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 녹색성장을 목표로 도입하는 차량 대부분이 오히려 환경에 유해한 납과 황산을 이용해 만들어진 엉뚱한 전기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각 지자체는 전기차 제조업체 CT&T와 손을 잡고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납품할 차량 대부분은 납축전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서울시만 리튬배터리를 고려중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35대를 등록할 예정이고, 6월초에 이 중 5대가 일반 차량으로 등록돼 구청별 연락차량, 시설점검 등 공공 업무용차량으로 도로를 누비게 될 예정이다.
당진군에는 이미 3대가 판매돼 1대가 주차단속용으로 배치돼 있다. 영광군도 3대를 구입한 상태다.
특히 전라남도는 1000대를 도서지역 위주로 보급하겠다며 약정서를 맺은 상태라고 CT&T 측은 밝혔다. 이번에 보급되는 저속전기차 이존(e-Zone)의 대당 기본 가격은 1529만원으로 구입이 모두 이뤄질 경우 15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제는 이 차량들에 장착된 납축전지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데다 환경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납축전지는 일반자동차에 장착되는 납-황산 전지를 말한다. 이 전지는 실제 충전되는 양에 비해 5배가량의 전류를 흘려야 충전이 되는 저효율전지의 대표격이다.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거의 없지만,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이산화탄소 소비는 큰 셈이다. 납축전지는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낮아 차량의 운행 속도가 느리고, 한번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다.
무엇보다 인체에 치명적인 납과 황산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폐기시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 특히 납은 천천히 체내에 축적되며, 신장, 신경계통 등에서도 장해가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다. 증상이 나타나는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중독돼도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환경기준 설정 등 제도적 측면에서 납을 규제하고 있다.
납축전지의 유일한 장점인 경제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구동 동력으로 매일 사용하면 2년, 길게 잡아도 3년이면 전지를 교체해야 한다고 제조사 측은 밝혔다. 교환시 부품가격만 100만원이 넘어 장기 이용을 염두에 두면 리튬 등 다른 방식의 전지에 비해 오히려 비용이 높아진다.
특히 납축전지는 특성상 충방전시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내뿜을 수 있으며, 온도에도 민감해 겨울철이나 여름철에는 성능이 크게 줄어들어 주행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 리튬 전지가 경제·환경적 대안
일본의 지방정부는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와 닛산의 리프(Leaf), 스바루의 스텔라(Stella) 등 일찌감치 리튬전지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다. 일반 판매를 위해 전기차 구입시 지원금을 지역별로 최대 60%까지 지원해주는데다 전기차 충전소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 도요타의 캘리포니아 공장을 인수한 테슬라모터스를 비롯해 GM 등 미국계 완성차 회사들도 대부분 리튬 전지를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납축전지에 비해 리튬 전지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이 비교적 우수하다는 의미다.
리튬전지를 적용한 저속전기차의 경우 납축전지 차량보다 초기 가격은 500~7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월등히 길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일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다. 때문에 AD모터스 등 후발 전기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전지 메이커 BYD 등에서 수입한 리튬전지 차량을 시험중이다.
국내 리튬전지 제조사는 삼성SDI(SB리모티브)와 LG화학, SK에너지 등이 있지만 원료인 리튬은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현실이다. 최근엔 볼리비아의 염수를 이용해 탄산 리튬을 직접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납축전지 전기차를 보급중인 CT&T측은 “초기에는 보급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어서 당분간은 납축전지로 차량을 보급하지만 결국에는 리튬전지로 옮겨갈 것”이라며 “최근 납축전지를 재생하는 기술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환경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