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포르쉐 카이맨 S를 시승했습니다.
역시나 환상적인 드라이빙 솜씨를 자랑했습니다.
물론 포르쉐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기에 이젠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한번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케이맨은 911카레라보다는 월등히 저렴하면서 박스터S보다는 약간 비싼차입니다.
일반적으로 쿠페 모델에 비해 컨버터블의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이 차의 경우는 쿠페가 더 비쌉니다.
쿠페가 더욱 스포츠성이 강하다는 것이 이유. 뚜껑이 열리는 차를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더 잘달리는 차를 비싸게 판다는 것이 포르쉐의 전략입니다.
1억 2천을 넘는 포르쉐 911 카레라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겠지만, 수동 모델 기준으로7천502만원인 245마력 카이맨이나 295마력의 9천702만원의 카이맨S라면...
아 무리하면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미묘한 가격이 됩니다.
포르쉐는 카이맨을 가리켜 "실용적인 포르쉐"라고 말하는데요. 실제로 이 차는 앞 뒤에 트렁크가 마련 되어있고, 미드쉽인 엔진 위로 짐을 올릴 수 있어서 실내에서도 카메라나 노트북을 뒷선반(?)에 올려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용적'이라는 표현은 포르쉐와 가장 걸맞지 않은 단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차에 앉는 순간 시트에서 몸을 옴짝 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고정되고, 실내에 위치한 엔진으로부터 포르쉐 노트가 마구 밀려들어옵니다.
당연한걸까요? 911 터보보다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특히 포르쉐 특유의 흡기다기관을 통한 사운드의 변화는 더욱 생생하게 들려서 RPM에 따라 저음부터 고음까지 변화가 더욱 생생하게 들립니다. 포르쉐 노트는 사실 911보다 박스터-카이맨의 엔진에서 완성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흔히 카이맨이 911보다 코너링 성능이 좋다는 말을 하는데요. 실제 수치상으로 횡G를 견디는 능력은 역시 상위 모델인 911이 더 앞섭니다.
미드쉽인데 왜 RR에 비해 밀리는가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카이맨 뒷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멀티링크인 911에 비해 맥퍼슨 스트럿이 급격한 코너링을 버티는데 조금 취약한 구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뒷서스펜션을 맥퍼슨 스트럿으로 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FR차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지만, 엔진이 중앙에 놓이는 박스터와 카이맨은 독특하게 이같은 구조를 채택할 수 밖에 없었을것입니다.
911에 비해 타이어가 좁은 것도 뒷바퀴가 먼저 밀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나 밸런스가 매우 잘 맞기 때문에 차체가 밀리기 시작해도 바로 잡는 것은 거의 스스로 해냅니다. 어찌나 잘 잡아내는지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핸들과 차체의 거동간에 유격도 거의 없어서 코너에 들어서려고 마음을 먹으면 이미 차체는 코너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차가 내 마음을 읽는 듯 하지만, 사실은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는새 핸들을 약간 움직이기 때문일겁니다.
한번 코너에 들어서면 롤러코스터가 레일을 타고 돌 듯 빈틈없이 코너를 타고 돕니다. 믿어지지 않는 거동입니다.
카이맨S의 엔진은 전통적인 수평대향6기통 박서 엔진으로 295마력을 냅니다.
40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고회전형 엔진입니다.
고마력 엔진은 스트로크를 줄여서 왕복 거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고 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셋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인피니티 G35 엔진같은 경우도 전형적인 고RPM형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차의 경우 엑셀을 밟으면 RPM이 4000 정도가 될 때까지 RPM이 쭉 올라가버립니다. 약간 헛도는 느낌이지만 효과적인 영역을 빨리 뽑아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포르쉐의 5단 미션은 세팅이 다릅니다. 헛도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토크가 낮은 저 RPM에서도 좀체 RPM을 놔주지 않고 꽉 붙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엑셀을 세게 밟아도 즉시 반응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시프트가 내려간 후에야 RPM이 올라가며 힘을 발휘합니다.
처음 포르쉐를 모는 사람은 '한 템포 쉬었다 가속이 되는게 아닌가' 라는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포르쉐를 제대로 운전하려면 가속할 때는 반드시 팁트로닉을 통해 기어를 한단 내려 최대토크를 맞추어 가속해야 합니다.
이같은 세팅은 차가 신경질적으로 움직인다거나 하지 않고 운전자의 자율성을 조금 더 갖게 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봅니다.
러버콘을 놓고 슬라롬 중에는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엑셀만으로 차체를 제어하게 되는데, 이때 시프트가 일어나지 않고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게 끔 해줍니다.
몇차례 왕복하는 동안 옆에서 촬영하던 후배가 멀미가 난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 동안 저는 인류가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7천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 더 이상 탄탄할 수 없는 주행성능. 누구나 감탄하고마는 디자인.
돈만 있다면 한번 사봐야 하는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