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3 (E92): 4615mm×1804mm×1418mm, 휠 베이스=2761mm, 공차중량=1655kg, 구동 방식=FR, 엔진=4.0리터V8DOHC 420마력/8300rpm,40.8kg-m/3900rpm, 변속기=7단 M-DCT
지난 8일 영종도 스카이72서킷에서 BMW M3를 탔습니다. 운 좋게도 언론사 기자로는 저 혼자만 타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실 스카이 72서킷은 좁은 곳이어서 성능을 제대로 테스트 해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차는 4.6초만에 시속 100km를 넘는데 직선 구간은 2km 남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직선구간의 가운데에 출발점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실제 직선구간은 더 짧았습니다.
M3는 상당히 가벼운 차입니다. 겉보기에는 일반 3시리즈 쿠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공유하는 부품은 문짝 등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앞쪽 사이드 휀더는 플라스틱으로,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알루미늄의 한가운데는 큰 엔진이 보닛을 건드리지 않도록 볼록 올라와 있고 그 좌우에 작은 에어덕트가 뚫려있습니다. 천정은 도색도 안한 카본으로 시꺼멓게 덮여있습니다.
첫인상은 떡 벌어진 어께가 눈에 띕니다. 윤거가 30mm가량 넓어져서 휀더가 튀어나오고 전폭도 25mm 가량 늘었고 때문입니다.
예전의 M3는 보통의 3시리즈와 잘 구별하기 힘들었는데, 이 차는 얼핏 보기에도 파워가 상당할 것이 예상되는 디자인입니다. 이젠 아무래도 3시리즈에 딱지와 에어댐만 붙여서 M3인척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
쿠페는 대부분 문이 커서 안전벨트가 등받이 뒤쪽 먼곳에 장착되기 때문에 벨트를 가져오기가 불편합니다. M3는 차에 4~5초쯤 앉아있으면 작은 막대기가 쭈욱 나와서 안전벨트를 앞으로 밀어줍니다. 정말 귀여운 기능입니다.
M3는 어떤차일까요?
BMW가 강력한 스포츠세단의 이미지를 갖게된 것은 바로 3시리즈, 그 중에서도 M3 덕분입니다.
1986 년 첫 M3 (코드명 E30 타입)이 195마력을 냈고, 이후 '에볼루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업그레이드 버전은 최대 238마력까지 올리게 됩니다. 당시 주변을 압도할만한 기술로 수많은 챔피언십과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요즘 랜서에볼루션의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에볼루션 혹은 에보 라는 애칭은 본래 M3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BMW 스포츠 주행 기술의 총집약체로 만든 차가 바로 M3입니다. M5와 M6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최고'라는 명칭을 받을 수 있는 차는 아닙니다.
때문에 M3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지대하고 차가 실제로 공개되기 전부터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번에 시승한 차는 M3의 4세대 모델로, E90(현행 3세단)과 E92(현행 3쿠페), E93(현행 3컨버터블)등 3개 라인업을 베이스로 만들어져 세단형, 쿠페형, 컨버터블형이 독일에는 있는 모양입니다만, 한국에는 쿠페형만 수입됩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해보면
고오오오옹! 고옹! 고옹! 고오오오옹!
이상하게 반응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엑셀을 밟는것에 따라 흡기량을 조절하는 '버터플라이 밸브'는 흡기관인 '스로틀 바디'
입구에 장착됩니다. 그 경우 버터플라이밸브의 개폐에 따라 큰 소용돌이가 치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이것을 커다란 흡기관에
장착하는 대신, 각각의 실린더에 들어가는 좁은 흡기구 앞에 장착했습니다. 커다란 흡기 밸브 1개가 아니라 작은 밸브 8개인거죠.
V8기통인데도 불구하고 BMW 직렬 6기통에서 듣던 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가 납니다. V8은 원래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엔진이어서 부달달달~ 하는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M3에서는 V8이 결코 거칠지 않은거죠. 진동도 적고 소리도
안정감 있습니다. 무려 8500RPM까지 쭉 올라가는 이 엔진은 RPM이 높아져도 진동이나 소음이 적어 RPM게이지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7000RPM이상부터는 RPM게이지 위에 노란 불이 연달아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불이 들어오면 얼른 변속하라는 뜻입니다.
'에게.. 너무 착하다. M3가 이렇게 착했나'
소리는 좀 더 커도 좋겠다는 느낌입니다. 평상시 주행에서는 편안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M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차는 놀라운 변속기를 가졌습니다. 7단 M-DCT(더블클러치 트랜스미션)은 정말 매끄럽습니다. 기존 SMG가 효율은 뛰어날지 몰라도 변속충격이나 변속 지연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했지만, 더블클러치를 이용한 이 트랜스미션은 변속이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클러치가 미트되는 변속충격은 느끼기 어렵습니다만, 변속 스피드를 5단계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변속 충격이 있더라도 좀 더 빠르게 변속되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게다가 7단으로 늘어난 기어 단수는 기어를 자주 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 더 재미있습니다. 코너 앞에서 기어를 한두단 낮추면 저절로 RPM이 붕붕~ 하고 올라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마력대비 무게는 3.76kg/ps로 3.6kg/ps인 C63 AMG에 비해 무거운 셈입니다. 따라서 0-100km시간도 4.8초로 0.3초 뒤집니다. 그러나 변속 순간 밀어붙이는 느낌은 C63 AMG보다 강력하고 매끄럽다는 느낌입니다.
