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려는데 후배가 차를 보고 한마디 던진다. 과연 이전 모델과 비슷하면서도 월등히 공격적인 인상의 스타일이다. 이전까지 Z카에 대한 아무 관심이 없던 사람도 어지간해선 시선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이전 350Z(코드명 Z33)도 어지간히 짧은 차였지만, 이번 370Z(코드명 Z34)는 길이가 더욱 짧아졌다. 축간거리(휠베이스)가 100mm나 짧으니 실루엣부터 전혀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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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휠베이스가 짧을수록 실내 공간이 좁아지는 대신 코너링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약간만 돌려도 차체가 민첩하게 돌게 된다는 것이다.
"우와 실내도 정말 예뻐요"
차에 탄 후배기자는 거듭 환호성을 내지른다.
실내에 들어오면 오일 온도계와 배터리 게이지, 시계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데, 이로 인해 스포츠카에 올라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짙은 회색으로 바탕을 깔고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계기들은 매우 선명하고 위치 선정이 적절해 시인성도 뛰어나다. 시승차는 시트를 오렌지색 스웨이드로 선택해 아름다운데다 몸을 잘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가운데 RPM게이지가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왼편으로 디지털식 디스플레이와 오른편에 속도계가 있다. 속도계는 280km까지 표시돼 있는데, 경쟁모델인 랜서 에볼루션이나 포르쉐 카이맨S의 경우 300km까지 표시된 것에 비하면 좀 겸손해(?) 보인다.
달리기 재미 우수·자극적
배기음은 저음 위주로 만들어져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운전자와 동승자를 충분히 흥분 시킬만 하다. 느린 속도에서도 심장 속까지 울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3.7리터 엔진은 스포츠카치고는 큰 편이다. 333마력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더 강력해진데다 7단 자동변속기와 VVTL을 채용함으로써 성능과 반응이 빨라졌다는 것이 메이커 측의 설명이다.
문막에 위치한 도로안전교통센터 트랙까지 차를 몰고가 본격적인 시승을 했다.
가속을 해보니 시속 220km까지 오르는 것은 단숨이었다. 그 이후는 증가하는 속도가 약간 줄어들 뿐 지속적으로 가속이 됐다. 최고속도를 밟아보는 것은 포기했다.
트랙에서는 최고 기록을 깨기 위한 차라기 보다는 운전자의 재미를 더 향상시키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진 듯 했다. 머리가 뒤로 제쳐지게 하는 가속감도 재미있지만, 전자자세제어장치(VDC)를 끄고 코너에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재미도 짜릿하다. 지나치게 미끄러지는게 아니라 적절한 수준까지만 미끄러지도록 한 세팅이 놀랍다. VDC를 켜면 차체가 미끄러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뒷바퀴가 약간 미끄러지는 소리를 낼 정도로 세팅돼 있다. 인피니티 G37 세단과 달리 운전 재미를 더하는 세팅이다.
보통 1분 정도가 나오던 트랙이지만, 이 차로는 51초에 돌아나올 수 있었다. 가속력도 대단했고 헤어핀을 통과하는 코너링 능력도 어마어마하다. 다른 차들은 미끄러진 후 조종할 수 없는 상태에 진입해 스핀하는 일도 잦지만, 이 차는 미끄러짐과 복원이 수월해 자유롭게 슬라이드(옆으로 미끄러짐)를 즐길 수 있었다. 뒷바퀴 미끄러짐에 익숙해진 후에는 아예 코너에 들어가기 전부터 드리프트로 진입해 헤어핀을 공략할 수도 있다.
이렇게 즐겁게 슬라이드를 할 수 있는 차는 처음이다. 5천만원대 스포츠카가 순정상태에서 이렇게 멋지게 달릴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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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성능도 충분
포르쉐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지만, 닛산 측은 포르쉐 카이맨S가 이 차의 경쟁상대라고 주장 한다. 전면 프레임, 보닛, 도어, 테일 게이트 등을 알루미늄으로 하는 등 감량의 노력 결과 무게는 1530kg이면서도 333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 포르쉐 카이맨S를 넘는 가속력을 기록했다. 물론 카이맨S는 3.4리터 엔진이므로 3.7리터 엔진을 갖춘 차가 그보다 빠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엔진회전수를 7500RPM까지 쭉 밀어 올리며 달릴 수 있는 점도 신나는 부분이다. 특히 7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대부분의 경우에 기어를 낮춰(다운 시프팅) 가속하거나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국산차나 일부 일본 메이커의 경우 핸들에 시프트 버튼(패들 시프트)를 갖추고도 미션 보호 등을 이유로 다운 시프팅을 할 수 없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비하면 대단한 매력이다.
엔진 회전을 잘 가다듬어 이전 350Z나 인피니티 G35에서 보였던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은 매우 온순해졌다. 야생마를 준마로 길들여 운전자의 요구에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든 셈이다.
엔진 오일이 쉽게 뜨거워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크게 문제되는 정도는 아니다. 터보차저 장착 차량은 물론이고, 대체로 고성능 차들이 트랙에서 쉽게 과열되는데, 이 차의 경우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일부러 오일을 과열시키기 위해 슬라이드로 차체를 미끄러뜨리면서 트랙을 계속 돌았다. 한번 도는데 1분 이상 걸리는 트랙을 5바퀴 이상 돌고 나서야 비로소 오일이 과열됐다. 이는 어지간한 고성능 차들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370Z의 경우 오일이 과열되면 엔진 회전이 6000RPM까지만 올라가고, 급격한 다운시프팅이 금지되는 성능보호 모드로 진입한다.
급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최고속도로 트랙을 10바퀴 이상 돌았다. 경주용차가 아닌 일반차를 이렇게 심하게 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브레이크에서 과열로 인해 연기가 피어 오를 정도였지만 4피스톤의 알루미늄 캘리퍼을 장착한 브레이크는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일상적으로 탈 수 있을까?
사실 이 차는 튜닝카와는 격이 다른 단단한 구조와 차체를 갖추고 있다. 트렁크가 있어야 할 공간에는 비틀림 강성을 강화하는 바가 지나가고 있는데다 뒷편 하체를 더욱 강화하는 'V바'라는 독특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이전 350Z에 비해서도 25~30% 가량 강성을 높였다. 이제는 차체가 돌덩이 같이 느껴진다.
이 덕분에 지나치게 강한 댐퍼를 이용하지 않고 18인치 타이어로도 충분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코너에서는 쏠림이 거의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노면의 잔진동은 크게 거슬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스포츠카이다 보니 배기음이 크고 시트도 딱딱한데다 앉는 포지션도 낮다. 창문의 비중이 낮아 개방감도 적은 편이다. 뒷좌석이 없어 짐을 뒷편에 던져놓고 꺼내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해치를 열면 공간이 납작하면서도 넓어 꽤 많은 짐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 카이맨S나 닛산 GT-R 절반 이하의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주행감각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포르쉐가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광고가 있긴 했지만, 만만치 않은게 아니었다. 포르쉐가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분명히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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