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 자동기어를 얹은 토스카 프리미엄 6가 등장한지 벌써 한달이 훌쩍 넘었다.
출시 직후엔 6단에 대한 효율성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6단 변속기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에 다들 한풀 꺽인 분위기다.
아니 한풀 꺽인 정도가 아니다. GM대우 보령공장에서 연간 30만대 규모로 찍어내게 되는 6단 자동변속기가 라세티를 비롯한 소형~중형 차종에 광범위하게 장착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색은 하지 않지만 경쟁사들은 난감한 눈치다.
그런데 김기자, 얼마전 여성잡지 엘르(ELLE)를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으니, 바로 '기통'과 '변속기'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런걸 모르랴 했지만, 사실은 모르는 독자들이 많았는지 무척 많은 공간을 할애해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제 아무리 6기통에 6단 변속기를 장착했다고 광고 해봐야, 일반인들은 그게 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수가, 이곳에서 모두 설명해주고 말겠다. 불끈!
토스카의 직렬 6기통 왜 독특한가
엔진의 '실린더'는 보기에 맥주캔 처럼 생긴 것 인데 이 실린더 안에서 연료가 폭발해 힘을 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V6엔진은 마치 마트에서 파는 6개들이 맥주캔포장 같이 배치돼 있다. 한쪽에 3개씩 양쪽으로 놓인 것이다. 반면 직렬6기통은 6개의 맥주캔을 일렬로 세워놓은것 같이 생겼다. 당연히 직렬 6기통쪽이 훨씬 길다랗다.
한편, 힘이 뒷바퀴로 전달돼야 하는 후륜구동은 힘을 뒤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구동축이 세로로 배치된다. 전륜구동은 바퀴가 회전하는 방향과 같아야 단순한 기어만으로 바퀴를 굴릴 수 있게 되므로 구동축이 가로로 배치된다. 이 구동축을 따라 실린더가 배치된다. 전륜의 경우는 실린더가 가로로, 후륜의 경우는 세로로 배치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런데 중형 자동차의 보닛은 대부분 가로로 길이가 짧고 세로로 길다. 차량 구조상 세로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만 가로 부분은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의 가로가 넓어지면 날렵한 동작이 어렵고 정해진 주차 공간(가로 180cm)안에 넣기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많아진다. 가뜩이나 부족한 엔진룸의 가로 공간이 더 좁아지는 이유중 하나는 '휠 하우스'라고 부르는 공간 때문이다. 핸들을 돌리면 바퀴가 좌우로 기울어지게 되는데, 이 기울어지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철판이 안쪽으로 상당히 들어와 있다. 스트럿타워라 부르는, 서스펜션의 스프링을 지탱하기 위한 부분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후륜구동의 경우는 별 문제 없지만, 엔진을 가로로 놓는 전륜구동의 경우는 이 좁은 틈에 엔진을 넣는데 큰 고민을 하게 된다. 직렬6기통은 일반적으로 V6엔진에 비해 길이가 훨씬 길기 때문에 전륜구동 차량에 배치하기 더욱 어렵다. 때문에 전륜구동의 6기통은 당연히 V6로 장착하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었다.
직렬6기통의 대부격인 BMW의 경우 직렬6기통을 사용하고 있지만, 후륜구동이라 공간배치상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GM대우는 토스카에 직렬 6기통을 집어넣었다. 이는 실린더 주변 벽을 얇게 만들고 부품들의 소형화 등 다양한 기술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굳이 직렬 6기통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진동 감소 때문이다.