특이하게도 '파워(Power)'라고 쓰여진 버튼이 있습니다. BMW코리아 측은 이 버튼이 엔진의 힘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엑셀의 반응을 빠르게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가속에는 별반 차이 없지만, 엑셀을 밟는 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재밌는 드라이빙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재밌는것은 발전기가 가속시에는 발전을 멈추고 순항이나 정지시에만 발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퍼포먼스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기 위한 장비입니다.
코너링은?
왠일인지 BMW답지 않게 런플랫타이어가 아닌 일반 타이어가 제공됩니다. 아마 최고의 그립력은 역시 노말인걸까요.
일반 3시리즈는 저속에서는 같은 조타각으로도 많이 회전하고 고속에서는 적게 회전하는 장비인 액티브스티어링을 갖추고 있지만, M3에서는 그런 기능을 모두 뺐습니다. 프로 레이서를 위한 차라는 얘기겠죠.
이번 M3는 이상하리만큼 부드럽습니다. 기존 M3들은 서스펜션은 딱딱하고 소리가 시끄러워서, "역시 M3는 대단한차야!"하고 감탄했었는데, 이번에는 M3가 맞는지 의심도 갑니다. 서스펜션 감쇄력을 조정하는 'EDC' 버튼을 누르면 조금 더 딱딱해지긴 합니다.
‘어라, 이렇게 부드러운데...’
결코 딱딱하지 않은데도 코너에선 차가 땅에 깔려서 움직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C63 AMG에 비해선 시트포지션도 낮고 차체 높이도 낮은데다 폭은 넓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차체자세제어장치(DTC)가 켜져 있는 상태인데도 코너 탈출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차체가 기본적으로 미끄러지지 않는데다 후륜의 속도감응식 디퍼런셜락 때문에 차가 코너에서도 밀고 나가는 힘이 강하게 생기는 것입니다.
타이어는 앞이 245/40, 뒤가 265/40으로 뒷편이 더 넓습니다.
패들시프트는 다른 BMW들이 엄지와 검지로 조정하는 것과 달리 왼쪽 오른쪽을 당기는 타입입니다. 다른 BMW도 이런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BMW의 기어노브를 손으로 툭툭 치면서 주행하는 것도 기분이 괜찮습니다. 모든 다른 메이커와 반대로 뒤로 당길때 기어가 올라가는것은 여전합니다. 기어노브 디자인 자체가 수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게 돼 있습니다.
새로운 iDrive는 앞으로 BMW 전차종에 적용됩니다. 더 편하지만 버튼이 많아 복잡해졌죠.
최고의 차와 최고를 뛰어넘는 차
사실 0-100km/h의 0.3초 차이는 실제 테스트에선 거의 체감효과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엔진 배기음은 C63이 훨씬 박진감 있어 좋았습니다.
엔진은 C63이, 변속기는 M3쪽이 압도적으로 이긴것 같았습니다. 다만 C63 엔진의 생산을 AMG에, M3는 변속기의 생산을 ZF에 외주로 하고 있습니다.
서스펜션의 완성도는 단연 M3의 승리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더 잘잡아주는 실력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중립상태에서 엑셀만 밟아봐도 C63은 차체 흔들림이 꽤 생기는데, M3의 경우는 그런 것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코너를 빠져나갈때 M3는 어떤 경우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지만, C63은 다소 무게 중심이 높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M3의 경우 독자적인 속도감응형 디퍼런셜록 덕분인지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하는 느낌도 일품입니다.
오벌 트랙에서는 C63이 반드시 이길것이지만, 헤어핀이 많은 테크니컬 트랙에서는 M3가 이길것으로 보였습니다. 트랙에 놓고 봐도 트랙 형상에 따라 난형난제입니다.
실내는 C63이 머리공간도 넓고, 전반적으로 공간이 더 넉넉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게 큰 장점인 동시에 약간 단점도 됩니다.
M3는 좁게 느껴지는 공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꽉짜여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변에는 8인치 LCD 모니터와 iDrive, 파워버튼, 서스펜션강도 조절버튼 등이 다양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뽀대는 상당하다는 것이죠. M3는 C63에 비해 더 날티나고(?) 더 잘 달릴 것 같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취향에는 M3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만, 어떤차가 최고인지, 어떤차가 최고를 뛰어넘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에 달려있다고 생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