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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스위스 제네바

스포티지R이 제네바 모터쇼에서 박수받은 사연

사실 한국 기자들은 행사에서 절대 박수를 안치는 걸로 유명하죠. 뭐 카메라 기자들도 많고, 손으로 적어야 할 것도 많고 해서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만,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서울 모터쇼에서 대단한 차를 본 적도 없고, 제조사에 찬사를 보낼만한 일도 좀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는 해외 모터쇼에서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 기자들이 신차의 베일을 벗길때마다 박수를 치는 겁니다. 그것도 마음에 드는 차는 큰 소리로, 마음에 들지 않는 차는 박수를 치지 않거나 건성으로 칩니다. 박수 소리를 들으면 기자들이 얼마나 이 차를 좋아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거죠.
그래서 프레스데이 전날에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동양의 작은 나라가 야심차게 만든 차가 열강들의 차들에 밀려 관심 받지 못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각 메이커별로 15분 단위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기아는 2시쯤돼서 전체 업체 중 20번째 쯤 발표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5시까지 40개 업체가 연달아 발표를 하니 사람들이 지칠만도 합니다. 저 역시 지쳐서 느긋하게 부스를 찾았는데, 웬걸요. 기자들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기아차가 2009년에 미국에 첫 공장을 세웠을 정도로 젊은 신생(?)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의미있는 판매량을 보인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앞으로 발전이 엄청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차의 베일을 벗기자 놀라운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마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등장하는 것 처럼, 사람들은 박수치고 휘파람불고 약간 과장을 보태면 그야말로 열광 했습니다. 하긴, 모르죠 그 중 관계자가 반이었는지도.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대단했습니다. 모르는 동양의 차가 왔다는 듯한 느낌이 결코 아니고, 오래 기다렸던 차가 이제야 나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스포티지라는 이름은 유럽과 북미에서 최초로 승용 모노코크 바디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SUV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켜 국내보다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기아를 먹여살린 모델이죠. 어찌나 인기가 있었는지, 혼다의 CR-V나 도요타의 RAV4 등 스포티지를 흉내내 만든 차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스포티지가 이들의 원조격이라는 점은 세계 기자들이 동의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인기있던 차가 기아의 몰락(?)으로 수출의 맥이 끊겼습니다. 기아가 현대에 인수된 후 스포티지라는 이름이 부활하긴 했지만, 현대 투싼의 벽에 막혀 10여년동안 수출의 길은 막혀온겁니다. 유럽 기자들 입장에선 20년전 등장해 <한칼에 시장을 평정>했다는 그 전설속의 차가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아 정말 박수 칠만 하죠. 훌쩍. 코리아 화이팅.

아, 위 사진의 진행자는 유럽의 COO인데요. 차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사실 프리젠테이션은 좀 더 신경써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외국 다른 메이커에 비해서 별로 멋지진 못해요. 주름잡힌 바지며, 커다란 양복이며.. 너무 검소한 프리젠테이션 아닌가요.

역시 피터 슈라이어 옵빠의 준비된 연설. 디자이너 다운 옷 차림.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스포티지가 기아 콘셉트카 큐를 본받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큐의 옆구리와 옆 창 뒷부분은 조금 이어받은것 같은데, 나머지는 별로 닮은 점을 모르겠습니다. 뒷유리는 제가보기엔 FX나 EX의 영향을 받은것 같은데요.

스포티지의 새로운 메탈릭 오렌지색은 참 인상적입니다. 차의 실루엣을 잘 드러나게 하고, 특히 사진을 찍었을때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차를 주력 색상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에 국내에는 나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외 모델은 이렇게 반짝반짝 하는 크롬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국내용 모델은 이 크롬 부분을 무광에 가깝도록 극도로 억제했습니다.

한국소비자들이 반짝거리는걸 싫어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입니다. 안개등 위 크롬 부분이 부각돼야 헤드램프와 범퍼 사이의 거리가 적당하게 느껴지는데 약간 아쉽습니다. 다른 색들은 괜찮겠지만 은색의 경우는 저 크롬부분이 무광으로 바뀌면서 약간 묻히는 효과가 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저 위의 오렌지색 차는 헤드램프와 범퍼 사이에 헤드램프 워셔 장치도 들어가는데 국내는 그건 없을것 같구요.

테일램프 디자인도 흰색 테두리가 부각됐네요. 아 깔끔하고 예쁩니다. 유리는 아무리 봐도 EX나 FX같은데...쿨럭.

아 날렵한 느낌이 일반적인 SUV와는 다른것 같습니다. 이젠 기아차가 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거죠.
기아차에서는 이 차를 CUV로 포지셔닝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됐건 모쪼록 스포티지가 20년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세계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하는 기아의 핵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불과 몇년만에 이렇게 멋진차를 만들어낸 기아차에 저 또한 작은 박수를 보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