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커들이 수출 위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서 남긴 돈을 외국에 퍼주고 있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2004년 현대차가 수출 누적 1천만대를 돌파한 이후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메이커들의 수출 노력이 날로 두드러졌다. 올들어는 GM대우차의 준중형 승용차 라세티가 국내 승용차 중 처음으로 수출대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 투싼과 아반떼도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불린다.
싸구려로 팔고 있다
그러나 이 차들의 해외에서의 판매 실상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국내서 판매되는 차를 해외에 내다 팔 경우, 운송비와 관세 등이 더해져 국내에 비해 비쌀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기아차 오피러스 3.8의 경우 국내 판매가가 5170만원인데 비해, 미국에서의 가격은 2540만원으로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2646만원짜리 현대 쏘나타 2.4도 미국을 가면 1600만원선으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 한국 가격이 미국 가격에 비해 164%나 비싼셈.
AS 비용도 지나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차량 전체에 대해 3년 3만킬로미터의 무상 AS를 제공하고 엔진이나 파워트레인 부분은 5년 10만 킬로의 AS를 제공하지만,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10년 10만마일까지 차량 전체(Bumper-to-Bumper)의 AS를 제공한다.
다른 외국 기업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현대만의 AS전략이다.
가격 인하 러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나빠지고 성능에서 일본 경쟁 차종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 시작되자 현대차는 수출차 가격을 더 인하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을 보면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15.8%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중국차 시장 전체가 매년 25% 이상 급신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인 하락폭은 더 커진다.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도 암울하다. 연 230만대 규모로 세계 3대 승용차 시장인 일본에 현대차는 1년간 1800대 수준 밖에 팔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는 그나마 판매량이 더 줄어 상반기 판매량이 925대에 그쳤다.
중국에서는 10% 가격 인하를 실시했고, 미국에서도 현대차 가격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서 $27,135 였던 그랜저 3.8은 $24,235로 1년만에 12%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한국서 되려 가격 올려
반면 한국서는 같은 차가 4천27만원이었던 가격이 4천59만원으로 약간 올랐다.
신모델이 나오면 미국서는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더 싼 가격에 판매되지만, 한국서는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도 계속된다.
베라크루즈 380 VXL 모델의 경우 미국서는 싼타페 3.3리터 4륜구동 모델($23,645)과 300만원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26900(2천5백만원)에 내놨지만 국내에선 싼타페에 비해 월등히 비싼 4114만원에 달해 신모델을 출시할 때 마다 가격을 크게 올린다는 국산차 메이커의 습성을 답습하고 있다.
해외에 쏟아버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은 모두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