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부분 2박3일에 끝나는 시승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죠.
그런데 더 짧은 시승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디젤 미니인 미니쿠퍼 SD의 시승행사가 바로 그랬는데요.
주최측은 약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승코스를 짜놓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짧은 시승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미니' 시승행사인 셈이죠. ^^;;
그러면 이걸로 시승기를 쓸 수 있을까. 전반적인 부분은 절대 파악할 수 없을테지만 적어도 한가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부분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미니 디젤이 미니 가솔린 모델에 비해서 구매가치가 있을까를 놓고 2차례 시승해 봤습니다. 이름하여 미니 디젤 단박시승기. 일단 보시죠.
-----아래는 미니 쿠퍼 SD 단박 시승기----
대단한 미니다. 미니 브랜드는 지난해 4282대를 판매해 전년(2220대) 대비 92.9 %나 판매가 신장됐다. 지난해 독일 브랜드의 성장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두배 가까이 팔았던 브랜드는 미니가 유일했다.
이는 지난해 미니 컨트리맨에서 미니 50햄튼, 2인승 미니 쿠페 등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한 덕분이라고 BMW코리아 측은 밝혔다. 이 여세를 이어 이번엔 미니 디젤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 상반기 중 천장이 열리는 2인승 미니 쿠페, 미니 로드스터도 등장한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미니 디젤은 기존 미니의 약점 중 하나였던 연비 부분을 개선한 차다. 토크는 오히려 높고 재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연비가 향상됐다고 하니 모든게 다 좋아보인다. 그렇다면 미니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무조건 디젤을 선택해야 할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짧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 디젤 엔진을 장착한 미니 쿠퍼 SD를 시승을 위해 준비 시켜두고 있다. |
◆ 가솔린 대비 장점: 연비
요즘은 운전의 즐거움 역시 연비에 제한된다. 밟는 순간마다 기름값이 떠오른다면 운전의 즐거움이고 뭐고 느낄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즐겁게 밟기 위해서는 연비가 가장 중요하다.
미니 답게 매우 즐겁다. 커다란 디젤엔진을 장착해 무게가 늘었지만 미니 특유의 핸들링이 살아있고, 차체가 거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평이동 하는 느낌이 일품이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성능을 다소 희생한 부분은 있다. BMW 기술담당 장성택 이사는 "출력을 높이려면 차체의 서스펜션 등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면 차량 무게가 늘어나는데 그로 인해 연비만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연비가 나빠지는 것을 각오한다면 출력을 높일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 디젤엔진을 장착한 미니쿠퍼 SD 실내. 한국일보 임재범 기자가 운전중이다. |
◆ 가솔린 대비 단점: 그 외의 모든 것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대형차 520d는 그 큰 차체를 이끌고도 18.7km/l의 연비를 내는데, 같은 엔진에 출력을 112마력까지 낮추고도 10%도 채 향상되지 못한 20km/l의 연비를 낸다는건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
▲ BMW코리아의 조재선 제품담당자(Product manager)가 미니 디젤의 세부 사양을 설명하고 있다. |
차를 가속해보면 143마력이라는 출력도 좀 아쉽다. S가 붙어있는 모델이라면 조금 더 휠스핀을 일으키며 가속돼야 마땅할 것 같다. BMW 320d와 520d에 장착된 엔진이라고는 하지만, 후륜구동에 장착한 세로배치 엔진을 가로배치형으로 변경해야 했고, 엔진룸 공간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력을 충분히 뽑아내지 못한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시속 100km까지 가속력은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 SD가 8.5초, 미니 쿠퍼 D가 10.1초 걸린다. 그리 빠른 가속력이라 할 수는 없다. 확실히 가솔린 184마력에 시속 100km까지 7.2초를 자랑하는 미니쿠퍼S에서 느껴지던 찌릿한 가속력 까지는 못된다.
