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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루프트한자를 타게 된 억울한 사연

오늘은 쪼잔한 넉두리를 해보겠습니다. 뭔가 속은 기분인 것 같은 찜찜함이 있어서요.

아시다시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IAA를 취재하기 위해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오는 과정에 루프트한자 항공사에서 조금 찜찜한… 그렇다고 해도 뭐라 하기엔 한없이 쪼잔해질것 같아서 어디가서 말은 못하겠지만, 저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날 한 포탈사이트의 포워딩 메일이 왔습니다. 루프트한자에서 저희 항공권을 10만원 할인해주고,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도록 요청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마 한 포탈사이트 담당자와 루프트한자 마케팅팀끼리 서로 협업이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포탈사이트에선 "친한 기자들이 이번에 독일을 가는데, 루프트한자가 마케팅에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루프트한자가 이를 일부 수용해 이같은 혜택을 준다는겁니다. 루프트한자를 타본 소감 같은걸 기사로 써주면 좋겠다고 하네요.

당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이런 제안을 받으니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돌아오는 표는 이상하게 루프트한자가 더 비싸기도 했습니다. 제가 당초 돌아오려던 날짜가 다른 항공사는 170만원정도였는데, 루프트한자는 요금이 마구 오르더니 제가 오려는 날짜 티켓은 250만원이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이틀 정도 더 묵는 스케줄로 바꾸면 160만원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틀간 취재를 더 하기로 했습니다.

쩝. 비행기 요금 때문에 취재 일정을 바꾼다니 좀 마음에 안들었지만 어쩔 수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프트한자를 선택했던 까닭은 이코노미와 비즈니스클래스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즈니스 클래스는 의자가 완전히 젖혀져 숙면을 취할 수 있으니 피로가 적을것 같아서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죠. 아무래도 여유롭게 일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일하는게 좋겠죠.

그런 연유로 어렵게 끊은 비행기표. 담당자와 통화도 했고, 메일도 주고받아 컨펌도 받았습니다. "비즈니스 예약 된거냐"했더니 "업그레이드 해달라 요청해놨다. 하지만 공항사정에 따라 안될 수 있으니 그런건 양해 바란다"고 답이 왔어요.

두번이나 확인을 했는데, 요청했다고 메일이 오니 그런가보다 생각했을 수 밖에요.

그런데 막상 공항 발권 카운터에 도착해 이같은 얘기를 하니 저를 무슨 황당한 사람 쳐다보듯 하네요.

남자 창구 직원은 "그런 얘기는 전혀 들어온게 없어서요..." 라더니 일단 발권해줄테니 고객불만코너로 가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구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키 작은 여성 매니저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메일을 보여주며 "이같은 일이 있었고, 담당자랑 지금 통화해서 업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면 되겠나"했더니 "그런건 이쪽 매니저가 Auth(승인)를 해야 하는데, 휴일이라 전화를 받으실지 모르겠네요"라고 합니다.

단호하게 "그렇게는 안되고 옆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라고 선심쓰듯 얘기하더라구요. 맨 마지막줄 왼쪽이어서 아무도 옆에 앉지 않는 자리인데두요.

그러더니 "뒤에 손님들 계시니까 옆으로 비켜주시겠어요?"라고 하더라구요. 뒤를 보니 손님이 단 한분. 비즈니스 창구는 4개… 손님은 핑계고 그냥 쫓아내겠다는거죠.

세상에 공항에서 이런 수모는 처음입니다…

내가 마치 없는 얘기를 해서 어영부영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를 받아보려는 쪼잔한 인물인것처럼 취급하더군요.

비즈니스 자리가 없었으면 또 모르겠는데, 비행기에 타고 보니 한 독일인 스튜어드가 "오늘은 비행기가 텅 비어서 아무데나 앉아도 되는 행운의 날이야"라고 하더군요.

자리 많으면서 안준것도 황당하고,

그냥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타면 되는데, 대체 왜 처음부터 쓸데없는 메일을 보내서 엉뚱한 비행기를 타게 만든건지. 정말 답답하네요.


아 좁아



사실 루프트한자의 한국 취항 비행기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 비해 정말 불편한게…

요즘 대한항공 A380 수준은 아니어도 비행기 자체가 당연히 노후 비행기구요. 그러다보니 신기술이 많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면 대한항공은 이코노미에도 11인치 화면에 게임기 패드까지 내장한 첨단 장비를 갖췄죠. 영화는 100편은 되는 것 같고, 상영되기 전인 작품도 많습니다.

한뼘이 안되는 창에 영화가 장르별로 달랑 1~5편씩. 화면에는 3편이 나와있구만.


그런데 루프트한자는 노후기여서 이런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의자 디자인이 구형이어서 좌석이 굉장히 좁은 느낌이고, 모니터 화면은 한뼘에 불과합니다. 7인치는 되려나.

특히 영화는 기가 막힐 정도로 빈약하네요. 장르별로 두세개씩. 철지난 영화가 총 15개 정도가 돌아가고 있네요. 그나마 절반정도는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요.

루프트한자의 2번째 식사.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마지막으로 당혹스런점은 제가 구입한 티켓은 10만원 할인 프로모션 코드로 구입한 것이어서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도 쌓이지 않는 티켓이라고 하더군요. 전 이번에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 쌓이면 미국도 갈 수 있는 마일리지가 되거든요.

아아아 아시아나 탈걸!!! 열받아!!

사실 이런 얘기를 하려니 좀 창피한 것이, 다른 매체 기자들은 여기저기 업체에서 초청을 해서 돈 다 내고 비즈니스를 타고 가는데, 저는 어찌어찌 공짜로 덕을 보려 했던 심보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거죠. ㅋㅋ ^^

하지만 억울한건 억울한거고…

마케팅팀 담당자가 제게 거짓말을 했던건지, 현장 매니저가 성실치 못하게 대충 살펴본건지 모르겠지만

이젠 정말 루프트한자는 피하고 싶네요.  ㅠㅠ

문제는 19일 돌아올때 또 이 고물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