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을 타고 있습니다.
세상에, ‘도로위의 제왕’ 란에보를 타게 되다니.
하도 많은 전설을 들었던터라 직접 이 차를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 설레고 짜릿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몰아본 느낌은 기대 이상입니다. 6500RPM에서 295마력이라는데, 터보로 뽑아낸 수치이다 보니 토크가 4000RPM에서 41.5kg·m로 다른 차에 비해 무척 높습니다.
일례로 3.7리터 엔진을 장착한 G37 쿠페는 최고출력은 333 마력@7,000rpm으로 더 높지만, 최대토크는 37.0kg.m@5,200rpm로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G37쿠페가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을 가져 컨트롤하기 힘들정도인데, 이 차는 그보다 더 강하고 훨씬 더 가볍습니다. 아니, 비교가 안됩니다.
어제 오늘 자유로와 올림픽대로를 달렸던 차들은 아마 새파란 괴물을 잊지 못할겁니다. 물리적인 이해력을 벗어난 물체 하나가 차 사이를 누벼댔으니까요.
덤벼드는 차들도 많더군요. 특히 튜닝한 국산 모 스포츠카가 여러번 앞에서 왔다갔다 했는데, 전 그저 엑셀을 밟고 핸들링을 몇번 해주었을 뿐입니다. 백밀러를 통해 1~2초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안합니다. 경쟁이 못되어 드렸군요.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고 짜릿짜릿한 느낌의 주행감각은 식은땀을 나게 합니다. 4륜구동에 요잉 컨트롤 등의 기술로 차체는 노면에 딱 붙어있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브레이킹은 브램보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어떤 상황에서건 정확하게 정지해줍니다. 서스펜션은 아이바흐 스프링에 빌슈타인 서스펜션입니다. 휠은 BBS입니다. 하체에 튜닝할 수 있는건 다 한셈이네요. 돈 들어갈데가 없겠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어떤 코너가 나타나든, 어떤 차가 나타나든 절대 지지 않습니다. 480마력 포르쉐 터보나 500마력 페라리가 와도 두렵지 않아요.
가끔 전 유명 랠리카 드라이버들의 영상을 보고 항상 감동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좁은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차를 운전할 수 있는가 놀라는거죠.
그런데 그들이 시합에 몰고 나오는 이 차를 직접 몰아보고야 알았습니다. 차가 반 이상이라는것을…
30분이나 몰았을까요. 내 팔다리의 움직임이 랠리카 레이서와 다름없게 변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차는 시속 100~150km로 좁은 와인딩 로드를 누벼나갑니다. 랠리코스는 도심지한복판도 지나갑니다. 엔진소리는 웅웅 울려댑니다.
주변에 관중들이 나를 바라보며 환호합니다. 물론 욕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들의 에너지와 뿜어나온 아드레날린으로 스트레스를 씻어내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