특히 가솔린에서 느껴지는 미니 특유의 배기음이 디젤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가속감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가장 아쉬운 부분은 디젤 특성상 엔진 회전수가 5000rpm 이하까지라는 점이다. RPM의 여유가 적다보니 시프트다운을 하면서 치고 나가는 재미가 가솔린 모델에 비해 덜하다.
▲ 디젤엔진을 장착한 미니 쿠퍼 SD의 곁에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어떤 차를 선택하는게 좋을까
한마디로 "와앙!" 하는 사운드와 스포츠카의 느낌을 기대한다면 미니 디젤보다는 미니 가솔린이 훨씬 낫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도로에서 과격하게 주행하는 운전자에 한해서다. 미니 디젤이 다른 차종에 비해서 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전륜구동 소형차인데도 스포티하게 달리는 느낌이 일품이다. 일반 소형차와 비교한다면 충분하고 남는다. 하지만 워낙 미니 가솔린 모델이 우수하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고민하게 될 듯 하다.
차가 편안하게 주행하기를 바라고 느긋하게 운전하는 여성운전자라면 미니 디젤을 선택하는게 나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젤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조금 더 조용하기도 했다.
디젤엔진인 미니 쿠퍼 D 스페셜 에디션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3290만원, 미니 쿠퍼 D는 3830만원, 미니 쿠퍼 SD는 4160만원(VAT 포함)이다.
가솔린 모델인 미니 쿠퍼 스페셜(2950만원), 미니 쿠퍼(3480만원), 미니 쿠퍼S(3920만원)에 비해 340만원~240만원 가량 비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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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그렇다 치고. 행사는 어땠을까?
이번 행사는 암전속에서 춤을 추면서 시작됐습니다.
미니가 등장할때는 캄캄한 곳에서 미니 두대의 헤드라이트만 비춰졌죠.
저기 등장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최소화라는 의미도 되고, 미니화 한다는 의미도 되는 단어죠.
최근의 미니는 이 '미니멀리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델분도 예쁘시고. 아 내 스타일이야.
옹기종기 모인 미니는 항상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듭니다.
그런데 오늘의 보도자료는 좀 심합니다.
MINI 디젤에 장착된 2.0리터 디젤 엔진은 BMW 320d, 520d 등 BMW의 디젤모델에도 장착된 것으로, 차세대 커먼레일 연료 직분사 방식, 가변식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2.0리터 디젤엔진이 BMW 320d와 520d에 장착된 엔진이라는 점이 좀 애매 합니다.
BMW 320d와 520d에 장착된 엔진과 엔진 블럭은 물론 N47로 모델명이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엔진 블럭을 이용하면 같은 엔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들어 현대차가 90년대 NF 쏘나타 택시를 내놓으면서 미쓰비시 란에보와 같은 엔진이라고 했다면 어떻게 생각되세요? 직분사에 터보까지 장착한 272마력 쏘나타 2.0 터보와 옛날 NF쏘나타 택시가 '같은 엔진'을 쓴다고 보도자료를 내면 어떨까요?
현대차 세타엔진은 1.8~2.4까지 배기량도 제각각이고, 람다엔진은 3.0~3.8리터로 마찬가지로 배기량의 변화가 큽니다. 심지어 누우엔진은 하이브리드에 장착될 때는 연소 사이클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요.
말하자면 엔진의 블럭 이름은 ~형 엔진이라고 대략적인 특성을 소개하는 정도로 보는게 옳을겁니다.
◆ 그럼 미니에 장착된 엔진은 320d, 520d에 장착된게 아니면 대체 뭐냐?
미니 디젤에 장착된 141마력 엔진은 N47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봐온 320d나 520d에 장착된 184마력을 내는 N47 엔진과 여러가지로 다릅니다.
우선 커먼레일 연료 분사 압력 자체가 1600bar로, 1800bar인 엔진에 비해 성능과 연비에서 모두 불리한 제품입니다. 모든 면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나온거죠.
