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도요타 사태로 불거진 자동차 급발진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산차 또한 급발진이 일어나면 차를 세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4일 인천 영종도에서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의 안전 운전 전문가들과 함께 일본차, 한국차, 독일차를 놓고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이 테스트에선 가속페달이 눌려진 경우를 가정하고 브레이크로 세울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일반 브레이크로는 '급발진 차' 세울수 없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가 가속패달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차가 멈춰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테스트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관성이 엄청나게 늘어나는데다, 가속패달을 세게 밟는 중에는 대부분 차들이 브레이크 배력장치에 진공이 발생하지 않아 브레이크 패달이 딱딱하게 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차들은 가속패달이 밟힌 상태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기 어렵거나 전혀 멈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세워지도록 하려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스마트페달) 기능을 장착해야 합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가속패달의 신호를 무시하게 만드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국산차 중 이 기능을 갖춘 차는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일본차=한국차 '우려', 유럽차 '양호'
이날 테스트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로 고정하고 동시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테스트 결과 도요타와 혼다(닛산은 제외) 등 대부분의 일본차는 급가속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차가 잠시 감속되는 듯하다가 이내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져 차를 세울 수 없게 됐습니다.
반면 폭스바겐, BMW 등 독일차들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여부와 관계없이 브레이크 페달을 건드리는 즉시 차가 감속되고 정지까지 쉽게 이뤄졌습니다. 이는 급발진 방지장치인 ‘브레이크 오버라이드(스마트 패달)’ 기능 덕분입니다.
국산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중반부터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장착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전 차종까지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날 새롭게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이 장착됐다는 국산 차량을 테스트 했지만, 독일차와 비교해서는 아직 초보적인 장치에 불과해 여전히 사고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차는 기존 차들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점차 딱딱해져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초보적인 기능이라도 있는편이 사고 위험을 조금이나마 막아줄 수 있는데, 그 또한 절반 이하의 차에만 장착됐습니다.
GM대우는 전 차종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장착하지 않았고, 현대차는 올 2월부터 새로 생산하는 전 차종에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는 또 기존 차종에 장착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은 전 차종에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이미 장착했습니다.
현대차 기술 관계자는 또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은 수많은 급발진 방지 기능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라서 좀 놀랐습니다. 또 그는 “급발진시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눠밟지 말고 한번에 강하게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레이크 이상이 생긴줄 어떻게 알고 단 한번만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있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일단 가속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세울 수 없는 현상을 지적했는데, 그건 별다른 기능도 아니라고 답하는 기술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니 현대차가 얼마나 현실감각이 없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현대차가 이렇게 헤메고 있는 이 순간에도 급발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되고 있다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