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들이 차세대 자동차시장 왕좌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최근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면서 친환경브랜드 ‘블루 드라이브’를 내세웠다. 기아차도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 차량을 내놓으면서 ‘에코 다이나믹스’를 표방했다. 하이브리드카 한대가 아니라 추후 YF쏘나타 하이브리드카나 모하비 수소연료자동차 등 친환경과 경제성을 부각한 차량을 여럿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같은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외 자동차 기업들의 친환경 자동차 전략은 보다 구체적이고 오랜기간 준비돼 왔다.
하이브리드 진영…치열한 개발,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아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크라이슬러 등은 최근 하이브리드카를 만들기 위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코퍼레이션(Global Hybrid Cooperation)’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GM과 크라이슬러의 픽업트럭 등 다양한 차종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400 블루하이브리드와 BMW의 X6 액티브 하이브리드 또한 여기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했다. 이 하이브리드는 두개의 모터를 이용하는 투모드(Two-mode)하이브리드로 도요타 방식 하이브리드와 구별된다.
GM의 볼트(VOLT)나 ‘볼보 C3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넓은 의미에서는 하이브리드라고는 하지만 전기차 쪽에 가깝다. 볼트의 경우 평상시 전기를 꽂아 충전해 달리는 전기차로 사용하다가, 전기가 모두 고갈되면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기를 추가 발전해 달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C3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전기 배터리를 3시간 충전후 100㎞가량을 달릴 수 있고, 배터리가 고갈되면 4기통 터보 디젤엔진으로 전환되도록 설계됐다.
다음 세대는 전기차가 대세?
일본 미쓰비시는 이달 초 전기차 i-MiEV를 대량생산하며 시판에 나섰고, 일본 스바루도 전기차 스텔라(Stella)를 내놓았다. 이 차들의 초기 가격이 한화로 4000만원 가량으로 비싸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일본 정부에서 30~50%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반응은 양호한 편이다. 또 실제 주행감각이나 실용성은 일상적인 출퇴근 용으로도 문제 없다는 평이다.
BMW는 ‘프로젝트i (project i)’라는 새로운 연구 부문을 설립했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BMW의 고유 전략에 더해 친환경성을 극대화한 전기차와 도심형 차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 i의 첫번째 성과인 전기 자동차 MINI E는 소형자동차 미니를 플랫폼으로 한 차로 한번충전으로 240㎞거리를 달릴 수 있고, 시속 152㎞의 최고속도로 휘발유차 못지 않은 가속력과 성능을 낸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에서 약 600여대의 차량이 시범운행 되고 있다.
프로젝트 i의 두번째 성과는 차세대 도시용 친환경 차량, ‘메가시티 비히클(Megacity-Vehicle)’이다. 이 차의 구체적인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도심에 적합한 형태를 띄게 될 것이며 전기차, 가솔린, 디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BMW측은 밝혔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하이브리드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전기차로 향했다. 미국 ‘프로젝트 배터 플레이스(Project Better Place)社’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자동교체 시스템을 제작해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까지 진행중이다. 전기차의 약점인 긴 충전시간 문제를 겪지 않도록 충전소에서 차량 배터리를 자동 교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세계 자동차 업계들은 하이브리드 못지 않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진영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유해물질이고 충전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차세대 차량으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흔히 알려진 ‘전기차’에서 배터리 대신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차량이다. 일반 ‘전기차’는 충전하는데는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걸리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5분만에 수소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도 뛰어나 한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750㎞가 넘어(기아 모하비 수소연료차) 배터리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고, 수소 연료의 가격도 같은 거리를 달리는 전기료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우월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최근 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로 인기높은 혼다 또한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FCX를 내놓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리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아놀드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수소연료전지 허머(Hummer)를 타고 다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측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효율이 우수해 차세대 자동차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매년 11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기아 모하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미국 대륙을 대부분 횡단하고 미쉐린이 주최한 세계 대회도 완주하는 등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수소충전소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백금 촉매 등 수소연료전지 관련 부품의 가격이 아직 높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BMW의 수소자동차인 하이드로젠7은 수소를 이용하긴 하지만, 수소를 전기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에 수소를 집어넣어 폭발하는 힘으로 달린다는 점에서 수소연료전지차와는 큰 차이가 있다.
내연기관 발전 눈부시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하이브리드보다 내연기관의 연비를 극대화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 하이브리드 판매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이 2%, 네덜란드가 1% 가량으로 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이피션시 (BlueEFFICIENCY)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디젤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도 블루모션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디젤 엔진을 속속 내놓았다. 특히 폭스바겐 폴로 블루모션의 경우 하이브리드장치가 없이도 87g/㎞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는 99g/㎞)를 낼 수 있는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GM 등은 HCCI라 해서 가변 압축비 엔진도 내놓았다. 휘발유 엔진을 디젤엔진과 마찬가지로 압축 착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휘발유 엔진은 점화 플러그를 통해 연소시키고, 디젤 엔진은 압축시 자연착화를 이용해 폭발시키는 차이가 있었다. 휘발유 엔진의 경우 압축이 잘못되면 이상폭발(노킹)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노킹을 잘 조절해 차량 구동에 이용하면 획기적으로 높은 연비와 효율을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