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수많은 스포츠카들이 저를 유혹하는 한달이네요.
BMW F1 차량이 도심을 질주하는 ‘F1 시티쇼크’가 있더니, 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내놓았구요.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벤츠는 무려 C63 AMG를, BMW는 무려 M3를 내놨습니다. 만세!!
이 두차는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을 살짝 넘은 듯한 차입니다. 포르쉐 터보나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과 함께 수퍼카의 반열에 올려놔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차들을 나 혼자 타도 되는걸까. 모두에게 미안한걸… 하는 생각으로 시승했습니다.
지난 5일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차량성능시험연구소에서 메르세데스-벤츠 C63등 다양한 AMG 모델을 돌아가며 타봤습니다.
이전부터 C320은 몇번 타봤습니다만, 차가 약간 껑충하다는 느낌이 들고 뒤가 쉽게 미끄러지는 느낌이라서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차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탄 C63 AMG는 C320과 어떤식으로든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다른 차였습니다.
외 관 디자인부터 실내, 성능까지 모든것들이 달랐습니다. 약간의 에어댐과 실내 튜닝만으로 디자인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싶었습니다. 엔진은 AMG에서 자체 제작한 6.2리터 모델로, 변속기는 AMG에서 설계한 부품으로 장착했기 때문에 성능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요.
C63 AMG : 4726mm×1795mm×1438mm, 휠 베이스=2765mm, 구동 방식=FR, 엔진=6.2리터V8 DOHC457ps/6800rpm,61.2kg-m/5000rpm, 트랜스미션=7단 오토
AMG 모델들의 주력 엔진인 AMG 6.3엔진은 이름 때문에 전문가들도 6.3리터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6208cc로 6.2리터급입니다. 같은 엔진이 CL63 AMG에 장착되면 525마력이 됩니다만, 이 차에서는 다소 디튠(De-Tune)되었는지 457마력에 그칩니다.
그러나 차체가 1730kg으로 가볍기 때문에 마력당 무게가 3.6kg/ps로 수퍼카 수준입니다. 실제 달리기 속도도 시속 100km도달시간이 4.5초로 매우 빠릅니다.
BMW M3는 1655kg으로 더 가볍지만, V8엔진으로 420마력을 내며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4.9초로 미미하게나마 뒤집니다. 레이스용 경량 스포츠카 포르쉐 911GT3도 4.3초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C63AMG의 가속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 론 최고 속도는 250km/h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수치는 과거 최고속도 싸움으로 소모전이 계속되자 벤츠,BMW,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이 최고속도를 발표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정해진 속도입니다. 독일에서 이 속도를 넘는다고 발표하는 업체는 포르쉐가 유일합니다.
2000RPM부근에서 이미 토크가 60kg을 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공회전이 어지간한 차 최대 토크 정도 되는 느낌입니다.
작 은 바디에 대형 엔진을 장착했으니, 당연히 앞부분이 무거워 질 것을 우려했지만, 실제 주행 감각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C320이 뒤가 가벼워 코너에서 쉽게 돌아버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차는 2배가량 큰 엔진을 달고도 더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어서 놀라웠습니다.
AMG측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차를 만들때 AMG와 공동작업을 통해 AMG 튜닝이 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C63AMG는 훨씬 넓어진 휠, 전용으로 설계한 프론트 서스펜션, AMG의 강화 브레이크 등을 덧붙여 강화된 엔진에 불구하고 차체 안정감에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 이어는 앞이 235/40R18, 뒤가 255/35R18로 뒤가 더 넓고, AMG 특유의 18인치 알루미 휠 사이로 속이 들여다 보이는데, 구멍이 뚫린 브레이크 디스크가 인상적입니다. 브레이크 캘리퍼는 앞이 6피스톤, 뒤가 4피스톤입니다.
ESP는 켜고 끄는것 뿐 아니라 스포츠 모드를 지원해 약간의 미끄러짐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0-100km 가속 테스트
브레이크와 함께 엑셀을 밟았다가 브레이크를 떼봅니다.
어라? “우우우아아앙!” 하는 과격한 사운드가 납니다. 벤츠답지 않게 와일드한 느낌입니다.
C63 AMG는 비행기가 이륙할때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수준입니다. 등이 등받이에 들러붙는 느낌이 말이죠.
화성의 고속 주회로에서 가속을 테스트 했습니다. 선두로 달리던 여성 인스트럭터는 계속 낙천적인 행동을 보여줍니다. 고속 주회로에서 시속 200km로 달리더니 갑자기 두손을 놓습니다. 커브길에서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더군요. 저는 불안해서 놨다 잡았다를 계속 했습니다.
변속기가 변속하는 동안 계속 ESP가 개입합니다. 휠이 미끄러진다는 뜻이죠. 시속 200km는 너무 순식간에 도달합니다. 게다가 안정감이 뛰어나 그다지 빠르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동력성능은 물론 안정감도 “역시 벤츠”라는 감탄사가 나게 하더군요.
핸들링 테스트
파일런을 세워두고 슬라롬 테스트도 했습니다.
이 날 타본 다양한 차들 중 핸들링도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어비가 높아 조금만 돌려도 더 많은 각도가 꺽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핸들은 단단하지만 BMW처럼 ‘무자비하게’ 단단한 느낌은 아닙니다. 여성들도 큰 문제 없을 수준입니다.
코너에서 차가 기울어지는 것을 묘하게 잡아냅니다. 상위 모델인 CL63 AMG 같은 경우는 ABC(엑티브 바디 컨트롤)이라는 전자제어 실시간유압서스펜션 장치가 있습니다.
반면 C63 AMG에는 그런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강화된 서스펜션 덕에 코너에서 기울어지는 일 없이 유연하게 움직여줍니다. 노면과 꼭 붙어 어떤 코너에서도 부담없이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실내의 승차자들도 버킷타입시트 덕분에 몸이 딱 달라붙는 점도 좋습니다. 버킷시트에는 양쪽 사이드 서포트와 요추지지대를 풍선처럼 부풀려 조정해주는 기능도 내장됐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떨어지면서 붕~ 하고 엔진회전수(RPM)이 높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변속기가 자동으로 적절한 기어 단으로 낮추는 동시에 엔진회전을 높이는거죠.
그래서 C63 AMG는 어떤차?
‘좀 지나친 엔진 아닌가? 현실적이지 않잖아. 이 작은 차체에 457마력이라니.’
사실 C63은 아반떼보다 조금 큰 차입니다. 쏘나타보다는 작죠. 쏘나타가 163마력이니 457마력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모르겠습니다.
ESP가 없다면 이 차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른 회사의 400마력차는 도무지 불안해서 달릴 수가 없는데, C63 AMG는 시속 200km에서 어디 하나 흠잡을 것도 없었습니다.
가격은 9190만원에 나왔다는군요. 매우 비싼것은 사실이지만 유일무이한 초고성능 스포츠세단이라는 점에서 그 가격도 이해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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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쓸 글에서는 BMW M3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비교도 좀 해보고요.
내 일 쓰게 될 BMW M3 : 4615mm×1804mm×1418mm, 휠 베이스=2761mm, 공차중량=1655kg, 구동방식=FR, 엔진=4.0리터V8DOHC 420hp/8300rpm,40.8kg-m/3900rpm, 변속기=6속SMG(더블클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