승용차가 판매되지 않는다는 특수한 상황도 하이브리드 인기에 일조합니다.

일본과 미국땅을 벗어나면 '프리우스'는 도요타코리아가 홍보하는 것 처럼 '세계 최고 연비'가 결코 아닙니다.

세계 최고 연비를 갖고 있는차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디젤차량인 폭스바겐 루포 입니다. 유럽기준으로 리터당 33km이상의 공인연비를 갖고 있습니다. 이어 폭스바겐 폴로 TDI도 리터당 30km이상의 연비를 자랑합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막연한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훨씬 현실에 가까이 와있는 디젤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