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차 판매 대수 증가, 환율 하락 등 수입차 업체들이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근거가 생겼으나, 실상 가격 하락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규모·수익 늘어도 가격은 그대로
지난 87년 한성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벤츠를 들여오면서 시작된 국내 수입차시장은 IMF이후 매년 20~30%가량 판매가 증대돼 2007년 현재 연 5만대 판매를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난 판매 대수 만큼 수입차 업체들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작년 한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순수익은 250억을 넘었고, BMW, 렉서스의 한국 법인도 200억원, 수입차 업계 전체는 1천억원을 일찌감치 넘겼다. 올해 수입차 업체들의 순수익은 1천 200억원을 넘길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 금액을 본국으로 송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벤츠, 도요타, BMW는 이미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지난달 29일 수입차 협회 송승철 회장은 "IMF 등 어려운 시기를 넘겨 20주년을 맞이했다"며 자축했다.
말 그대로 1997년 12월 IMF 체결은 수입차 업체들에 어려운 시기였다. 당시 원화 하락으로 인해 수입차 가격이 크게 올랐다.
IMF 환란 당시 가격 아직까지
환율이 달러당 800원 이하였던 1997년 BMW323i의 경우 판매가격이 4천3백만원대였다. 1998년 환율이 달러당 1700원을 거 1200원에 달하자 수입차 업체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당시 BMW 318i가 4천6백20만원, 320i가 5천3백90만원으로 크게 인상되고 323i는 주문판매 방식으로 바뀌는 등 수입차의 판매 방식이 파행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가격도 5830만원에서 시작했지만, 1999년에는 230K가 7260만원으로 25%나 뛰어 올랐다.
당시는 IMF라는 비상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비 상식적인 가격책정에도 대부분 소비자들은 관대한 입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나 환율이 다시 800원대까지 내려온 지금도 이때 올라간 가격이 여전히 내려오지 않고 있다.
318i가 단종 되고 엔트리 모델이 된 BMW320i의 가격은 IMF 당시 318i의 가격인 4620만원과 큰 차이가 없는 4520만원. 여기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320i CP는 5000만원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가격도 200K 모델이 7090만원으로 실질적으로 'IMF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셈.
IMF 이후 가격이 크게 상승했으나, 당시 원화 약세로 가격이 크게 상승한 이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한국 진출 20년이라는 위업 뒤엔 독점적인 지위를 지용, 시장 경제 원리를 뛰어넘는 가격 거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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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낮추면 소비자들이 싫어해요"
수입차 가격을 낮추지 않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을 낮추면 기존 구매 고객들이 항의한다"며 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할인을 해주는 만큼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제품은 소비자가 다시 구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눈에 보이는 가격은 낮출 수 없지만, 실질적인 할인 폭은 크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최근 BMW의 경우 리스로 차를 구입하는 경우. 200만원 할인을 해주는데다 100만원을 주유권으로 제공한다.
경우에 따라 영업사원이 100~200만원 가량의 첫해 보험료를 대납해주기도 한다.
사은품으로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브랜드 골프백 등을 제공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거나 낮은 리스 이율로 실질적인 가격 할인 혜택을 주는 업체도 많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대부분 메이커들은 엔진오일, 브레이크패드, 브레이크 디스크, 와이퍼 블레이드, 램프류 등 워셔액과 타이어류를 제외한 대부분 소모품을 3년간 무상으로 교환해준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일부차종)은 전화를 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차를 픽업해 수리하고, 다시 원하는 장소까지 돌려주는 '픽업-앤-딜리버리'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실제로는 큰 가격 인하를 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비싼 가격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떤 명분을 세워도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소비자들은 현재의 고정가격제에서 벗어나 "외국과 같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장원리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