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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한국 오는 도요타…어떤 회사길래?

요즘 일본메이커 영업사원들을 만나보면 참 어렵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많이 올라 물량 공급이 부족하다는게 본사 입장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대중적인 일본 브랜드인 미쓰비시와 닛산 브랜드가 한국에 론칭한 시기는 엔화가 가장 비싼 시기에다 경기악화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론칭하다보니 미쓰비시의 경우 차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게 나오기도 했고, 닛산의 경우도 공급 물량도 부족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홍보비 지출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도요타는 선견지명이 있었던걸까요? 다른 브랜드보다 먼저인 2007년말에 한국진출을 선언하면서도 2년 뒤인 2009년 10월달 론칭을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이 너무 오래 끄는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도요타 측은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도요타 론칭을 앞두고 때마침 엔화가 크게 내려 일본 메이커들도 어느정도 활력을 되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기자들은 결과적으로 볼때 10월에 한국에 첫 차를 내놓기로 한 것이 가장 시기를 잘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 도요타의 론칭은 미쓰비시와 닛산 등 대중브랜드가 한국에 론칭한 것과는 사뭇 다른 충격이 있을것이라고들 얘기합니다.


대체 도요타가 뭐길래

도요타는 2007년 1/4분기에 GM의 총 판매대수를 앞질러 세계 최다 생산 판매를 하는 회사입니다.

아시다시피 렉서스 브랜드를 갖고 있구요. 유럽과 미국에 판매되는 사이언(Scion)브랜드를 갖고 있는데다 자회사로는 다이하츠와 히노자동차가 있고, 후지 중공업, 이스즈자동차, 야마하모터스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자회사가 522개, 그룹 전체 직원은 26만명이나 되는 세계3위 규모 회사입니다. 자동차 분야의 3위가 아니라 모든 분야를 통틀어 3위이니 엄청난 기업이라 하겠습니다.

자동차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도요타 파이낸셜이라는 커다란 금융회사를 갖고 있는데다 심지어 로봇을 만들기도 합니다. 얼마전 달리기도 하고, 밀쳐도 중심을 잡는 인간형 로봇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도요타 최초의 자동차

1935년에 도요타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는 자신이 만든 최초의 차를 몰고  한사람만을 위한 신차발표회(?)를 하기로 합니다.

이 신차발표회는 다름 아니라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까지 차를 몰고가 아버지께 이 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A의 모조품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인 1933년 자신이 운영하는 도요다방직에 자동차부서를 만들고 도요타 기이치로에게 자동차 공장을 지으라며 돈도 제공했지만, 정작 완성된 차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당시의 감동적인 역사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도, 차도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차의 판매용 모델인 AA와 AB는 남아있는 부품도 있어 도요타는 1987년에 50주년을 기념해 모조품을 생산했다고합니다. 현재 AA의 모조품은 나고야 부근 나가쿠테시에 있는 도요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합니다. 그 모조품도 벌써 20년이 넘은 골동품이 됐겠네요.

노사화합이 오늘날 도요타를 만들다

한국은 매년 사측의 제시안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며 '강한 노조'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모 자동차회사의 노조만해도 7~8개의 당파가 구성돼 서로 뿔뿔이 계파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매년 100억대의 예산을 집행하는 단체다 보니 일부는 감투에 눈이 머는 경우도 있는것 같고, 일부는 정말 정의감에 불타올라 노조의 상급위원이 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노조라는 것은 의사결정이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고, 투표를 통해 우두머리를 선정하다보니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우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파업 등을 벌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점에서 도요타에 배울 점이 많습니다.

1950년 도요타는 강성노조가 생산인원 감축을 반대하는 극심한 파업을 일으켜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 사장을 물러나게 했습니다. 제가 모르긴 몰라도 오늘날 국내 모 자동차회사의 모습과 비슷했을겁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제국은행의 자금 지원등 전국가적인 도움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기회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정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다른 회사에 피인수되거나 직장을 옮길 수도 있지만, 도요타의 파산은 일본 내 자동차 산업 자체의 존립 문제였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게 될 판이었다 합니다.

