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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가격 올린 일본 수입차…‘기름먹는 하마’ 불명예까지

기름먹는 하마, 옵션은 어디로, 가격 경쟁력도 옛말

최근 잇따라 가격을 올린 일본차들이 판매량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차(5개 브랜드)는 3월 판매대수가 미국차(4개 브랜드)와 큰 차이 없는 정도까지 내려앉았다. 브랜드별로도 작년 큰 인기를 끌던 렉서스와 혼다가 미국 브랜드인 크라이슬러에 추월당했고 포드도 인피니티와 닛산을 앞질렀을 정도다.

이같은 판매량 감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 환율로 가격인상, 환율 내려가면 값 떨어질까

관계자들이 가장 큰 악재로 꼽는 것은 최근 잇따른 가격 인상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월 22일과 3월 2일에 가격을 인상했다. 이로 인해 당초 3940만원이던 혼다 어코드 3.5는 4590만원으로 인상돼 BMW 320i(4550만원)보다 비싸고 메르세데스-벤츠 C200K(4690만원)에 비견할 가격이 됐다. 레전드의 가격은 7740만원으로 1천만원이나 올라 3.0리터급 BMW 528i(6750만원)나 메르세데스-벤츠 E280(7390만원)에 비해 오히려 비싸다.

혼다 어코드나 레전드의 외관길이는 이들 차종에 비해 길지만 실제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축거나 윤거는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다. 브랜드 이미지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어코드는 전륜구동차라는 구조적 핸디캡도 갖고 있어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 딜러들의 설명이다. 

닛산코리아도 지난 4월 1일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했다. 닛산 무라노는 275만원 인상하고 인피니티 G37은 60~9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 인기차종 위주로 판매가를 높였다. 닛산코리아 홍보대행사측은 "이에 대해 따로 보도자료를 작성하지는 않았다"며 "원래 가격 인하는 크게 보도하고 가격 인상은 조용히 하는법"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도 4월 21일부터 차종별로 600만원~210만원 가량 가격인상을 하기로 했다. 반면 렉서스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일본 메이커의 한 딜러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환율 하락 후 고스란히 인하 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이 구입을 더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율은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인상을 발표한 3월 중순에 1550원으로 정점을 찍고 현재 15%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 미국차 비해 낮은 연비…새로운 '기름 먹는 하마'

최근엔 미국차가 아니라 일본차들이 '기름먹는 하마(Gas Guzzler)'로 새롭게 등장했다.

인피니티 G37세단 운전자 이모(35)씨는 "매우 살살 운전하고 있지만 연비가 리터당 7.5km밖에 안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닛산의 중형 SUV 무라노의 경우도 시내주행시 연비가 리터당 6~7km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차종인 크라이슬러 세블링 디젤의 경우 듀얼클러치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는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연비 1등급을 받았다. 대형 세단 300C도 3.0리터 디젤모델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정도로 미국차들의 연비 향상에 노력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럽 수입차메이커들은 푸조와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디젤엔진을 적극 도입해 연비 1등급을 도맡아 하고 있기도 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부터 디젤 엔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디젤 엔진 경험이 부족하고 기술 또한 취약해 고유가시대에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메이커에선 하이브리드 차종을 내놓고 있지만 디젤 엔진에 비해 장거리 주행 연비가 크게 떨어지는데다 가격차도 대체로 1천만원이 넘어 경제성을 논하기 는 이르다.

◆ 그 많다던 옵션은 다 어디갔을까

수입차는 옵션 선택을 할 수 없다. 매장의 딜러들은 대부분 '풀옵션'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주요옵션이 빠져 황당한 경우도 많다.

인피니티 운전자 이씨는 "차를 밤새 세웠다 배터리가 방전된 적이 있다"며 "안개등을 자동으로 꺼주는 장치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피니티는 국산 중형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우적감지(레인센서) 와이퍼 등도 대부분 차종에 제외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내비게이션 문제도 심각하다. 사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어지간한 길은 제대로 나타내 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BMW코리아 등 독일 브랜드는 성능이 향상된데다 온전히 한국화 된 내비게이션을 장착해주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등은 아예 국산 내비게이션 제품을 장착해주고 있다.

렉서스의 경우 대형세단 LS460L을 미국에 비해 비싼 가격에 들여오면서도 미국시장에는 기본장착되는 자동주차 시스템과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기능을 제외했다.

이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옵션을 제외해 당장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한번 속은 소비자가 다시 해당 브랜드 차를 사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