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차 업체들의 깍아 팔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수입차 유통 마진이 상당한 수준인 것에 대한 방증이라는 의견이 많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3일 자사의 준중형세단 C클래스를 4천690만원에 출시해, 기존 C200K에 비해 가격을 최고 1천만원 가량이나 인하했다.
실내 공간도 늘고 외관과 옵션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이보다 더 큰 셈.
이로 인해 C클래스는 출시 일주일만해 올해 국내 판매 분량인 500대를 모두 계약 완료하고, 내년 판매분도 2월 이후에나 소비자에게 인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BMW는 지난 5월, 기존에 무려 8650만원에 달하던 525i에 비해 배기량과 성능이 향상된 528i를 6750만원에 내놔 무려 1900만원이나 가격을 인하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어떻게 1천만원~2천만 이상을 '화끈하게' 깍아줄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엄청난 마진에 있었다.
2006년 12월, 조선닷컴 카리뷰의 '수입차 가격 조사'에 의하면 BMW 525i의 가격은 미국에 비해 212%, 독일에 비해선 181%, 일본에 비해선 173%나 됐다. 절반으로 깍아줘도 큰 손해는 나지 않는 상황이었던 셈.
올 해 가격을 인하한 신모델을 발표한 후 528i의 가격은 미국에 비해 165%로, 격차가 약간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통해 528i는 한달에 300대 이상씩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차 시장의 돌풍으로 자리매김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C230의 경우도 2006년 가격은 미국에 비해 202%나 됐다. 같은 해 C200K의 가격은 일본에 비해 156%, 독일에 비해 154%에 달했다.
이번 가격 인하로 인해 C200K나 C220 디젤 모델의 경우 일본에 비해 130%, 독일에 비해선 120%선으로 마진 폭이 상당히 줄었다.
수입차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하 발표는 환영할 일이지만 실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
1천만원~2천만원 가량 할인했다는 것은 최저 사양 모델에 해당되는 것으로, 고급 모델의 경우 해외와의 가격 격차에 변화가 거의 없다.
BMW 5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550i의 경우 2006년 조사에서 가격이 미국의 228%에 달했던 것이 2007년엔 233%로 오히려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상위 모델인 C230의 경우는 5690만원으로 여전히 미국에 비해 204%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수 입차 업체들은 조선닷컴 카리뷰를 비롯한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가격 현실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격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비상식적인 수준의 마진은 그대로 챙기는 이원화 된 가격 정책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