직렬 6기통은 실린더내의 피스톤이라는 부품이 진행하는 방향이 완벽하게 180도를 이루고 있다. 한개의 실린더가 올라가는 동시에 다른 한개의 실린더는 정확하게 반대방향, 동일한속도로 내려 오고 있다는 말이다. 이론상 하나가 올라가면서 다른것이 내려오면 아무 방향으로도 진동이 없게 된다. 두 사람이 보트 위에 앉아서 같은 방향으로 돌을 던지고 있다면 보트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생기겠지만,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을 던지고 있다면 꼼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실제 직렬6기통의 경우 중력가속도가 작용하는 위아래로 동작하기 때문에 진동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V6엔진은 V형이라는 구조상 하나의 피스톤이 움직일 때 다른 하나의 피스톤은 정확히 반대방향이 아니라 삐딱한 사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게 된다. 때문에 V형 엔진은 엔진의 회전에 따라 진동이 발생한다.
BMW엔진이 직렬 6기통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오로지 3리터급 이상의 엔진에서의 얘기다. 일반적으로 500cc 의 배기량에 1개의 실린더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엔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직렬6기통으로 재미본 BMW도 2000cc엔진에는 4기통을 사용하고 있다.
또 토스카의 엔진룸은 2.0리터급 엔진을 넣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2.5리터급 엔진일 넣기 위해선 엔진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길이를 늘려야 했다.
엔진에는 보어와 스트로크라는 것이 있는데, 보어의 경우 피스톤의 직경, 스트로크는 피스톤의 운동거리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로크가 짧은 엔진은 고회전, 고출력형 엔진으로 분류하고 스트로크가 긴 엔진을 중저속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는 엔진으로 분류한다. 스트로크와 보어가 거의 같은 엔진을 스퀘어 엔진이라고 한다.
토스카 2.0리터급 엔진은 스트로크와 보어의 길이가 같은 스퀘어 엔진이지만, 2.5리터급은 공간 구조상 피스톤의 직경을 늘릴 수 없으니 길이만 훌쩍 늘려 롱스트로크 엔진이 되고 말았다. 퍼포먼스 높은 즉답형 엔진이 아니라 저 RPM의 힘이 좋은 엔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엔진은 저 RPM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RPM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토크가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GM대우는 이 엔진의 장점 영역인 저 RPM을 유지하는 비결을 찾아냈으니 바로 6단 변속기다.
토스카의 6단 변속기
엔진은 기름을 넣는다고 마냥 힘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일반적으로 2500~5000RPM 정도의 구간에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변속기란 여러개의 기어를 준비해놓고 있다가 적절한 상황에 갈아끼워 엔진이 최고의 힘을 내는 구간을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더 많은 기어 단수가 있으면 보다 적절한 구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래는 GM대우에서 프리젠테이션시 제시한 기어비 비교인데, 표에서 보이는 '기존 타사 4단 기어'는 토스카에서 1단 역할을 하는 기어가 없고 3단기어 구간도 없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A사 5단 기어'의 경우 오버 드라이브 기어가 없기 때문에 비교할수도 없는 질 떨어지는 제품으로 묘사돼 있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서 'A사 5단기어'는 어떤차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현대 쏘나타 2.4의 변속기는 3789, 2064, 1421, 1034, 0728 으로 토스카의 6단 변속기에 비해 1단 영역이 약간 부족하지만, 최고단 기어의 기어비는 오히려 더 낮아 고속 주행 연비는 오히려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쩝.
어쨌건, 다음으로 넘어간다.
변속기의 단수가 많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변속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높은 턱을 한번에 뛰어올라가는 것보다 중간에 계단을 만들어 밟고 오르면 좀 더 부드럽게 오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체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 100명 중 93%가 4단 이상의 변속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5단 변속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긴 하지만 4단으로 충분하다는 사람은 불과 7%다. 고단 기어의 필요성은 일반 소비자들도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어단수를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5단까지는 일반적인 기어박스 방식으로 만들 수 있지만, 6단이 넘어가면 승용차에 장착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를 훌쩍 넘어가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6단 변속기부터는 제트에프(ZF), 아이신(Aisin), 자트코(Jatco), GM 등 모든 변속기 회사들이 거의 예외없이 프랑스인 르펠씨에(LEPELLETIER)의 특허가 있는 르펠씨에 시스템을 사용한다. 르펠씨에 시스템이란 기어를 하나씩 선택해 끼워넣는 방식이 아니라 Sun / Planet carrier / Annulus 등의 기어로 이뤄진 하나의 행성적 기어셋트(Planetary)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이 기어세트의 구현 방식에 따라 라비뇨(Ravigneaux)기어열 혹은 심슨(Simpson) 기어열이라고 부른다. 현대차가 ZF와의 6단 변속기 공동 개발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변속기 시스템을 자체기술로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르펠씨에 시스템의 근간인 행성적(Planetrary) 기어셋의 개념도. 빨간 부분을 고정. 초록색 부분을 돌리면(입력축) 노란색(출력축)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간다.
