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경 모터쇼 출장차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참 다양한 자동차들이 있긴 하지만, 국민 소득에 비해 비싼차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대부분이 실용적인 '박스카(Box-Car)'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중소형 세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박스카의 물결 사이로 페라리의 40주년 기념 모델인 F40이 유유히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음날 또 F40을 만나게 됐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차를 이틀동안 두번이나 만나다기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것도 검소한 일본인들의 취향에 걸맞지 않는 페라리를 말이죠.
사실 1987년 처음 만들어진 이 차는 당시 400대 한정생산을 계획했지만, 소비자들이 현금을 싸들고 줄을 서는 통에 총 950대가 만들어지게 된 차로, 주문도 하늘의 별따기지만, 계약을 한 후에도 4년 정도를 기다려야 탈 수 있는 차였습니다.
페라리 F40의 현지가격이 1억8천만원 정도인데 일본에서는 프리미엄이 무려 3배나 붙어 5억원대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이 차가 인기가 높은 것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의 성능이 빼어났던 것은 물론, 페라리사가 950대의 F40을 미국에 400대, 영국에는 60대, 일본에는 40대씩 나라별로 배정했다는것도 큰 이유입니다.
지금이야 일반적인 마케팅 기법이지만, 당시 자동차 메이커로선 상상하기 힘들던 '한정판'이라는 문구에 일본인들의 줄 서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큰 열망으로 맺어진 인연이 모임으로 이어졌고, 페라리의 오너들을 저렇게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