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저는 개인 차량으로 BMW 320i 를 몰고 있습니다.
한때 BMW X5 3.0디젤도 구입했었는데, 그러고보면 자칫 BMW 매니아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구입당시는 BMW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돈을 가지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 차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일단 차를 인수한 후 손수 세차도 하고, 여기저기 몰고 다니다 보니 정도 많이 들고 의외로 뛰어난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BMW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차들에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솔직히 차값이 떨어질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오늘은 BMW 320i 얘기를 적어보겠습니다.
320i는 157마력의 무난한 엔진을 갖춘 찹니다. 차체의 밸런스도 잘 맞고 운동성능도 나쁘지 않습니다. 급코너에서의 느낌은 포르쉐를 뺨칠정도로 날카롭게 파고들어갑니다.
좋은 차입니다. 독일인이 오랜기간 차를 만든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차죠. 모 자동차 회사는 '오리지날 저먼'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차에 독일의 혼이 녹아있다는 광고를 하듯, 독일차의 혈통이라는 것은 자동차 메이커에게 그만큼 중요합니다. 자동차의 성역과 같은 아우토반을 무한 질주 할 수 있는 차라는 증거이니, 차로서는 '독일차' 라는 표현 자체가 차 전체에 대한 보증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것이 아니고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독일차는 신앙에 가까운 존경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BMW 320i는 앞서말한 독일 320i와 이름도 같고 브랜드도 같고 생긴것도 똑같지만, 아우토반을 달리는 바로 그 차는 아닙니다.
왜냐면 엔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둘은 똑같은 2.0리터급 엔진을 장착했지만, 독일판 320i는 170마력의 직분사 엔진을 얹은 반면, 국내의 320i는 157마력의 포트 분사 방식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이 엔진은 독일 엔진에 비해 무려 10%가량 엔진 힘이 딸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내 320i의 엔진은 휘발유를 옥탄가 92, 즉 일반 휘발유를 넣을 수 있다고 표기 돼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320i의 엔진에 일반 휘발유를 넣으면 녹킹이 생깁니다.
녹킹이 계속 생기지는 않습니다. 얼마간의 녹킹이 진정되면, 녹킹 방지 센서에 의해 점화 시기를 늦추거나 연료 분사를 줄이게 되고, 결국 엑셀을 밟아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시동이 꺼져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이 문제로 인해 작년 가장 문제가 많은 차는 BMW 320i 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고급유를 넣으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지만, 기본적으로 고급유는 일반유에 비해 15%가량 비쌉니다. 사실 그보다 서울 외곽으로 나갈수록 고급 휘발유를 주유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일반유 넣으면 시동이 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BMW에선 ECU를 튜닝하는 방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CU 튜닝을 해달라는 요구에 저먼모터스 천호동 AS센터의 담당자는 "이 ECU 스페셜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기술자 한명이 만들고 설치해주는 것"이라며 "정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인지 동의를 해야 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사 모르게 한국서 만든 프로그램이니 잘못돼도 우린 모른다'는 식으로 들렸습니다.
320i는 BMW의 베스트셀러카입니다. 이달도 계속 새로운 에디션을 내놓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우선 기본적인 시동 꺼짐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고객들이 BMW 브랜드를 외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