한국쪽 자료에 따르면 때마침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인해 도요타는 미국 군용트럭을 만들게 되면서 회생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크게 깨달은 노사는 서로 협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사측은 아예 노조를 회사의 파트너로 규정하고, 회사의 모든 중대한 사안에 있어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중대사안에 노조 동의를 명시화하니 오히려 사측과 갈등이 줄어드는 결과가 됐습니다.

도요타 그룹 전체 종업원 수가 무려 26만명이나 되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기업이라 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조 관련 문제는 더 이상 크게 불거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도요타의 노-사 화합은 세계 자동차 회사들 중 가장 모범적 사례로 손꼽힙니다.

 

토요타로 적어주시면 안되나요?

가끔 도요타 관계자를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토요타자동차인데 왜 도요타라고 적느냐는 것이죠.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인터넷에도 토요타와 도요타가 혼용돼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제 글에는 100% 도요타로 적고 있지만요. '한국토요타자동차주식회사'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명칭을 적는 경우에는 토요타라고 적기도 하니 알쏭달쏭합니다.

사실 한국의 외래어표기법에 의하면 일본어에서는 어두에 무성음 거센소리(ㅋㅌㅊ)를 적을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때문에 토요타는 도요타로 적는것이 맞춤법에 맞습니다. 이름이나 고유명사, 지명 등 어떤 경우도 예외가 없습니다.

사실 토요타의 본래 이름은 창업주 토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의 이름을 따서 토요다였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일본문자에는 '타찌쯔테토'가 있을지언정 '다'문자는 없죠. 그래서 도요다를 일본어로 표기하기 위해선 탁점(위에 점 두개를 찍는)을 써야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토요타(トヨタ)로 회사 이름을 고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토요타로 적으면 맞춤법에 틀리기 때문에 저희는 여전히 도요타로 적고 있고, 한국토요타자동차 측은 계속 '토요타'라고 보도자료를 적어 보내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국어 표기시 발음대로 하는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맞춤법이 개선되고 토요타라고 적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한국오는 도요타…더 싸게, 더 착하게

이번에 도요타가 국내 들여오는 차는 인기 소형 SUV인 RAV4 , 프리우스,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등 총 4가지라고 합니다. 

닛산이나 인피니티가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비해 뭔가 특이한 매력을 불러 일으킬만한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전위주의 도요타 전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도요타 박물관은 아니고 Aichi에 있는 도요타 파빌리온이라고합니다.

사실 특이한 차들은 아니지만 국내 베스트셀러인 쏘나타나 그랜저를 정통으로 위협할만한 차들입니다. SUV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쏘렌토,싼타페를 비롯해 다음달에 나올 투싼후속모델(익쏘닉) 등과도 맞닥뜨릴 것 같습니다.

가격정책이 가장 중요합니다만, 도요타코리아의 한 직원은 "닛산이 들여온 가격을 보면 어떤 느낌이었나"며 "그 정도 느낌의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싸게 나올것이라는 얘기죠.

사실 도요타는 '린 메뉴펙쳐링(Lean Manufacturing)',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물류방식' 등을 중심으로 독특한 생산 방식을 도입해 1인당 생산대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입니다. 생산원가를 다른 메이커에 비해 월등히 낮추니 마진이 커지고 가격도 공격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엔화가 기존 대비 2배가 올라 혼다, 미쓰비시, 닛산 등이 차량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동안에도 렉서스는 기존 가격을 고수할 수 있는 이유중 하나가 이런데 있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에 론칭할 도요타의 새로운 광고를 미리 보니,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지도 않고, 성능을 강조하지도 않더군요.

BMW의 '드라이빙 플래져' 캠페인과 비슷한 느낌의 광고로 오로지 녹색 풀숲 사이를 달리는 드라이빙과 스마일을 강조했는데, '친환경적인 착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저렇게 해서 차가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도요타의 행보를 보면 한국서 많이 팔기보다는 천천히 생활속에 들어오겠다는 얘깁니다. 꾸준한 것이 도요타의 성공비결이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