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거 열풍을 보면서 선거가 무슨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전에 영화화 되기도 했던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사라마구의 책이 있는데요. 아시겠지만 이 책은 후속판 '눈뜬 자들의 도시'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눈이 멀었다가 얼마 후 눈을 뜨고 나서 선거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인데요.
눈뜬 자들중 80%가 넘는 사람들은 후보자를 선택 하는 대신 백지투표를 하게 됩니다. 책에서 이 사건을 백색혁명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기득권자들, 정치권, 정부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도시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백색혁명 주동자를 색출하는데까지 이르는데요.
책은 유권자들이 선거가 무슨 의미인가 생각은 하고 선거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장이 되든, 구청장이 되든 결국 권력자A에서 권력자B로의 무게 이동이 있을 뿐 유권자들의 권익에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나마도 정치인들은 이리저리 오가기 때문에 그 권력은 결국 같은 사람들이 차지하게 된다는겁니다.
후보자의 공약이라는 것은 제대로 정해지지도, 알려지지도, 지켜지지도 않는데요. 내가 누구를 뽑든, 결국 높은 투표율은 정치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지배 피지배에 대한 구조를 확고히 할 뿐, 세상을 내가 원하는대로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겁니다. 다시말해 '참정권'이라는 것은 결국 정치에 참여하는 권한을 주는게 아니라 지배를 공고히 하는데 활용될 뿐이라는 거지요.
사실 현대 정치의 기본인 정당정치, 대리정치(대의정치)는 18세기에 시민들을 한곳에 모을 수 없었기에 부득이 생겨난 것이고, 인터넷과 시공간이 초월되는 현대에는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넷이 이만큼 발전했으니만큼 직접정치로 나가야 한다는겁니다.
그래서 책은 얘기합니다. 투표하지 말거나, 혹은 기권표를 던지라고.
사실 책 내용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제게는 이렇게 느껴졌다는겁니다.
여러분들은 투표를 해야한다고 얘기하지만, 어떤 사람을 뽑는지, 투표를 하고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