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460L을 시승했다.
기존 렉서스 LS430에 비해 배기량은 불과 300cc 높아졌을 뿐인데, 마력은 285마력에서 380마력으로 100마력 가까이 늘었다.
크게 변한 부분은 그 뿐 아니다.
1억1100만원이었던 LS430L의 가격이 5천만원이나 뛰어 1억 6천만원이 되었다.
1억 6천만원이면 국내에 들어온 일본차중 가장 비쌀 뿐 아니라 4.5리터 에쿠스를 두대 사고 남을 돈이고, 심지어 메르세데스 벤츠 S350L을 살 수도 있는 돈이다.
이래저래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는 LS460L, 그 느낌이 어떤지 시승해 봤다.
외관
이 차는 전반적으로 날렵한 스타일이라서 얼핏 봐서는 차량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사진으로 보면 ES350을 닮은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LS460 L모델의 길이는 무려 5.2미터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5.0미터)보다는 길고 S클래스 L모델보다는 약간 짧은 초대형차다.
폭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비해 4mm 넓게 만들어 수치상 조금이나마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했다.
뒷좌석
넓다란 뒷문을 열자 상당한 실내 공간이 나왔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30cm 이상 공간이 나오기 때문에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이 없었다.
양 의자 가운데에는 커다란 센터 콘솔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콘솔은 젖혀지지 않는 완전 고정식이라서 운전석 뒷좌석에 앉으려면 차도쪽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뒷좌석 소파는 앞좌석과 달리 표면 가죽에 주름이 잡혀 있어서 등받이 쿠션이 푹신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다.
고정식인 센터 콘솔에는 DVD플레이어, 음료를 차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내장되어있고,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을 제공했다.
특히 이 차는 일반적으로 체어맨석 이라고 불리는 조수석 뒷자리를 오토만(ottoman)이라고 설정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는데, 하나의 버튼만 누르니 조수석 의자가 최대한 앞으로 밀리고 헤드레스트가 전면으로 숙여지며, 오토만의 다리 받침대가 세워지고 시트가 뒤로 뉘여지는 등의 일련의 작업이 모두 동시에 이뤄졌다.
기자의 키가 177cm인데, 조수석 뒤에 발이 닿아 발을 여유있게 뻗을 수가 없고 등받이도 40도 정도 기울어진다. 승용차에서는 대단한 수준이지만,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이라고 표현 하는 것은 과장이다.
이 차는 특이하게 차 문을 열면 눕혀진 시트가 저절로 세워지는 기능이 없다. 시트를 세우는 것 또한 기사가 해야 할 일로 되어 있다.
천정에는 볼록 튀어나온 반구형 플라스틱 돌기가 있는데, 이 돌기는 각 부위의 온도를 측정하는 적외선 센서다. 이 센서는 차의 5곳에 숨겨져 승객의 체온과 각 부위의 온도를 측정하여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 온도의 바람을 보내야 할 지 결정한다.
승객이 타고 있는 4군데의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며 각 부위에는 5개씩의 에어덕트가 있어 총 20개의 덕트가 내장 되어있다.
스피커는 무려 19개로 마이바흐를 제외하면 현존 양산차중 가장 많으며 마크레빈슨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뒷 좌석 마사지 기능은 양산차중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간이 안마 기능이 아니라 가정용 안마의자를 차 안에 옮겨놓은 듯 하다.
지압(Shiatsu), 스트레치 등 프로그램 모드를 선택하거나 메뉴얼 모드로 허리나 어깨를 눌러주도록 할 수 있다. 바이브 버튼을 누르면 각 부분을 누르는 동시에 두들기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 차는 뒷좌석에 많은 공간을 할애한 나머지 트렁크가 상당히 좁다. 스키 스루 같은 것은 없으며, 뒷좌석 가운데의 센터콘솔로 인해 긴 스키나 보드는 뒷좌석에 싣기도 곤란하다.
운전석
품위있는 뒷좌석에 비해 운전석은 다른 렉서스 모델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질감은 그대로이고, 우드트림이나 컵홀더도 변함없다.
열선이 내장된 우드 트림 핸들은 직경이 넓은 편이라 약간 부담스럽다.
운전석의 좌석은 썩 편안하게 조정되지 않는다. 다리가 조금 긴 경우 무릎이 핸들 아래로 이어진 플라스틱 판넬에 닿는다.
후진시 화면에 후방카메라를 보여주지만, 차량의 진행 경로를 보여주는 기능이 없어 아쉽다.
주행성능
차가 매우 조용하지만, 험하게 악셀을 밟으면 엔진소리가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같이 크르렁 거린다. 일부러 그렇게 튜닝한 듯하다.
380마력에 51kg·m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차체제어장치를 통해 초기 가속시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을 만들었다.
서스펜션은 스포츠-일반-컴포트 모드 중에서 강도를 조정할 수 있는데, 스포츠로 해두어도 차가 심하게 출렁여 뒷좌석에 앉으면 멀미를 할 수도 있다.
후륜구동이지만 주행 특성은 눈에 띄는 언더스티어인데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조금 불안하다. 타이어가 조금 더 광폭이었다면 안정감이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른다.
버튼을 누르면 차체를 2cm정도 높일 수도 있는데, 범위가 작아 실제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트랜스미션은 세계 최초로 8단을 적용해 연비향상과 발진 가속력을 높였다.
그렇다고 일일히 7번 이나 기어를 변속하는 것은 아니고 1-3-5-8 식으로 필요에 따라 건너 뛰며 변속된다.
기존 6단계에 비해 8단계를 두는 것은 순간 순간에 연비와 가속력을 만족시키는 보다 적절한 기어비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총평
전반적으로 엔진, 트랜스미션 좋고, 실내도 럭셔리한 느낌이 든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부분 블라인드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렉서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