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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독일 뮌헨

이 기상천외한 건물, BMW 출고장이라고?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BMW는 2007년 10월 BMW벨트(WELT;World)라는 건축물을 만들어 개장했습니다.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외관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이 건축물의 주된 용도는 놀랍게도 신차 출고장입니다.

신차 출고센터에서 단순히 키만 넘겨주는게 아니라,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곳에는 BMW의 엔진 구조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면서 배우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눈길 주행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BMW 차량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디즈니 월드'에서 기뻐 날뛰듯, BMW 마니아들은 'BMW 월드'의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접니다)


실로 예술적 건축물

뮌헨의 주요 도로변에 위치한 이곳은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건축물은 좌측에 보이는 소용돌이가 건물의 대부분을 받치는 기둥 겸 벽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실제 건물 내부에는 얇은 기둥이 6개 있을 뿐입니다. 디자인상으로는 이 소용돌이가 건물 안으로 들이친다는 이미지를 살려 설계됐습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봤더니 가장 최근에 나온 신차를 전시하게 돼 있습니다. 소용돌이의 중심이라는거죠.



소용돌이 벽과 얇은 기둥 몇개만으로 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건물 내부는 매우 넓직하고 쾌적한 공간이 돼 있습니다. 저 정도 기둥으로 천장을 잘 받쳐줄 수 있을지 좀 섬뜩해집니다.

천장은 마치 태풍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는 듯한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평평한 공간은 한곳도 없습니다. 모든 타일이나 유리창이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1년 세계 건축 콘테스트(The International Architects’ Contest) 우승자인 비엔나 출신의 디자이너팀인 ‘쿠프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에 의해 설계됐고,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독창적 콘셉트의 건축 예술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설명해주시는 여성분도 어찌나 예쁘신지 눈을 뗄수가 없더군요. 흠흠. 흠흠.

저건 머릿돌에 해당하는 시멘트 블럭입니다. 이 블럭에는 타임캡슐이 들어있어 수십년 후에 다시 열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BMW 차는 이렇게 운전하셔야 합니다

BMW차량을 운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습니다. 아래는 눈길에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BMW 4륜구동 승용차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술을 뽐내는 동시에 운전안전교육까지 시켜주는 코스인겁니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오토바이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한국 사람도 있었습니다. ^^;;


인터랙티브 게임 등으로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를 직접 체험 해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싱글터보와 트윈터보를 만들어놓고 직접 손으로 돌려보게 한다거나, 기타 여러 체험 장치를 통해 BMW 기술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게 합니다. 위 사진은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직접 패달을 밟아가며 배워보는 장비입니다.

BMW의 말은 "차를 가져가기 전에 차에 관한 기술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BMW 오너라는 자긍심이 생기고, 마니아가 되어 재구매를 하거나 또 다른 BMW 오너를 만들어 낼 수 있겠죠. "내 차는 쓰레기야"라고 말하는 오너 만큼 마케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어딨겠습니까?


주니어 섹션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역학을 배워볼 수 있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렸을때 어린이 회관에 갔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오른편에 보이는 사진은 커다란 바퀴위에 주먹 2개 만한 쇠구슬을 올려놓고 떨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맞추는 기술 묘기입니다. 센서로 구슬의 기울어짐을 항시 모니터링 하다가 구슬이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재빠르게 바퀴를 돌리는겁니다. 바퀴는 끝없이 좌우로 돌면서 구슬이 떨어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놀랍습니다.

BMW는 본래 엔진메이커다 보니, 모든 엔진들을 따로 모아놓고 하나씩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강의실로 이동해 출고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해주기로 했습니다. 클릭해서 안내해주시는 분 얼굴을 크게 보시면. 아 역시 매우 예쁩니다.


슬라이드를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 출고가 이뤄지는지를 살펴봅니다. 어차피 입고 시점에도 차를 검사했는데, 차를 출고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로봇에 의해 각종 점검이 이뤄지고 세차와 배터리 충전 등이 완료됩니다.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슬라이드가 꺼지더니 깜짝쇼가 시작됩니다.
스크린이 올라가더니, 좀전에 그림과 동영상으로 보았던 장면이 실제로 펼쳐지는 겁니다.


아 이거 실제로 보면 참 멋지고 감동적입니다.

그렇지만 차를 직접 만져보거나 가까이 갈 수는 없습니다. 저 안은 차의 산화를 막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산소를 희박하게 뽑고 기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저 안에 들어갈 수 없고 여기 있는 차들은 로봇팔에 의해서만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됩니다.
차는 멋드러지게 꾸며진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옵니다.

이곳은 연간 200만명 가까운 인파가 북적거리는 곳인데, 이 많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한 가운데 독립공간에서 차를 인수받게 됩니다.

구매자는 자신의 차가 턴테이블에서 돌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차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지켜보는 관중들이 축하 박수를 치는 것에 대해 손짓으로 가벼운 답례를 하고 직접 차를 몰고 램프로 빠져 나가는 겁니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길로요)


제가 직접 차를 인수받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 차를 인수 받는 과정이 이보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볼트도 이곳에서 BMW M3를 인수 받았는데, 그때 그도 이런 표정이었다는군요.


BMW WELT에 찾아가려면


이 건물은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07년까지 공사가 계속 됐다고 합니다. 본래 이곳은 BMW의 고향인데, 바로 곁에는 BMW 본사인 4실린더 빌딩과 박물관이 보입니다. 건너에는 공장과 BMW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고, 반대편으로는 올림픽공원도 보입니다.

출고장이니만큼 입장료는 무료. 벨트의 입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9시까지입니다.

현재 BMW벨트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평일 9시부터 4시, 주말과 공휴일 10시부터 4시까지 가이드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어는 대략 1시간20분가량이 소요 됩니다. 영어는 가능하지만 한국어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BMW 출고장에 반해 버린 동안,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이처럼 BMW는 자동차를 살 사람들은 물론, 구매한 사람들 모두가 BMW의 마니아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독일, 특히 뮌헨사람들은 BMW의 고장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합니다.

물론 이런 모습이 BMW만의 것은 아니고,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등 독일 회사들은 대부분 박물관과 출고장을 화려하게 꾸며 자동차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규모차이는 있지만 상설 전시장과 체험공간을 만들어 인기를 끌어모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우리 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가요?

현대차 박물관은 커녕 제대로 된 출고장도 없는게 현실입니다. 차들 다니는 시끄러운 거리에서 차를 넘겨받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현대차 이제 그런대로 잘 만든다지?" 뭐 이 정도 반응이면 양호한 편이고, 대부분 현대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어마어마 한 것으로 압니다.

그도 그럴것이 AS센터에만 가도 싸우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제조공정은 향상됐는데, 고객응대나 AS공정에 대한 체계화가 미숙한 탓입니다. 심지어 최근 한 영업소에서는 영업사원이 책상에 앉아 전화나 받으면서 방문 고객에게 턱짓으로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는일도 있었다고 하니, 현대차 이미지가 이 정도인것이 이해가 됩니다.

국민 모두를 팬으로 만들어도 부족한데, 대다수 국민에게 '마지못해 타는차'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밀려드는 수입차의 침공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차가 단순히 타고 다니는 제품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고, 아끼고 진정으로 사랑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현대차도 깨달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