이 엔진은 320d나 520d가 아니라 318d와 316d에 장착된 엔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유럽에는 미니디젤S와 똑같이 143마력을 내는 318d와 518d 가 있구요. 미니쿠퍼D와 똑같이 112마력을 내는 316d도 있습니다. 이들과 같다고 하면 괜찮지만 적어도 320d와 같다고 적어서는 안되죠.
국내 출시된 차로 예를 들자면, 미니쿠퍼 SD는 BMW X1 18d에 장착된 엔진과 같다고 해야지 BMW X1 20d나, 23d에 장착된 엔진이라고 하면 잘못이라는 겁니다.
원래는 차량 출시 정보를 이렇게 엉터리로 막 과장해서 적으시면 안되는 거예요~! 과장광고로 공정위한테 딱 걸리는 거예요!! 확~ 꼰지르면 경찰 출동하는거예요~!
그런데, BMW코리아에서 한 행위는 '표시광고'가 아니라 '설명'이어서 경찰이 출동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 미니멀리즘 기술이라는건 뭐냐!
뭐 이 정도 황당한 거짓말은 아니지만 미니멀리즘에 대한 과대 해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특히, MINI만의 혁신적인 ‘MINIMALISM‘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성능과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MINIMALISM‘기술은 MINI만의 역동적인 드라이빙 성능과 느낌은 간직하면서도, 차체 경량화 기술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 증대, 지구 환경을 위해 유해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한 기술이다.
MINI만의 혁신적인 '미니멀리즘' 기술이라고 쓰여있는데, 미니멀리즘 기술이라는건 BMW본사를 비롯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보도자료와 그것을 그대로 받아적은 언론사 기사에만 있는 아주 이상한 단어입니다.
구글에 한번 검색해보세요. 어느 나라 어떤 언론, 블로거, 페북친구든 미니멀리즘 기술이라는걸 한차례라도 쓰는지.
왜냐. 그건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예요오~!
'기술' 아닌걸 기술이라고 하는것도 잘못이예요. 왜냐면 소비자는 "우우와 대단한 기술이 들어있나보다"하고 샀는데, 정작 내용은 아무 것도 없는 마케팅 용어이기 때문이예요.
◆ 그럼 미니멀리즘란건 대체 뭐냐!!
어쨌거나 BMW 홍보하시는 분들은 '미니멀리즘'이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떤 기술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아, 위 사진에 써있네요. 미니멀리즘.
미니멈 리소스. 맥시멈 익사이트 먼트.
최소한의 자원을 쓰고, 최대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뭐 이런 의미라고 봐야겠죠. 이 이상이라고 보는건 과대해석이고, 보도자료 쓰는 사람의 소설입니다.
▲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찍어갔는데, 결국 이 '미니멀리즘 기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문구를 그대로 받아적었다니.
사실 저는 지난해 초 제네바모터쇼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미니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봤는데요.
당시 행사 진행하는 담당자에게 딱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어떤 기술이냐"
그러자 담당자는 딱 잘라 얘기하더군요.
"노노노노 기술을 말하는게 아니라, 미니 같은 분위기, 필링, 즐거운것, 미니와 함께하는 것, 우수한 연비...(중간생략) 등등을 모두 통틀어 말하는 캐치프레이즈야"
결국 이 행사에 답이 있었습니다.
남자분 티셔츠에 써 있네요.
무슨 기술 같은게 아니고, 거창한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같은게 아니고.
미니멀리즘. 그건 태도다. (MINIMALISM. It's attitude)
라고 애정남 마냥 '딱' 정해주네요.
고연비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수한 성능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작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비가 그리 좋지 않은 JCW도, 90마력 남짓 하는 미니-원 도, SUV인 미니 컨트리맨도 모두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서 팝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니멀리즘 기술이 들어간게 아니라, 그냥 미니의 분위기. 태도. 그런걸 뜻하는 겁니다.그냥 '미니 다움' '미니 다워짐' 이런 뜻인겁니다.
제발 공부 좀 하고 보도자료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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