토스카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이 변속기를 장착한 덕에 국산차중 가장 넓은 기어비(6.14:1)를 자랑한다. 기존 대비 발진 가속성이 최대 9.8%가량, 연비가 최대 14.2% 가량 향상됐다고 GM대우측은 밝히고 있다.
한편, GM대우는 신형 변속기를 통해 기존 5단 변속기보다 크기가 줄었다고 자랑하지만, 사실 Ravigneaux 르펠씨에 6단 변속기는 일반 5단 변속기보다 본래 부품수가 적고 크기도 작다.
상품성은 좋은가
결국 뛰어난 변속기와 엔진을 결합시켰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결과 뛰어난 성능을 내놓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최대 출력은 토스카 2.0이 144마력인데 비해 경쟁사 쏘나타2.0은 163마력이다. 토크도 쏘나타쪽이 좀 더 높다. 공차중량도 쏘나타가 더 낮으니 차가 나가는 느낌은 분명 쏘나타가 한수 위다. 연비도 쏘나타가 11.5인데 비해 토스카는 10.9 로 약간 뒤진다.
작년 중반까지만해도 토스카의 엔진은 쏘나타와 비교해 출력은 동일한데 느낌은 훨씬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는 월등한 엔진이었다. 말 그대로 경쟁이 안됐고 기술의 대우, 판매의 현대라는 등식이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쏘나타가 작년말 신형엔진을 들고 나오면서부터는 기술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 쏘나타 엔진은 밸런스 샤프트를 제거해 이전에 비해 시끄럽고 진동이 심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4기통 엔진은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에 밸런스 샤프트가 필수라고 생각해왔지만 현대는 그것을 제거해 출력을 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스카의 경우 L6이므로 밸런스 샤프트가 없어도 스스로 밸런스가 맞는다. 결국 강하지만 진동이 있는 엔진이냐 혹은 조용하지만 출력이 다소 적은 엔진이냐의 싸움이 됐다.
그 밖의 장점은?
신형 토스카는 과거 차가 작아보이는 요소라고 지적됐던 리어 테일 램프를 보다 안정된 형상으로 변경하고 에어로팩을 사방으로 덧붙여 차체가 좀 더 낮아보이는 효과와 함께 디자인이 훨씬 나아졌다는 느낌이다.
신규 16인치와 17인치 휠을 적용, 디자인의 완성도도 이전에 비해 뛰어나다. 실내 계기반을 블랙으로 처리해 시인성을 높이고 디자인을 안정되게 한 점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7인치 와이드 스크린과 TPEG, DMB, MPEG, USB 를 모두 지원하는 내비게이션이 불과 80만원에 공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제 사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경우는 드물겠다.
토스카 프리미엄6는 L6 2.0리터 기본형 모델과 SE, SX, CDX모델, L6 2.5리터 모델 등 총 5가지 트림(Trim)으로 나뉘며, 차량 가격은 수동기준 ▲L6 2.0리터 기본형 모델 1,726만원, SE 모델 1,800만원(자동변속기 선택시 182만원 추가), 자동기준 SX 모델 2,186만원, CDX 모델 2,378만원, ▲L6 2.5리터 모델2,662 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